내용요약 이제는 보조 아닌 메인…김치냉장고·건조기·의류관리기 등
작지만 효율 높아 만족감 두배…1인가구·삶의 질 고려한 ‘신 풍속도’

[한스경제=허지은 기자]

성숙기에 접어들었던 가전시장에 새 바람이 불고 있다. 건조기와 의류관리기, 로봇청소기 등 기존 가전의 보조 역할을 하던 ‘세컨드 가전’이 필수로 자리잡는가 하면 고가의 가전제품을 사지 않고 빌려 쓰거나, 프리미엄라인보다는 ‘가성비’가 높은 제품으로 ‘소확행’을 찾는 이들도 늘어나는 추세다. 2018년 가전시장의 신(新) 풍속도다. [편집자주]

다음달 결혼을 앞둔 직장인 김수재(31)씨의 집엔 ‘비슷한’ 제품이 많다. 671ℓ짜리 냉장고 옆에 327ℓ짜리 김치냉장고를 함께 뒀고, 10kg 세탁기 옆엔 4kg 미니세탁기와 9kg 건조기가 나란히 놓여 있다. 김 씨는 “처음에 집을 놀러오는 사람들은 다 냉장고가 2개, 세탁기가 2개씩인줄 안다”며 “(세컨드 가전이)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사용하고 가사노동시간을 줄여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보조 역할을 하던 세컨드(Second) 가전이 주연으로 부상하고 있다. 세컨드 가전은 ‘특정 용도’에 맞춰 나온 가전으로 일반적으로 메인(Main) 가전과 보완적인 성격으로 일종의 틈새시장으로 여겨져 왔다. 그러나 ‘특정 용도’에 맞춘 편리함에 메인 가전을 능가하는 기능이 더해지며 메인 가전에 버금가는 인기를 누리고 있다.

주요 백색가전 세계 생산 현황 및 전망./그래픽=허지은 기자

◆ 1인가구 늘고 ‘삶의 질’ 중시…세컨드 가전 수요 증가

세컨드 가전의 인기는 1인가구 증가와도 무관하지 않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5년 506만명이던 1인 가구 인구는 2035년까지 763만명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전체 가구 중 1인가구 비중은 30%를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LG전자 관계자는 “최근 ‘혼밥’, ‘혼술’등 ‘나홀로’라이프스타일이 늘고 있다”며 “1인가구 라이프스타일을 고려하면 상대적으로 크기가 작고, 핵심적인 기능은 갖추고 있는 세컨드 가전이 더 어울리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세컨드 가전은 불필요한 에너지 낭비도 방지할 수 있다. 미니세탁기를 이용하면 소량의 빨랫감도 물 낭비없이 세탁할 수 있고, TV 대신 프로젝터를 사용하면 좁은 집의 공간 활용을 더 효율적으로 할 수 있다. 일반 냉장고 대비 20% 크기로 나오는 미니 냉장고의 경우 필요한 음식만 넣고 관리할 수 있어 전기 낭비를 막을 수 있다.

LG전자 세컨드가전 매출액 전망./그래픽=허지은 기자

◆ 김치냉장고에서 건조기까지…세컨드 가전의 역사

가장 성공한 세컨드 가전은 김치냉장고다. 올해로 출시 34년을 맞은 김치냉장고는 1984년 세상에 처음 등장했다. 90년대 초 한국의 냉장고 보급률은 100%에 육박했다. 집집마다 냉장고가 이미 있는 상황에서 김치냉장고의 성공을 확신할 수 있는 이들은 없었다. 그러나 2000년대 들어 아파트로 주거환경이 변하고 있었고 공기청정기, 정수기 등 가전 영역이 확대되며 김치냉장고도 수혜를 입었다. 김치냉장고는 연간 100만대 이상 판매되는 명실상부한 필수가전으로 자리잡았다.

최근 각광받는 세컨드 가전은 의류건조기다. 얼핏 세탁기와 비슷해보이는 건조기는 세탁물을 널고, 말리고, 걷는 수고를 대신한다. LG전자의 트롬 건조기 듀얼 인버터는 전기로 열을 가해 의류를 건조시켜 옷감 손상을 방지하고, 살균은 물론 숨은 먼지까지 털어준다. 기존 세탁기, 미니워시와 혼합해 공간에 맞춘 설치도 가능하다. 이미 20·30대 커뮤니티에선 “한번 사면 삶의 질이 달라진다”며 입소문을 탔다.

LG전자 건조기 듀얼 인버터(왼쪽)와 삼성전자 에어드레서(오른쪽)./사진=각 사

스타일러(에어드레서)는 신혼부부들의 ‘잇 아이템’이 됐다. 넣어두기만 하면 탈취·건조·다림질까지 해결할 수 있어 매일 와이셔츠나 내일 입을 옷을 다려야 하는 수고를 덜어주기 때문. 삼성전자 에어드레서는 강력한 제트에어가 겉감과 안감을 모두 털어주고 미세먼지 제거는 물론 탈취·살균 기능도 제공한다. 가로 44.5cm로 좁은 공간 활용에도 제약이 적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섬유는 미세먼지를 실내로 갖고 들어오는 운반책이기 때문에 꼼꼼하게 관리하는 것이 좋다”며 “에어드레서의 미세먼지 전용 코스를 사용하면 25분 이내에 의류의 미세먼지를 99%까지 제거할 수 있다. 최근 급성 호흡기 질환의 주원인으로 지목받는 아데노바이러스(Adenovirus)와 코로나바이러스(Corona Virus)를 99.9% 제거해줘 환절기 호흡기 질환 감염 가능성을 낮출 수 있다”고 설명했다.

허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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