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렌탈시장, 금융위기 이후 '합리적 소비' 트렌드 확산에 고속 성장
제품군 다양화·해외시장 진출 활발...계약조건·중도해지 등은 꼼꼼히 봐야

[한스경제=허지은 기자] 가전시장에 새로운 제품이 속속 등장하고 있지만 고가의 가전제품을 단번에 구입하기는 쉽지 않다. 렌탈은 이러한 소비심리를 파고들었다. 대표적 렌탈 가전인 정수기, 공기청정기, 비데를 넘어 이제는 고가의 의류관리기, 드론, 웨어러블 기기까지 상품군도 다양화됐다. 합리적 소비 트렌드와 인구구조 변화에 힘입어 렌탈시장은 2020년까지 연평균 20% 이상의 고성장을 거듭할 것으로 보인다.

왼쪽부터 코웨이 정수기, LG전자 퓨리케어 공기청정기, 쿠쿠 직수형 정수기./사진=각 사

◆ IMF 이후 등장한 렌탈 시장…연평균 10%대 고속성장

업계에 따르면 국내 생활렌탕 시장 규모는 총 1200만 계정으로 나타났다. 지난 2분기 기준 시장점유율은 코웨이가 누적 584만 계정으로 1위를 달리고 있으며 SK매직(143만), 청호나이스(120만), 쿠쿠홈시스(109만), LG전자(90만) 등이 뒤를 이었다. 렌탈시장은 대기업보다는 중소기업이 메인 포지션을 차지하고 있다는 게 특징이다.

렌탈시장은 2000년대 초반 본격적인 성장을 시작했다. 1997년 금융위기 이후 소비절벽 현상이 이어지며 개인 소비자들도 제품을 구입하기보다는 합리적 비용으로 필요한 기간만큼 사용할 수 있는 렌탈 서비스를 선호하기 시작했다. 당시 고가 정수기 소비가 감소하며 코웨이가 정수기 렌탈 시스템을 도입하면서 시장이 형성됐다.

최근에는 1인 가구 및 고령 인구 증가로 개인 단위의 렌탈이 늘어나고 있다. 렌탈 영역도 생활가전에서 취미, 레저, 패션·뷰티, 애견용품에 이르기까지 그 폭이 다양해졌다. 하나금융경제연구소에 따르면 국내 렌탈 기업들의 합산 매출액은 최근 3년간 연평균 10% 이상 늘었고 같은 기간 평균 영업이익률도 16.7%에 육박했다

◆ 상품 다양화에 사후 관리까지…해외 시장 진출도 활발

렌탈의 가장 큰 장점은 사후관리가 철저하다는 점이다. 렌탈시장의 지평을 연 코웨이의 경우 전문 관리사 ‘코디’시스템을 활용해 필터 관리, 부품 교체, 정기점검 등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한다. 지난 5월부터 의류청정기 렌탈을 시작한 코웨이는 위생 관리 전문가인 ‘홈케어 닥터’를 두고 4개월마다 가정을 방문해 제품을 관리하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10년 넘게 렌탈 서비스를 이용해 온 직장인 김미선(55)씨는 "TV나 냉장고에 비해 정수기나 공기청정기, 비데 등은 주기적인 관리가 필요하다"며 "렌탈 가전을 이용하면 전문 관리사가 방문해 알아서 제품을 관리해줘서 편리하게 사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코웨이 관계자는 “목돈 대신 한 달에 4만원이면 고가의 의류관리기를 전문가의 관리를 받으며 쓸 수 있다”며 “합리적인 가격으로 필터 교체와 체계적인 케어 서비스를 정기적으로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국내 B2C 렌탈시장은 연평균 20% 이상 증가하여 2020년 약 18.5조원 규모에 달할전망이며 전체 렌탈시장 중 B2C 시장의 비중은 46%까지 확대될 전망이다./그래픽=허지은 기자

국내 렌탈 기업들의 해외 시장 진출도 활발하다. 렌탈 산업은 국민 소득이 2만달러에 접근하면 활성화되는 선진국형 산업으로 국내 보다는 해외에서 일찌감치 자리를 잡았다. 코웨이와 위닉스, 쿠쿠홈시스 등 렌탈 기업들이 올해 유럽 최대 가전박람회 ‘IFA 2018’에 참여한 이유다.

안혜영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원은 “현재 국내 렌탈시장은 2020년까지 연평균 20% 이상의 고성장을 거듭하는 ‘성장기’에 위치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국내보다 약 10년 이상 앞서고 있는 일본의 렌탈시장 상황을 미뤄볼 때, 향후 국내 렌탈시장은 세분화되면서 신규 수요가 지속적으로 발생하게 될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 가입조건·계약해지 위약금 꼼꼼히 따져야

장기 계약을 하는 렌탈의 경우 제품 상태와 가입 조건 등을 꼼꼼히 따져 가입해야 한다. 지난 12일 한국소비자원이 발표한 ‘2018년 9월 소비자상담 동향’에 따르면 정수기 렌탈 상담 건수는 699건으로 상위 30개 상담 다발 품목 중 11위를 차지했다. 안마의자 렌탈 상담건수 역시 2014년 40건에서 2015년 43건, 2016년 63건으로 최근 크게 늘어나는 추세다.

렌탈 제품과 관련한 주된 분쟁 요인은 렌탈 계약을 중도에 해지하는 경우다. 공정거래위원회 소비자분쟁해결기준에 따르면 생활가전은 1년 이상 약정 시 렌탈 해지 위약금은 10%로 제한돼있다. 그러나 강제성이 없어 업체 쪽에서 위약금을 추가로 부르거나 철거비용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다.

한국소비자원 관계자는 “업체별 주요 제품의 총 렌탈비를 산정해보니 오히려 일시불 구입보다 렌탈 총비용이 최대 3배 이상 비싼 경우도 있었다”며 “렌탈 제품을 계약하고자 하는 소비자라면 총 계약기간 및 의무사용기간, 위약금 산정기준 등 중요사항을 확인하고 총 렌탈비와 일시불 구입가를 꼭 비교해본 후 계약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허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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