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신제품 출시 눈에 띄게 줄고 광고도 '뚝'
본사 믿고 편집숍 '네이처컬렉션' 전환했지만…매출 곤두박질
시위에 나선 더페이스샵 점주들/사진=한스경제

[한스경제=김지영 기자] “신제품 출시도 많이 줄었고, 결품된 품목도 많아 주문을 넣을 수가 없습니다. 점주들 사이에서는 LG생활건강이 더페이스샵 사업을 접기 위해 가맹점 죽이기에 나섰다는 이야기까지 나옵니다”

지난 25일 오전 서울 여의도 소재 LG트윈타워에는 LG생활건강이 운영 중인 화장품 로드숍 '더페이스샵'과 편집숍 '네이처컬렉션' 가맹점주들이 △온라인 염가판매 중지 △적정 마진률 보장 등을 요구하며 피켓시위를 벌였다.

더페이스샵 점주들은 한국공정거래조정원을 통해 LG생건과 이 같은 사항을 조정하기 위한 절차를 진행해왔지만 지난 23일 최종 결렬됐다.

이들이 가장 문제 삼는 부분은 온라인 저가 판매 중단이다. 점주 측은 온라인에서 저렴한 가격으로 화장품을 판매하니 오프라인 매장들은 소비자가 화장품을 테스트하기 위한 매장으로 전락했다고 호소하고 있다.

시종필 더페이스샵 가맹점협의회장은 “화장솜, 인조속눈썹 등 몇 천원짜리 제품들을 제외한 기초 제품들의 판매율이 뚝 떨어졌다”며 “50% 할인을 해도 온라인이 더 저렴하니 소비자 입장에서는 오프라인 매장에서 제품을 구입할 이유가 없다”고 설명했다.

또한 적정 마진율도 보장되지 않고 있다고 주장한다. 더페이스샵의 경우 1만원짜리 제품을 50% 할인해 판매하면 4500원 마진이 2250원으로 줄어든다. 본사가 할인에 따른 손해를 메꿔주지만 이마저도 현금이 아닌 제품을 주문할 때 사용할 수 있는 사이버머니로 돌려받는다.

게다가 현금으로 상품을 주문하면 부가세가 포함되는데 사이버머니로 주문하면 점주는 부가세를 별도로 부담해야 한다. 본사에서 지급한 사이버머니로 주문을 하면 또 다시 현금을 써야 하는 구조인 것이다.

◆신제품 줄고 광고도 뚝…“제품을 주문할 수 없는 상황”

가맹점주들에 따르면 올해 들어 더페이스샵의 신제품 출시는 눈에 띄게 줄었다. 실제 올해 출시된 제품은 △초코 모노팝 아이즈 △보석반지 틴트 △프리즘 큐브 아이섀도우·블러셔’ △젤라또 틴트 등 12개 품목 정도였다.

충북 청주에서 더페이스샵을 운영 중인 A점주는 “2017년에는 약 100여 개 품목이 신제품으로 출시됐는데 올해는 신제품 소식이 거의 없다”고 말했다.

점주들은 품목도 눈에 띄게 줄고 결품도 많아 주문할 상품이 없다고 입을 모은다.

시 회장은 “물건 공급이 제대로 되질 않고 있다”며 “지금도 결품이 50개 품목 이상”이라고 말했다. 그는 “회사 측에서는 리뉴얼을 핑계로 많은 제품 공급을 끊은 상태”라며 “물량 공급도 해주지 않고 마케팅팀도 제대로 운영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10년 동안 관계를 맺은 점주들에게 이래도 되는거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서울 노원에서 더페이스샵을 운영했던 B점주는 “과거 색조 제품의 경우 색이 다양해 10가지 중 6개만 골라 주문해야 했는데 지금은 주문할 물건이 없다”며 “점주들 사이에서는 LG생건이 더페이스샵 말살 정책을 펴고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고 말했다.

점주들은 단종 제품이 많아지면 이를 대체할 상품이 나와야 하는데 올 들어 단종만  많아지고 대체할 제품은 나올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고 말한다.

2014년 배우 겸 가수 수지를 모델로 내세운 TV 광고 후 CF도 뚝 끊겼다. A점주는 “본사에서는 TV 외 다양한 채널을 통해 광고 활동을 하고 있다고 말한다”며 “하지만 정작 가장 강력한 홍보 수단인 TV에는 투자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한 점주가 공개한 더페이스샵 할인 행사시 마진/사진=더페이스샵 가맹점협의회

◆로드숍 위기에 편집숍 ‘네이처컬렉션’ 전환 유도…마진 정책 ‘더 복잡’

최근 로드숍들의 매출이 지속적으로 하락하자 LG생건도 더페이스샵 점주들에게 자사 제품들을 모아놓은 편집숍 네이처컬렉션으로 전환을 유도하고 있다.

더페이스샵을 3년 동안 운영하다가 최근 네이처컬렉션으로 전환한 B점주는 “네이처컬렉션의 경우 제품이 다양하니 할인 행사도 많고 마진 정책도 더 복잡하다”고 털어놨다.

게다가 할인 행사로 인한 손실을 메꾸기 위해 회사에서 지급하는 사이버머니는 통합해서 들어오기 때문에 점주들 입장에서는 제대로 들어왔는지 일일이 따져 보기도 어렵다. 20%, 30%, 50% 할인별로 본사가 부담하는 부담율이 다르기 때문이다.

B점주는 “네이처컬렉션의 경우 이자녹스, 차앤박 등 고가 제품들이 많다보니 기존 더페이스샵을 이용하던 고객들의 지갑을 열게 하기도 더 힘들다”며 "네이처컬렉션이 홍보도 잘 되지 않아 인지도도 없는 상황"이라고 고충을 토로했다.

실제 B점주의 매출은 더페이스샵을 운영할 때보다 더 떨어졌다. 그는 “더페이스샵을 운영하던 올해 초에는 월 2700만원 정도의 매출을 올렸는데 네이처컬렉션 전환 후 1400만~1500만원대로 떨어졌다”고 말했다.

◆LG생건 ‘상생 위해 노력할 것’

본사인 LG생건 측은 이같은 주장은 전체 470여명 점주 중 일부의 의견이라는 입장이다. 

LG생건 측은 “가맹점협의체와 지속적인 협상을 통해 요청사항을 개선하고 있다”며 “가맹점주와 무관하게 가맹본부 차원에서 인터넷 저가 판매를 실시하거나 방치한 사실이 없다”고 말했다. 오히려 무분별한 인터넷 저가 판매를 점검관리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한 신고인 중에도 인터넷 저가 판매를 한 사례가 있다는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본사 측은 “신고인 스스로 인터넷 저가 판매를 자행하고 가맹본부에 그 탓을 돌리는 것은 쉽게 납득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어 가맹점주와 상생하기 위한 노력을 지속할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본사 측은 “가맹정 협의체와는 신뢰를 바탕으로 정기적인 소통을 통해 상생협력 관계를 지속적으로 구축해나가겠다”고 말했다.

한편 LG생활건강은 2009년 11월 어피니티 코리아와 창업주 정운호 회장으로부터 4200억원에 더페이스샵을 인수했다. 지난 8월 LG생건 대규모 기업 진단 현황 공시에 따르면 LG생건은 더페이스샵 보통주 203만6352주를 보유하며 지분율 100%를 확보하고 있다.

김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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