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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스경제=김솔이 기자] LG전자가 올해에도 ‘상고하저(上高下低) 흐름’을 피해가지 못했다. 1분기 1조원을 돌파했던 영업이익은 2분기와 3분기 연속으로 감소했다. 향후 실적 역시 악화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증권가에서는 LG전자 주가에 대한 눈높이를 내리고 있다.

2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LG전자는 지난 26일 전 거래일 대비 1600원(2.55%) 내린 6만1100원에 장을 마쳤다. 지난 3월 22일 기록했던 연고점(11만4500원)보다 46.6%나 하락한 수준이다. 주가는 3월 이후 꾸준히 내리막을 걷고 있다.

◆ H&A 외 주력 사업부 실적 부진

LG전자는 지난 25일 3분기 연결기준 매출이 지난해 동기 대비 1.3% 늘어난 15조4270억원, 영업이익이 45.1% 증가한 7488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증권사들이 추정한 시장 예상치(매출 15조9060억원·영업이익 7917억원)를 밑도는 수준이다. LG이노텍을 제외하면 매출은 같은 기간 3.9% 감소한 13조3674억원, 영업이익은 30.2% 늘어난 6317억원이었다.

영업이익의 경우 올 1분기 1조1100억원을 기록하며 9년 만에 ‘1조 클럽’에 진입했으나 2분기 7700억원으로 줄었고 3분기 역시 감소세를 피하지 못했다.

홈어플라이언스앤에어솔루션(Home Appliance & Air Solution·H&A) 사업부는 지난 여름 폭염에 따른 에어컨 판매가 증가, 건조기·신성장 제품의 판매 호조 등으로 양호한 실적을 기록했다. 그러나 홈엔터테인먼트(Home Entertainment·HE) 사업부는 월드컵, 아시안게임 등이 상반기에 열리면서 하반기 TV 수요가 감소한 데다 중남미 지역의 경기침체로 매출이 줄었다. 신흥국 환율이 약세인 점도 수익성을 악화시켰다는 분석이다.

모바일커뮤니케이션(Mobile Communications·MC) 사업부 실적의 경우 신규 중저가 제품 출시에도 스마트폰 판매량이 증가세가 미미해 적자폭을 줄이는 데 그쳤다. 전장 부품(Vehicle Components·VC) 사업부는 지난 8월부터 ZKW가 연결 실적으로 반영됐지만 기존 수주 부품의 가격 하락과 물량 감소로 적자가 지속됐다.

박형우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연결 자회사 LG이노텍을 제외하면 주력 사업부들은 다소 아쉬운 실적”이라며 “TV 시장 경쟁 심화와 스마트폰 산업 성장 정체로 HE·MC 사업부 매출이 감소했고 VC 사업부는 ZKW의 이익 기여도가 미미했다”이라고 평가했다.

◆ 4분기 실적 악화 계속될 전망

4분기 사업 환경 역시 녹록치 않다. 미·중 무역분쟁, 신흥국 금융불안 등 대외 악재가 이어지면서 LG전자 실적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고 있다. 특히 중남미 등 신흥 시장에서는 경기 침체와 환율 약세로 TV·가전 수요가 부진할 전망이다.

HE 사업부의 경우 경쟁 심화에 따라 마케팅 비용이 크게 증가할 가능성이 높다. 또 OLED 패널 판가 인상 효과도 점차 실적에 반영될 것으로 보인다. MC 사업부와 VC 사업부의 경우 적자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증권가에서는 LG전자 실적 전망치를 하향 조정하고 있다. NH투자증권은 4분기 연결기준 영업이익 전망치를 기존 5100억원에서 4800억원으로 내렸다. 고정우 연구원은 “통상 LG전자의 4분기 실적은 이익 변동성을 보이는데 거시 변수까지 나타나면서 4분기 실적 가시성이 더 낮아질 것”며 “MC 사업부 실적 개선이 어렵고 VC 사업부 또한 당분간 영업적자가 계속될 것으로 보여 4분기 실적 구조가 예상보다 취약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 LG전자 목표주가 줄줄이 하향 조정

특히 실적 부진 전망에 따라 IBK투자증권·신한금융투자·하나금융투자 등 주요 증권사 9곳이 LG전자에 대한 목표 주가를 일제히 하향했다.

권성률 DB금융투자 연구원은 “4분기 H&A 사업부의 비수기 진입과 MC 사업부 부진을 감안하면 LG이노텍을 제외한 LG전자의 영업이익은 3분기의 절반 수준에 그칠 것”이라며 “MC 사업부와 VC 사업부의 실적 모멘텀이 부재해 역대 최저 수준에 근접한 밸류에이션 지표 매력이 부각되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고 연구원은 “실적 변동성이 커지면서 당분간 주가가 지지부진할 전망”이라며 “거시 변수가 완화되면서 실적 개선 가시성이 높아질 때 투자심리가 개선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하반기 실적 악화 전망이 이미 주가에 반영된 만큼 추가 하락 정도가 제한적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3개월간 LG전자 주가는 실적 우려, VC 사업부 관련 소문, MC 사업부 적자 등에 따라 22% 하락했으나 현재 가격 매력이 두드러져 추가 하락 위험이 제한적”이라며 “내년 1분기 실적 개선을 염두에 둔 대응 전략이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김솔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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