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수천만원 호가하는 프리미엄 브랜드, 불황에도 수요 증가
중국산 가성비 브랜드 해외직구도 늘어

[한스경제=허지은 기자] 직장인 강상우(31)씨는 최근 ‘강남 냉장고’로 유명한 ‘스메그(SMEG)’냉장고를 샀다. 용량이 256ℓ에 불과하고 4도어도 아닌 1도어인 스메그 ‘FAB28’의 가격은 260만원. 적지않은 가격이지만 강 씨는 “신혼집 입주를 앞두고 이왕이면 예쁘고 좋은 제품을 사고 싶었다. 디자인으로 유명한 제품이라 주방에 두기만 해도 인테리어에 도움이 된다”고 밝혔다.

가전시장에 고가의 프리미엄 라인이 범람하고 있다. 국내 가전시장이 성숙기에 접어들며 기업들이 프리미엄을 표방한 제품으로 출구를 찾고 있어서다. 반면 가격이 저렴한 대신 높은 만족도를 주는 가성비 제품으로 ‘소확행(작지만 확실한 행복)’을 찾는 이들도 늘고 있다. 가전시장에 제품 양극화가 뚜렷해지고 있는 것이다.

'강남 냉장고'로 유명한 이탈리아 스메그(SMEG)의 주력 냉장고 제품인 'FAB28'은 1도어에 용량도 276ℓ 에 불과한 소형 냉장고지만 가격은 250만∼400만원을 호가한다./사진=스메그

◆ 냉장고 하나에 4000만원…초(超) 프리미엄 가전의 세계

26일 가전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최근 프리미엄 가전 라인을 강화하고 있다. 지난 9월 열린 유럽 최대 가전 전시회 ‘IFA 2018’과 27일 폐막한 국내 최대 전자·IT 전시회 ‘2018 한국전자산업대전(KES 2018)’에서 양 사는 프리미엄 라인으로 부스를 꾸미고 관람객들을 맞았다.

삼성전자 ‘셰프컬렉션’과 LG전자 ‘시그니처 키친 스위트’등 프리미엄 라인의 가격은 보급형 가전의 수 배에 이른다. 프리미엄 라인의 냉장고와 오븐, 인덕션, 식기세척기 등으로 주방을 채우려면 최소 5000만원 이상이 든다. 프리미엄 가전의 강자인 독일 밀레, 가게나우, 아에게(AEG), 스웨덴 일렉트로룩스, 이탈리아 스메그 등 유럽 브랜드의 경우 단일 제품만 수천만원을 호가하기도 한다.

삼성전자가 2017년 9월 폴란드 수도 바르샤바에 개설한 최고급 빌트인 제품 쇼룸 ‘쿡 스토리 바이 삼성(Cook Story by Samsung)’의 모습./사진=삼성전자

업계에서는 프리미엄 가전 시장 확대는 ‘삶의 질’에 대한 관심 증가 때문으로 분석하고 있다. 불경기에도 필요한 것에는 확실히 지갑을 여는 소비 트렌드가 생겨났다는 것이다. 가전업계 관계자는 “가격이 비싸더라도 성능과 디자인이 우수하고 오래 쓸 수 있는 제품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며 “프리미엄 라인의 경우 불황에 덜 민감하다는 것도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 ‘가성비’제품으로 ‘소확행’ 찾으려는 움직임도

가성비 가전시장의 강자는 중국 브랜드다.‘대륙의 실수’로 불리는 샤오미를 비롯해 중국최대 가전업체 하이얼, 최근 애플을 제치고 세계 스마트폰 시장 2위로 도약한 화웨이 등이 대표적이다. 샤오미 로봇청소기 ‘Qoo10’, 공기청정기 ‘미에어(Mi Air)’, 화웨이 비와이(Be Y) 등의 가격은 20~40만원대로 국내 제품보다 절반 이상 저렴하다.

화웨이 '비와이폰3(Be Y 3)'은 노치디자인과 얼굴 인식 잠금 해제, 아웃포커싱이 가능한 듀얼 카메라를 탑재했지만 출고가는 33만원에 그친다./사진=KT

국내에서는 이러한 가성비 제품의 ‘직구’가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관세청에 따르면 올 상반기 해외직구 중 중국산 전자제품 직구는 88만2000건을 기록, 지난해 연간 직구 규모(88만건)를 이미 넘어섰다. 중국산 무선진공청소기는 1년새 수입 건수가 8배 이상 늘었고 공기청정기도 2배 이상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가전업체 관계자는 “가전시장이 포화상태에 이르면서 프리미엄 가전과 가성비 가전은 기업의 생존전략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중국 후발주자와 유럽 프리미엄 브랜드 사이에서 국내 가전업체의 경쟁은 더 치열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허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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