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유명 스트리머, 게임 실황 영상 인기몰이
정작 게임사는 판매 저조로 '파산'하기도
"게임 실황 효과 없다" vs "실황은 하나의 게임 문화" 갑론을박

[한스경제=허지은 기자] 

대학생 박동규(26)씨는 잠들기 전 유튜브에서 게임 실황 영상을 보는 것이 취미다. 갓 발매된 신작 게임에서부터 고가의 게임기기가 없으면 할 수 없는 게임까지. 게임 실황을 통해 게임을 직접 하는 기분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박 씨는 “실황 영상을 보면 굳이 게임을 사서 하지 않아도 대신 하는 기분이 든다. 게임 스트리머들의 재치가 더해져 보는 재미까지 있다”고 말했다.

주말동안 ‘게임 실황 논란’이 SNS를 뜨겁게 달궜다. SNS에는 박 씨와 같은 게임 실황을 즐겨보는 이를 지적하는 글과 이를 다시 반박하는 글이 한데 섞여 갑론을박이 펼쳐졌다. ‘게임 실황이 게임 산업에 독이 된다’는 주장과 ‘오히려 2차 콘텐츠를 생산해 중소 게임사에겐 홍보 효과가 크다’는 의견이 충돌했다.

게임 실황이란 게임 플레이 영상을 촬영한 영상으로 유튜브(Youtube), 트위치(Twitch) 등 개인방송 플랫폼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콘텐츠다. 주로 게임의 시작부터 엔딩까지 모든 장면을 담고 유명 스트리머의 게임 실황의 경우 수백만의 조회수를 기록하며 높은 인기를 얻는 중이다.

게임 실황 논란은 실황 영상이 실제 게임 구매를 방해할 수 있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 유명 스트리머의 게임 실황을 본 이들이 게임을 직접 구매하지 않고, 이는 게임사 수익 감소로 이어져 악순환이 반복된다는 것이다. 실제로 스토리게임으로 유명세를 탄 한 게임 제작사가 자금난에 문을 닫기로 결정하면서 이 같은 의식은 커지는 모양새다.

지난 5일 ‘워킹데드’, ‘더 울프 어몽 어스’ 시리즈 제작사로 유명한 텔테일게임즈가 사실상 폐업을 선언했다./사진=텔테일게임즈

◆ 스토리게임 명문 게임사 폐업…’실황 몸살’에 몸져누웠나

지난 5일 ‘워킹데드’, ‘더 울프 어몽 어스’ 시리즈 제작사로 유명한 텔테일게임즈가 사실상 폐업을 선언했다. 지난달 직원 90%를 해고한 데 이어 이날 남아있던 25명도 퇴출 조치하며 남은 인력을 모두 정리했다. 선택지에 따라 내용이 달라지는 게임 방법으로 ‘스토리게임 명문’으로 통했던 텔테일의 파산에 게임 유저들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 했다.

텔테일은 철저히 ‘스토리’에 집중한 게임을 만들어왔다. 만화 같은 그림체에 독특한 분위기와 스토리가 더해져 텔테일만의 고유한 아이덴티티를 만들었다며 호평을 받았다. 국내에서는 유튜브 등에서 유명 스트리머들의 게임 실황 영상이 인기몰이를 하며 화제를 끌었다.

문제는 스트리머의 게임실황이 스포일러가 될 수 있다는 점이다. 특히 히든엔딩이나 스토리 반전 등으로 유명세를 탄 게임일수록 사전에 스토리가 노출되는 것은 게임의 재미를 반감시킬 만큼 치명적이다. 파산을 선언한 텔테일의 게임 역시 스토리에 강점이 있는 만큼 실황 영상의 직격탄을 맞았을 거라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텔테일게임즈에서 내러티브 디자이너로 활동한 레첼 네크로노엘리콘(Retchel Necronoelicon)은 해고 직후 트위터를 통해 "텔테일게임즈의 많은 엔지니어, 아티스트, 시네마틱 아티스트, 프로그래머, 작가들이 일할 기회를 찾고 있다"고 호소했다./사진=트위터

◆ “게임 실황, 홍보 효과 크다”지만 …흥행 담보 못 해

스트리머들은 스토리게임 실황이 게임사 수익에 도움이 된다고 항변하고 있다. 실황을 통해 어떤 게임인지 사전에 엿볼 기회를 제공할 뿐 아니라 플레이스테이션(플스) 등 고가의 게임장비가 없어 게임을 할 수 없는 이들에겐 대리 경험의 기회로 작용한다는 것. 이를 통해 구매 욕구가 생기면 실제 구매로 충분히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게임 스트리머는 “게임사 측에서 신작이 발표되면 스트리머에게 먼저 게임을 제공하기도 한다”며 “게임사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면 굳이 그런 수고를 감수할 이유가 없지 않겠느냐”고 지적했다. 그는 “평소 방송을 보고 실제로 게임을 구매했다는 개인 메시지를 자주 받는다. 게임사 파산의 화살을 스트리머에게 돌리는 건 아니라고 본다”고 말했다.

그러나 게임 실황의 흥행이 꼭 게임 판매 흥행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안드로이드와 미래 도시를 바탕으로 감각적인 스토리를 선보인 플스 게임 ‘디트로이트 비컴 휴먼(Detroit become human·디비휴)’의 경우 유명 스트리머의 실황 영상을 중심으로 큰 인기몰이를 했으나 게임 판매량은 예상보다 저조한 150만장에 그쳤다.

감각적인 스토리를 선보인 플스 게임 '디트로이트 비컴 휴먼'의 경우 '전세계 4% 엔딩', '0% 엔딩' 등 히든 엔딩까지 유튜브를 통해 모두 확인할 수 있다./사진=유튜브 캡쳐

게임 ‘디아블로3’와 ‘언차티드’ 시리즈의 작가로 참여했던 에이미 헤닉(Amy Hennig)은 과거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스토리 기반의 게임에 있어서 사람들은 꼭 게임을 구매하지는 않는다. 그들은 그저 누군가가 플레이하는 것을 온라인으로 지켜볼 뿐이다”라고 밝혔다. 스토리게임의 실황 영상이 반드시 판매 흥행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게임 커뮤니티에서는 “스토리게임은 유명 스트리머가 게임해주면 유명해지기는 하는데 실제 판매현황에 도움이 되지는 않는 것 같다”, “디비휴 유튜브 조회수를 고려하면 500만장은 팔려야 하는데 실상은 150만장 뿐”, “유튜브에 스토리 엔딩 수십개가 뜨는데 실제로 구입해서 엔딩을 보려는 사람이 몇이나 되겠느냐” 등의 의견이 줄을 이었다.

◆ “실황 금지” 내거는 게임사들…”실황도 하나의 문화” 해석도

실제로 몇몇 게임 제작사는 게임 실황 영상을 보이콧하고 나섰다. 일본 제작사 코에이 테크모와 5pb의 경우 실황 영상을 엄격하게 금지해 이들 제작사의 게임을 올린 스트리밍 채널은 손해 배상 청구 등의 소송에 휘말릴 수도 있다. 실제로 일본 제작사 캡콤의 ‘역전재판’ 시리즈의 실황을 올린 한 유명 스트리머는 저작권 문제로 해당 영상을 채널에서 삭제하기도 했다.

플레이스테이션(플스) 게임 대부분에 적혀있는 '공공 상영, 공공 상연, 공공 전시' 금지 문구

게임 실황과 관련한 법적 문제도 석연찮다. 현재 발행되는 플스 게임 대부분에는 ‘본 소프트웨어(제공된 모든 저작물 포함)의 전체 또는 일부를 허가없이 복사, 복제, 개조, 각색, 공공 상영, 공공 전시, 공공 유포, 공공 송신(방송 뿐만 아니라 케이블 통신, 유선 주파, 인터넷상에서 발생 가능한 전송 및 송신을 포함) 및 대여는 저작권에 의해 제한되고 금지된다”고 적혀 있다.

일각에선 게임 실황이 하나의 문화로 자리잡았다는 분석도 나온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게임 실황은 최근 게임업계에서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잡았다”며 “게임을 직접 즐기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의 플레이를 보기만 하는 것도 새로운 마케팅 활로가 돼 선택지가 많아지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고 말했다.

허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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