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사용설명서] ‘네’, ‘넵’ 항상 어려운 카톡 답변...어떻게 해야 할까
[회사 사용설명서] ‘네’, ‘넵’ 항상 어려운 카톡 답변...어떻게 해야 할까
  • 박재형 기자
  • 승인 2018.10.30 1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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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스경제=박재형 기자] 취업시즌이다. 사상 최악의 취업난을 뚫고 입사한 사회초년생들은 회사에서도 높은 문턱에 직면하게 된다. 바로 '사회생활'이라는 신세계다. 그중 회사내 생활은 직장인으로 안착하는 데 상당히 중요한 요인이 된다. 신입사원들이 실제 회사 내에서 부딪치는 상황들과 그에 맞는 대처 방안, 방향을 제시해 그들의 고민을 어느 정도 덜어 줄 수 있는 일종의 ‘회사 사용 설명서’를 권하고자 한다.

◆그들만의 다양한 카톡 노하우

‘카카오톡’은 2010년 출시된 이후 대한민국의 커뮤니케이션 문화와 라이프스타일을 크게 변화시켰다. 카카오톡은 출시와 함께 통화와 문자에 의존하던 휴대전화 소통 문화를 바꾸고 우리 생활에서 없어서는 안 될 ‘스마트폰 어플리케이션’으로 자리잡았다.

직장생활에도 카카오톡이 차지하는 비중은 높다. 각 구성원 간의 개인대화를 비롯해 ‘부서 단체 카톡방’, ‘동기 카톡방’ 등 다양한 카톡방이 만들어져 대화가 끊이지 않는다.

상사와의 대화나 업무지시도 카카오톡을 통해 자주 이뤄진다. 상사와의 대화는 항상 어렵다. 얼굴을 맞대고 하는 대화에는 표정과 몸짓을 달리해 같은 내용도 다른 느낌으로 전달할 수 있지만 메시지는 다르다. 글자에 감정을 담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혹시 실수를 하지 않을까’ 하는 긴장된 마음으로 스마트폰을 잡은 자세가 나도 모르게 꼿꼿해진다. 이에 다년간 직장생활을 해온 직장인들에게 상사와 카톡 대화에서 어떤 식으로 답을 하는지 물었다.

기본적인 답변에 대한 반응은 직장인마다 제각각이었다. 다만 가장 많은 대답은 ‘네’, ‘넵’, ‘네 알겠습니다’라는 3가지 답변을 번갈아가며 쓴다는 것이었다. 상사의 말이 계속 이어지는데 한 가지 대답으로만 일관하면 ‘무성의’해 보인다는 것이 이유였다.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유형별로 대답을 세분화하는 경우도 있다. 유통 대기업에 5년간 재직한 직장인 A씨(30)는 “무언가를 시켰을때는 ‘넵’을 쓰고 그냥 나를 부르는 경우에는 ‘네네’를 쓴다”며 “정해진 패턴으로 대답하는 것이 습관이 돼 이제는 당연한 듯 각 상황에 맞춰 자연스럽게 대답이 나온다”고 말했다.

대답을 하면서 호칭을 붙이는 이들도 있다. 중견기업 입사 7년차 직장인 B씨(35)는 “답변을 하면서 ‘네 알겠습니다 팀장님’처럼 상대방에 대한 호칭을 붙인다”며 “특별한 이유는 없지만 내가 상사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호칭을 붙여서 답변하는 게 기분이 더 좋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답변 끝에 ‘느낌표’를 항상 붙여서 대답하는 유형도 있다. 입사 3년차 C씨(33)는 “느낌표를 붙이면 강조를 하는 느낌이 드는 것 같다”며 “상사의 카톡에 더 집중하고 있으며 잘 알아들었다는 것을 나타내는 것이다”고 말했다.

극존칭에 익숙해진 직장인도 있다. 대기업에서 비서로 4년간 일했다는 직장인 D(30)씨는 “카톡을 할 때 ‘다름이 아니오라’, ‘반영해주십사’와 같은 표현들을 덧붙인다”며 “친구들은 조선시대 사람들이랑 일하냐고 놀리지만 이런 표현들을 좋아하는 상사들이 있어 괜히 밉보이는 것보다 공손한 게 나을 거라고 생각한다”고 말하며 웃었다.

이 밖에 ‘네넵’, ‘넵넵!’과 같은 답변 유형도 있었다. ‘네’는 딱딱하고 ‘넵’은 너무 가벼운 것 같아 이를 혼합해 ‘네넵’으로 쓴다는 것이다.

개인 간의 대화뿐만 아니라 단체 카톡방에서 일어나는 대화에 대한 고민도 있다. 공공기관 근무 5년차인 E씨(31)는 “단체 카톡방에서 대화할 때도 눈치를 보는 경우가 많다”며 “상사가 말을 하면 가장 먼저 답변을 한 사람이 장문의 답변을 쓰는 경우가 있는데 그럴때면 ‘나는 어떤 말을 해야 하나’ 고민이 시작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하루는 부서장이 아침에 갑자기 병원에 들러 출근이 늦을 것 같다고 메시지를 보낸 적이 있었다”며 “한 직원이 온갖 ‘미사여구’를 동원해 상사의 건강을 걱정하는 말을 시작하자 다른 직원들이 줄지어 말을 이어갔고 어떤 식으로 답변을 해야 할 지 ‘식은땀’을 흘린 기억이 있다”고 말했다.

◆답변 보는 상사들은 어떻게 생각할까

하급자의 답변을 듣는 위치에 있는 이들에게 젊은 직장인들의 생각을 전달하고 평소 느꼈던 바를 물었다. 대답을 하는 이들의 생각이 다양한 만큼 듣는 이들의 생각도 제각각 달랐다. 부장 직급의 F씨(50)는 “‘네’라고 대답하면 기운이 없는 것 같고 ‘네네’는 성의 없다는 느낌이 들 때가 있다”며 “나이가 비슷한 직장 동료나 친구들에게 텍스트 메시지에 큰 의미를 부여하지 말라는 충고를 듣기도 한다”고 밝혔다.

반면 부하직원들의 대답에 감흥이 없었지만 대답이 순차적으로 돌아가면서 반복되는 것을 느낀 후부터 더 집중해서 보고 있다는 이들이 있다. 15년차 직장인 G씨(45)는 “‘네’나 ‘넵’ 모두 똑같이 ‘알겠다’는 표시 일 뿐 아무 느낌이 없었다”며 “오히려 부하직원들이 답변을 다양하게 계속 하다 보니 ‘다음에는 무슨 답변을 할까’ 궁금할 때가 있다”고 말했다.

부하직원과 카톡으로 대화를 나누다 자신이 ‘꼰대’가 된 것 같다고 느끼는 경우도 있다. 대기업 10년차 과장 H씨(37)는 “후배 직원들이 카톡을 보내면 최대한 아무렇지 않게 생각하려고 해도 가끔씩 거슬릴 때가 있다”며 “받아들이는 제가 의도를 오해하는 거라고 생각해 별 다른 내색은 하지 않지만 내가 점점 나이가 들면서 고지식하게 변해가는 것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한다”고 아쉬워했다.

별 것 아닌 사소한 것 하나에도 울고 웃는 것이 직장생활인가보다. 오늘도 고작 메시지 몇 글자에 많은 고민과 함께 상사에게 ‘예의’를 담아 ‘존중’을 표하며 하루 하루 내공을 쌓아가고 있는 많은 직장인들이 대단할 따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