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스포츠경제=최지윤 기자] 배우 조현재는 극혐 캐릭터를 자처했다. SBS 종영극 ‘그녀를 믿지 말아요’(그녀말)에서 겉으로 보기에는 완벽한 앵커이자 재벌가 아들이지만, 아내에 폭력을 일삼는 사이코패스 강찬기 역을 맡아 열연했다. ‘용팔이’ 이후 3년 만에 컴백한 조현재는 더 극악한 캐릭터로 변신을 시도했다. “악역이 매력적”이라면서도 “이렇게 치졸할 줄은 몰랐다”고 웃는 조현재. 리즈시절은 2002년 드라마 ‘러브레터’ 때라며 “당시 아역을 맡은 유승호를 보면 추억에 젖곤 한다”고 했다.
 
-‘용팔이’ 이후 3년간의 공백기를 가졌다.
“배우의 숙명 같다. 휴식 없이 1년 내내 일하기도 하고, (공백기가) 본의 아니게 길어지기도 한다. 이번에는 준비하던 작품이 늦춰지면서 일 년 반이 훌쩍 지나갔다. 그래서 조금 더 새로운 캐릭터를 보여주고 싶었다. 무엇보다 ‘그녀말’은 호평이 많아서 행복했다. 캐릭터 심리가 복잡해서 연기하기 쉽지 않았는데, 시청률도 높게 나오고 결과물이 좋으니 지금까지 힘들었던 게 싹 날아갔다.”
 
-폭력남편에 소시오패스 캐릭터 어떻게 접근했나.
“감독님이 ‘강찬기는 전형적인 악역의 느낌이 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어떻게 좀 더 다르고 섬세하게 표현할까 고민했다. 특히 사이코패스와 소시오패스에 대한 연구를 많이 했다. 우리나라에서 문제가 되는 데이트폭력과 가정폭력 관련 기사도 많이 찾아봤다. 강찬기는 유전적 요인도 있지만 후천적으로 인격 장애가 형성된 인물이다. ‘내가 잘 못 키웠다’는 어머니의 대사에서 알 수 있듯이 잘못된 착각 속에 살아가는 인물이라는 걸 표현했다. 뉴스 보도 장면도 실제 아나운서처럼 보이기 위해 전문가에 레슨을 받았다.”

-‘용팔이’ 한도준 보다 더 극악한 캐릭터였다.
“배우로서 악역을 한다는 자체가 매력적이라고 생각했다. 사실 어렸을 때는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아서 서른 중후반이 돼서야 악역에 도전하게 됐다. 그런데 이렇게 치졸하고 야비할 줄은 몰랐다(웃음). 내가 치열하게 연구하고 고생하면 반대로 시청자들은 즐거움을 느끼고 작품이 잘 되는 경우가 많더라. 극과 극을 표현하는 게 재미있었다.”

-김재원과 90년대 꽃미남 배우로 활약했는데.
“재원 씨가 나를 기억하고 있더라. ‘러브레터’ 다음 작품이 ‘로망스’였다. 내가 데뷔는 빠르지만, 재원 씨가 ‘로망스’로 먼저 스타덤에 올라갔다. 같은 시대를 함께 보냈는데, 다시 만나서 연기하는 게 좋았다. 첫 영화 ‘스캔들 조선남녀상열지사’에 함께 출연한 이미숙 선배와도 재회해 많은 힘이 됐다.”
 
-리즈 시절은 ‘러브레터’ 때인가.
“‘러브레터’ 때 사람들이 ‘남자지만 청순하다’고 했다(웃음). 신부 역할을 맡았는데 눈물 연기가 많아서 선하고 여리여리하게 보더라. 유승호를 보면 그 때가 생각난다. ‘러브레터’ 때 내 아역이었는데, 승호가 성장한 모습을 보면 옛날 생각이 많이 난다. 내가 군대 가기 전 한 식당에서 우연히 만났는데, 키가 엄청 크고 꽃미남으로 잘 성장했더라. 가끔 옛 추억을 떠올리면 회상에 잠긴다.”

-스스로 생각하는 매력은.
“성형을 안 했다는 게 가장 큰 매력이다.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웃음). ‘너무 늙었다’는 댓글이 있던데, 처음 봤을 때 조금 섭섭했지만 당연한 거 아니냐. 난 나이 먹는 게 좋다. 그 나이대로 보이는 게 좋고 잘 늙고 싶다. 굳이 성형을 하거나 어려지고 싶지 않다. 이제 연륜 있는 아저씨 같은 역할이 어울리지 않을까. 지금 나이에 표현할 수 있는 멜로도 욕심난다. 지인들은 ‘조직의 보스나 깡패 역할이 잘 한다’ ‘코믹 연기도 해봐라’고 조언한다. 개인적으로 밝은 장르도 해보고 싶다. 아직도 안 해본 게 정말 많다.”

 
-결혼 후 달라진 점은.
“결혼 후 늘 옆에 이야기 할 사람이 있다는 게 좋더라. 친구가 많은 타입도 아니고, 모임에 나가는 성격이 못 돼 혼자 다니는 게 익숙하다. 결혼을 하고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이 좋아서 자식도 많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아내에게 일부러 시나리오도 읽어보라고 한다. 작품 결정은 내가 하지만 대중의 시선이 어떤지 알고 싶어서다. 결혼 후 바로 ‘그녀말’ 촬영에 들어가서 아내와 밥 한 끼 같이 먹기도 힘들었다. 5년간 연애해서 신혼 느낌보다 일상처럼 편안하다. 아무래도 직업상 나에게 포커스가 맞춰지고, 일상생활을 못해 힘들 텐데 아내가 불평하는 타입이 아니다. 많이 이해해줘서 고맙다.”
 
-곧 데뷔 20주년이다.
“세월에 대한 감각이 없어졌다. 현장에 가면 스태프들도 나보다 어린 분들이 많아서 ‘내가 나이 먹고 있구나’ 느낀다. 드라마 ‘카이스트’로 연기자 첫 데뷔를 했는데, 이 세상의 욕이란 욕은 다 먹었다.(웃음) 인터넷이 지금처럼 활성화 되지 않았는데도 연기력 비난이 엄청났다. 지금 돌아봐도 국어책 읽는 수준으로 말도 안 되게 연기했다. 당시 너무 떨리고 연기가 어려웠는데 묵묵히 이 길을 걸어왔다. 20대 후반부터 변화에 대한 욕구가 커졌다. 영화 ‘GP506’(2007)을 택하면서 거절한 작품들이 대박 났다. 당시 명성과 부만 생각하면 후회할 수도 있지만 오히려 배우 생활을 천천히 바라보면 아깝지 않다.”
 
사진=웰스엔터테인먼트 제공

최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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