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정의선 "스마트 모빌리티 솔루션 업체로 전환하겠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총괄부회장이 지난달 인도에서 열린 '무브 서밋'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현대차그룹 제공

[한스경제=박대웅 기자] 현대자동차의 3분기 영업이익이 4분의 1토막났다. 현대차는 지난해 3분기 1조2042억 원이던 영업이익이 올 3분기 2889억 원으로 쪼그라들었다고 지난 25일 밝혔다. 외환위기 직후인 1999년 수준이다.

기아자동차도 부진한 실적을 전했다. 기아차는 26일 올 3·4분기 매출은 14조743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0.2% 줄었다고 발표했다. 비록 영업이익은 1173억 원으로 흑자전환했고, 당기순이익도 2978억 원으로 흑자로 돌아섰지만 시장이 기대한 2000억~3000억 원 수준을 훨씬 밑돈다. 현대차그룹이 어닝쇼크에 빠진 셈이다.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에서 정의선 현대차그룹 총괄수석부회장으로 경영권 승계과정에 있는 현대차그룹은 정 수석부회장이 지난달 14일 현대차그룹 총괄수석부회장에 오른 지 한 달 여 만에 중대 고비를 맞았다. 위기의 자동차산업에서 세계 5위의 완성차 업체의 수장인 정 수석부회장이 내놓을 해법이 주목 받고 있다.

정의선 선택 #1. '인적쇄신'

정 수석부회장은 우선 인적 쇄신 카드를 꺼냈다. 29일 고성능사업부장인 토마스 쉬미에라 부사장을 상품전략본부장에 임명하는 등 제품과 디자인, 미래 신기술 등 주요 부문의 임원 인사를 단행했다. 현대차그룹의 올 3분기 '어닝 쇼크'가 대규모 리콜 등 부품 하자 등에서 비롯된 만큼 품질 관리에 대한 재점검과 관련 조직을 쇄신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인사카드는 단순한 시작에 불과하다. 어닝 쇼크를 어닝 서프라이즈로 바꾸기 위해 정 수석부회장이 풀어야 할 숙제는 산적하다. 경영권 승계과정에서 불거진 판매부진과 표류하는 지주회사화 추진 그리고 대대적인 변화와 품질혁신 요구, 구조조정, 친환경차량 개발강화, 노사화합, 공격적 마케팅 등 정 수석부회장이 넘어야 할 산은 높고 험하다.

여기에 대외 환경도 좋지 않다. 2016년 불거진 시진핑 정부의 사드보복으로 현대차의 중국 판매량은 반토막 났고, 여전히 회복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또 최대 자동차 시장인 미국에서도 일본의 양적완화에 따른 엔화 약세와 원화 강세로 도요타에 밀리는 모양새다. 브라질과 터키 등 신흥국의 통화가치 하락에 따른 부진도 현대차그룹에 악재다.

정의선(오른쪽) 현대차그룹 수석총괄부회장이 자오용 딥클린트 CEO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현대차그룹 제공

때문에 제2의 창업에 준하는 정 수석부회장의 강력한 리더십과 해법이 절실하다는 목소리가 설득력을 얻고 있다. '정의선 리더십'의 핵심은 단연 혁신이다. 정 수석부회장은 지난달 7일 인도 뉴델리 비자얀바반에서 열린 '무브(MOVE) 글로벌 모빌리티 서밋'(이하 무브 서밋)에서 '정의선식 혁신 경영'의 밑그림을 제시했다.

정의선의 선택 #2. 스마트 모빌리티 솔루션 전환 

정 수석부회장은 "현대차를 자동차 제조업체에서 스마트 모빌리티 솔루션 제공 업체로 전환하겠다"고 말했다. 스마트 모빌리티(Smart mobility)는 첨단 기술을 융합한 이동 수단을 뜻하는 말로 정 수석부회장이 현대차그룹을 자동차를 포함한 다양한 첨단 이동수단의 하드웨어 및 소프트웨어 기술을 제공하는 업체로 재정의하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기존의 제조업 틀에서 벗어나 혁신을 선도하는 기업으로 변모하겠다는 의지다.

또 무브 서밋 기조연설에서 정 수석부회장은 스마트 모빌리티 솔루션 업체 전환을 위한 3대 전략도 제시했다. ▲친환경 이동성(Clean Mobility) ▲자유로운 이동(Freedom in Mobility) ▲연결된 이동(Connected Mobility)이다. 정 수석부회장은 "이동수단의 혁신적인 변화는 우리 생활뿐만 아니라 환경과 에너지 문제를 동시에 개선할 수 있는 수단"이라며 "현대자동차는 도시-농촌, 현실-상상, 사람-사람을 연결하는 매개체가 되겠다"고 말했다.

실제 정 수석부회장의 행보도 이런 맥락과 궤를 같이 한다. 정 수석부회장은 1월 미국 소비자가전쇼(CES)를 방문한데 이어 3월 뉴욕모터쇼, 4월 베이징모터쇼를 참관했다. 이 과정에서 현지 주요 생산시설을 시찰하고 판매 전략을 정비했다. 또한 다양한 글로벌 인사와 접촉도 늘렸다. 정 수석부회장은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 척 로빈스 시스토 CEO, 암논 샤슈아 모빌아이 CEO 등 미래차 선도기업의 중요 인사들과 만났다.

2000년 100만 대 생산체제를 갖춘 세계 10위권 밖의 자동차 업체로 현대그룹에서 분리한 현대차는 정몽구 회장의 리더십 아래 연 800만 대 세계 5위의 글로벌 완성차 브랜드로 성장했다. 이제 공은 정 수석부회장에게 넘어갔다. 정 수석부회장은 그가 선택한 '혁신 경영'과 '스마트 모빌리티 솔루션'으로의 전환을 통해 현대차그룹의 실적부진을 만회해야만 하는 첫 시험무대에 올랐다.     

박대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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