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정부 1일부터 1조원 긴급지원

자동차 부품 업계 "만기 대출부터 연장해야"
로봇팔이 레일 위 차량에 용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스경제=박대웅 기자] 연산 800만 대, 세계 5위의 글로벌 완성차 브랜드인 현대자동차그룹의 1차 협력 업체도 국내 자동차 부품 산업을 근간부터 흔드는 '돈맥경화'에 부도를 걱정해야하는 처지로 전락했다.

국내 자동차 부품 업체들은 잇따른 악재에 장탄식을 쏟아내고 있다. 올 3분기 현대·기아차 등 완성차업체의 '어닝쇼크' 및 한국GM, 르노삼성, 쌍용차 등 법인분리로 인한 '한국철수설' 그리고 임단협 타결 실패 등 숱한 비보로 깊은 좌절감을 빠진 상태다. 업계는 자동차 부품 산업이 뿌리부터 흔들리고 있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과거 현대·기아차의 1차 협력 업체는 준(準) 재벌에 속했지만 이제 옛말이다. 실제로 지난해 1834억 원의 매출을 올렸던 현대차 1차 협력업체 리한은 주문량 감소와 리콜까지 겹치며 결국 지난달 산업은행에 워크아웃(기업구조개선)을 신청했다.

리한 이외에도 최근 들어 급격한 실적 악화에 시달리는 현대차 1차 협력 업체는 많다. 자동차 시장이 호황이던 2012년 매출 1조6261억 원을 기록했던 자동차 섀시와 차체 주요 부품 공급 업체 화신은 지난해 228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올 1분기에도 169억8731억 원의 영업손실을 봤다. 자동차 도어 관련 제품을 생산하는 평화공정과 전조등과 섀시부품을 만드는 에스엘 역시 지난해보다 각각 63.8%와 44.9% 줄어든 252억 원과 548억 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올해들어 자동차 부품업체의 실적은 지난해보다 더욱 악화하는 추세다. 30일 산업연구원 조사결과를 보면 국내 중견 자동차 부품업체의 지난해 동기 대비 매출은 3.8% 줄었고, 영업이익도 반토막 났다. 1차 협력사의 상황이 이 정도이니 이들보다 사정이 더 열악한 2, 3차 부품사들은 존폐의 기로에 서 있다.

국내 자동차 부품 산업이 통째로 무너질 위기라는 불안감이 커지자 정부는 긴급하게 진화에 나섰다. 11월1일부터 국내 자동차 부품업체에 1조 원을 지원하기로 했다. 하지만 급한 불을 끌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정부는 신용보증과 기술보증의 우대 보증을 통해 1조 원을 공급한다. 보증비율을 90%, 보증료율은 최대 1.0%로 낮아진다.

하지만 자동차산업협동조합이 파악한 긴급 자금수요는 3조1000억 원으로 정부가 긴급 투입하는 1조 원과 격차가 크다. 특히 자동차산업협동조합이 조사한 자금 수요 3조1000억 원 중 은행 대출 만기도래 연장에 필요한 자금이 1조7000억 원으로 가장 많았다. 추가적으로 빚을 내 한숨 돌리라는 정부의 대책이 실효성을 발휘하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자동차 부품 업계는 1조 원의 신규 대출보다 은행 대출 만기 연장이 더 시급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금융통화위원회가 시중 은행에 개별기업의 여신 연장을 요구하는 등 일일이 간섭하고 자금을 지원하는 건 사실상 어렵다. 2월 한국GM의 군산공장 폐쇄 같은 특별한 사안이 있지 않고서야 정부가 제한적 여신 만기연장 요청을 하는 사례는 드물다.

앞으로 전망은 더 암울하다. 자동차 부품 업계는 완성차 업체의 판매 부진과 인건비 부담 상승, 단가 인하 압박이라는 3중고에 시달릴 것으로 보인다. 2011년 465만 대였던 국내 완성차 생산량은 2016년 422만 대로 줄었고, 지난해에는 411만 대로 감소했다. 현대·기아차의 경우 북미 시장과 터기 등 신흥국 그리고 중국 등에서 판매량이 감소하고 있다. 한국GM 역시 올해 군산공장을 폐쇄했고, 국내 철수설까지 불거지면서 판매가 현저하게 줄었다. 여기에 최저임금 상승에 따른 인건비 부담 증가와 판매부진 때마다 관행처럼 이어오는 완성차 업체의 단가 인하 요구도 부품 업체들을 나락으로 내몰고 있다.  

커져가는 자동차 부품 업체의 위기에 금융 업계도 바짝 긴장하고 있다. 30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산업별 대출 통계를 보면 국내 은행이 자동차 부품 업체(자동차 및 트레일러)에 빌려준 대출 잔액은 2분기 기준 32조5289억 원이다. 6월 말 현재 전체 제조업 대출 342조 원의 10%에 해당하는 비중이다.

비중은 크지 않지만 문제는 여신 관리다. 벌써부터 빨간불이 켜진 상태다. 현재 자동차 업종 협력업체의 부도율은 4.4%로 전체 중소기업 부도율 3.2%를 크게 웃돈다. 연체율도 증가 조짐이다. 1차 협력업체보다는 영세한 중소 2, 3차 업체의 연체율이 높아지고 있다. 자동차 부품 업계의 위기로 줄도산 우려가 현실화된다면 금융 업계도 직격탄을 맞는다.  어느 때보다 한국 자동차 산업 구조의 근본적인 개혁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박대웅 기자

저작권자 © 한스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