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심에서 집행유예로 풀려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지난 8일 오전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로 출근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한스경제=이승훈 기자] 롯데그룹이 롯데카드 매각에 본격적인 시동을 걸었다. 공정거래법상 롯데그룹 지주사인 롯데지주가 금융사를 보유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자사계열사 인수 가능성도 제기된 상태라 누구 품에 안길지는 미지수다.

3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롯데그룹은 최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석방된 지 5일 만에 롯데케미칼을 지주사 체제로 편입하는 지배구조 개편을 단행했다.

공정거래법에 따르면 금융지주회사 외 지주회사는 지주회사로 전환하거나 설립된 지 2년 내로 금융·보험업 관련 국내 회사 주식을 처리해야 한다.

이에 따라 롯데그룹도 2019년 10월까지 롯데카드와 롯데캐피탈 등 금융·보험업 관련 지분을 정리해야만 한다. 현재 롯데지주가 직접 보유 중인 롯데카드 지분은 93.8%, 롯데캐피탈은 38.1%다.

기업금융(IB) 업계와 전문가들은 롯데그룹이 금융계열사의 외부 매각을 택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진단하고 있다.

국내 카드업계의 업황이 롯데카드 인수 절차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고 있기 때문이다. 카드 수수료인하로 인한 수익성 악화와 시중금리 상승 추세로 인한 자금조달 비용까지 부담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 롯데카드의 올해 상반기 연결기준 영업이익은 775억원으로 전년 동기의 826억원에 비해 6.2% 감소했다. 당기순이익도 552억원으로 전년 동기의 611억원에 비해 9.2% 감소했다.

유력 인수 후보로 거론된 우리은행도 지주사 전환을 완료한 이후 인수할 매물은 카드사가 아닌 신탁사나 증권사가 될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하지만 롯데그룹으로서는 롯데그룹 유통 계열사 매출의 약 30%을 책임지고 있는 롯데카드를 외부에 넘기기는 아까운 상황이다. 롯데맴버스에 고객 데이터베이스를 이관하긴 했으나, 유통회사인 롯데그룹과 시너지를 낼 수 있는 활용방안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롯데그룹이 지주체제 밖 계열사에 롯데카드를 매각한다면 금산분리 원칙을 충족시킬 수 있다. 이 경우 매수자는 풍부한 재무융통성을 보유한 호텔롯데나 롯데물산, 롯데홀딩스 등이 될 가능성이 크다. 호텔롯데의 계열사 지분은 장부가 기준 약 8조원에 달한다. 롯데그룹이 호텔롯데를 상장한 뒤 지주사에 편입할 경우엔 롯데손해보험(지분율 23.7%) 등 금융계열사 매각이 2년 내 이뤄져야 한다.

한편, 일부 언론은 롯데그룹이 롯데카드 매각주관사로 씨티글로벌마켓증권을 선정했고, 법률자문은 김앤장사무소가 담당한다고 보도했다.

롯데지주 한 관계자는 “롯데지주는 롯데카드 지분을 2년 안에 분리해야 하는 것은 맞지만 매각은 검토 방안 중 하나이지 아직 확정된 것은 없다”며 “몇몇 언론의 매각 주관사 선정 보도는 확실히 결정된 이야기가 아니라며 정해진 바 없다”고 전했다.

이승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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