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호형기자

이리저리 뜯어볼수록 묘하다. 눈망울이 선한 것 같다가도 가끔씩 날카롭게 번뜩인다. 솔직하고 투박하게 대답을 하다가도 한 박자 뜸을 들이며 신중을 기한다. 계산하지 않고 완벽해 보이려고 하지 않아 더 멋지다. 배우 이희준이 맡은 영화 ‘오빠생각’에서 갈고리 캐릭터도 꽤나 인간적이다. 아이들을 괴롭히는 나쁜 거지왕초의 모습이었다가도 이내 그렇게 내가 잘못을 저질렀나 반성한다. 선한 인물도 아니고 그렇다고 완벽한 악역도 아니다. 이희준은 자신의 연기 철학을 담아, 그저 전쟁 통에 살아남고자 했던 한 인간의 욕구를 표현했다.

-어떤 부분에 이끌려 참여했나.

“99퍼센트 이한 감독 때문이다. 영화 ‘로봇, 소리’를 촬영하고 있을 때 연락이 왔다. 처음에 4번 정도 거절했다. 촬영 중이라 불가능했고, 배역에 몰입하기엔 어려운 상황이라 잘 해낼 자신도 없었다. 그런데 감독님을 만나고 나니 마음이 바뀌었다. ‘그 시대에 어쩔 수 없이 그렇게 살았던 한 인간으로 표현됐으면 한다’는 말에 설득됐다. 내가 평소 연기하고자 하는 것이 ‘살았음직한 인물을 만들자’였는데 감독의 철학과 딱 맞았다.”

-이 감독은 선하면서도 약간의 고집이 있다던데.

“부드러운 카리스마라고 말할 수 있다. 전혀 강압적이고 폭력적인 고집이 아니다. 전투 장면 촬영할 때 놀랐다. 200명 이상이 출연하는 신이면 큰 소리나 욕 한 번 나올 법도 한데 전혀 없었다. 사고 없이 또 차질 없이 진행하는 것을 보고 놀랐다. 그 와중에 농담도 하는 여유도 있으셨다. 긍정적인 고집이다.”

-감독의 선한 기운이 영화에 반영된 것 같다.

“성격대로 섬세하면서도 인간적인 영화라는 느낌을 받았다. 착한 영화라고 하는데 그 안에서도 선과 악이 적절하게 균형을 이룬다. 순이에게 립스틱을 바르는 장면이 대표적인 악이다. 개인적으로는 립스틱 그 이상의 더 심한 장면이 나왔어도 균형이 무너지지 않았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갈고리도 조금 더 악하게 그려졌더라면 나중에 깨달음을 얻을 때 확실한 대비를 줄 수 있지 않았을까.”

▲ 이호형기자

-갈고리는 어떤 인물인가.

“쉽게 말해 아이들을 괴롭히는 거지왕초다. ‘해무’를 봤던 분은 또 악역이냐고 하는데 딱히 선과 악을 구분해서 캐릭터를 정하진 않는다. 심장이 뛰고 하고 싶다는 마음이 드는 영화였다. 한상렬 소위처럼 스트레이트한 인물은 내가 연기하기도 어렵고 힘들 것 같다. 오히려 완벽하려고 하는데 그렇게 안 되는 캐릭터가 더 인간적으로 와 닿고 이해도 잘 된다.”

-직접 제안한 장면도 있나.

“한 소위를 만나고 어떤 교화된 순간을 경험하는 설정이 있다. 시나리오에는 친일파를 실컷 두들겨 패고 아이들을 그냥 바라보다 끝나는 걸로 돼 있었다. 갈고리의 입장에서 ‘내가 그렇게 너희들한테 잘못했니’라는 애드리브를 하게 됐다.”

-캐릭터 존재감에 대한 아쉬움은 없는가.

“고민하는 부분이다. 매력적인 줄거리인데 조연이고, 또 주연이더라도 이야기가 아쉽고. 지금 그런 생각이 들 타이밍인 것 같다. 가급적 그런 생각이 들면 흘려 보내려고 한다. 어느 순간 또 나의 시대가 오지 않겠나. 내가 겪어보지 않은 한국전쟁 때 손을 하나 잃어버린 인물에 전적으로 몰입했다.”

-임시완의 연기는 어땠나.

“나보다 훨씬 어린 친구인데 저 나이 때에 저렇게 연기를 했었나 하는 반성을 하게한다. 제일 큰 것은 너무나 열심히 한다. 촬영 두 달 전부터 오전엔 피아노와 지휘 연습을 하고 밤에는 액션 연기를 위한 격투기 훈련을 했다. 극중 웃통을 벗는 장면이 있다면서 다이어트도 하더라. 임시완을 보곤 생각이 달라졌다.”

-열심히 하는 것과 잘 하는 건 다르다.

“물론이다. 하지만 열심히 하는 게 우선이다. 그 다음 인성이 좋으면 연기에 그런 것들이 다 들어나는 것 같다. 배역이라고 해도 배우의 색깔이 보이기 마련이니까. 촬영장에서 만난 임시완은 프로였다. 물에 빠지는 장면을 앞두고 (임)시완이가 손을 다쳐서 왔다. 손에 힘이 들어가지 않는 상황이라 촬영이 쉬울 것 같지 않았다. 그런데 그 친구가 딱 판단을 하더라. ‘여기서부터 여기까지는 제가 찍고, 여기는 대역을 쓰면 어떨까요, 다시 여기는 제가 할 수 있습니다’ 이런 말들을 하는데 정말 놀랐다.”

-어떤 배우로 보여졌으면 하는가.

“거창한 꿈이 있다. 창작하는 사람들과 즐겁게 한 평생 작업을 하고 그 작업의 결과물들이 조금이라도 세상을 이롭게 했으면 한다. 한국예술종합학교 다닐 때 교수님께 들은 말씀인데 그때부터 이렇게 살아야겠다고 마음 먹었다. 사실 나는 그릇이 작아서 그런지 작품을 보면 내 역할부터 먼저 보게 된다. 관객은 두 번째 문제인 것 같다.

▲ 이호형기자

-모델 이혜정과 4월 결혼을 앞둔 ‘오빠의 생각’이 궁금하다.

“결혼 전 작품 한 편을 더 찍을 것 같다. 결혼자금을 모아야 하지 않겠나(웃음). 지금 진짜 고민은 전세다. 신혼생활은 전세로 시작하고 싶은데 정말 찾기 어렵다. 또 성수기 때 결혼이라서 식장이 비는 날을 찾고 있다. 빨리 그냥 하고 싶은 마음 뿐이다. 하하하.”

황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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