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삼성전자, 1일 창립 49주년·통합출범 30주년
반도체 3분기 영업익 13조6500억 달성
64K D램부터 낸드플래시·파운드리 정복
새 30년 준비…반도체 신화는 계속
삼성 오너 3대. 사진은 왼쪽부터 이병철 선대 회장, 이건희 회장, 이재용 부회장. /삼성

대한민국과 글로벌 반도체의 역사는 사실상 삼성전자의 성장과 뗄래야 뗄 수 없는 관계다. 삼성전자는 1990년대부터 반도체 부문에서 ‘세계 최초’라는 타이틀을 대부분 따냈다. 창립 49주년, 통합법인 출범 30주년이라는 겹경사를 맞아 이병철 선대회장부터 이건희 회장, 이재용 부회장까지 이어진 삼성전자의 반도체 역사를 되짚어봤다. [편집자주]

[한스경제=변동진 기자]  “돈을 버는 것은 쉽다. 그러나 사업보국을 하는 것은 어렵다. 한국이 선진국으로 진입하는데 가장 확실한 수단으로 반도체, 그 중에서 가장 어렵다고 하는 DRAM을 한다.”

삼성의 창업주인 고(故) 이병철 선대 회장은 1983년 2월8일 일본 도쿄에서 ‘왜 우리는 반도체 사업을 해야 하는가’에 대해 이같이 밝혔다.

모두가 반대했지만 삼성은 그해 영국과 독일, 프랑스 등 당시 유럽 선진국도 시도조차 못했던 일을 미국, 일본에 이어 해냈다. 동시에 대한민국을 첨단 기술 보유국가로 만들었다. 그리고 30여년이 흐른 2018년 삼성전자 반도체는 그 누구도 범접할 수 없는 세계 점유율 1위, ‘초격차’ 역량을 지닌 주력사업으로 성장했다.

삼성전자 서초사옥. /연합뉴스

◆삼성전자, 17조 영업익 시대 열어…창립 49주년·통합출범 30주년 ‘자축포’

삼성전자는 1일 경기도 수원 삼성디지털시티에서 ‘제49회 창립기념식’을 개최한다. 이날은 반도체 통합법인 출범 30주년을 맞는 날이다.

이병철 선대 회장은 1969년 1월 삼성전자공업 설립했다. 다만 1974년 한국반도체를 인수한 후 1988년 11월 삼성반도체통신을 합병하면서 창립기념일(11월1일)을 바꿨다. 이 때문에 이날이 30번째 생일이다.

이재용 부회장은 베트남 출장 등으로 기념식에 불참하지만 김기남 DS(반도체)부문장(사장) 등이 참석해 직원들에게 감사와 격려의 뜻을 전달한다.

생일에 앞서 자축이라도 하듯 삼성전자는 올해 3분기 올 3분기 영업이익 17조원 시대를 열었다고 발표했다. 재계 안팎에서는 올해 삼성전자가 매출 250조원, 영업이익 65조원을 달성할 것으로 전망한다. 1988년과 비교하면 30년 새 매출은 83배, 영업이익은 374배 늘어나게 되는 셈이다.

반도체 부문만 별도로 보면 13조6500억원 영업이익을 기록, 11분기 연속 증가한 가운데 삼성전자 전체 영업이익의 77.7%를 차지했다. 영업이익률은 무려 55.1%다.

특히 지난해부터는 미국 인텔을 24년간 유지하고 있던 전체 반도체 시장에서도 당당히 1위를 차지했다. 삼성전자는 어떻게 신화를 만들 수 있었을까.

◆삼성전자 반도체 성공의 시작

이병철 선대 회장의 2.8 선언 한 달 후 삼성은 첫 양산 제품을 64K D램으로 결정, 5월부터 개발에 들어갔다.

당시만 해도 재계의 시각은 회의적이었다. 시기상조로 ‘이기기 불가능한 도박’이라며 3년 안에 실패할 것이라는 게 중론이었다. 실제 당시 삼성은 시계나 TV에 들어가는 단순한 기능의 칩들을 생산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보유한 기술과 장비를 감안하면 어림없는 도전이었다.

반도체 개발팀원 역시 “자전거를 만드는 철공소에서 초음속 항공기를 만들라는 주문과 같을 정도로 무모했던 일”이라고 회상했다. 그만큼 ‘64K D램’의 성공을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다.

과정도 순탄치 않았다. 제품 개발을 위해 추진했던 선진업체 연수에서도 후발국으로서의 갖은 설움과 핍박을 받았다. 공정개발과정에서도 무수한 시행착오를 겪었다.

하지만 삼성은 제품 개발 착수한 후 6개월 만인 1983년 11월, 64K D램 반도체 전(全)공정기술을 독자적 힘으로 완성해냈다. 선진국보다 10년이나 뒤처진 기술력을 3~4년으로 좁혔고, 20년가량 걸린 4K, 16K, 32K 과정을 3단계나 뛰어넘었다. 같은 기술을 6년 만에 성공한 일본과 비교하면 전무후무한 기록을 써낸 것이다.

삼성의 64K D램 반도체 개발 소식이 세계에 알려지면서 미국과 일본은 물론, 관련 사업을 망설이고 있던 독일·프랑스 등도 깜짝 놀랐다.

기흥 반도체 생산라인을 둘러보고 있는 고 이병철 삼성 선대 회장. /삼성

◆1992년 세계 시장의 석권…D램 1위 달성

삼성은 1989년까지 일본의 도시바, NEC, 미국의 TI사에 이은 4위였으나 1990년에는 시장점유율 12.9%를 달성하며 1위업체인 도시바(14.7%)를 바짝 추격했다.

그 여세를 몰아 1991년 4500억원, 1992년 8000억원의 대규모 투자를 단행했다. 그리고 시장 점유율 13.5%(1992년)를 기록, 도시바(12.8%)를 제치고 세계 D램 시장 1위에 오른다.

이로써 삼성은 반도체 사업에 진출 선언 10년 만에 당대 최고의 첨단 기술 분야에서 세계 정상에 우뚝 섰다. 그해 반도체 매출액 1조3422억원를 달성했다. 특히 수출액은 총 매출의 94.4%인 1조2681억원을 기록했다.

삼성은 이듬해인 1993년 메모리 부문에서 전체 1위에 올랐고 1995년에는 S램, 2000년대 들어서는 플래시메모리를 비롯해 디스플레이 구동칩 등 비메모리 분야에서도 세계 1위에 오른다.

1983년에 세계에서 세 번째이자 우리나라 최초로 개발 삼성전자 64K D램. /문화재청

◆‘세계 최초’ 64·256M D램 개발…낸드플래시 1위

삼성에게 1992년과 1994년은 또 하나의 획을 그은 기념적인 해였다. 64M(메가) D램에 이어 256M를 세계 최초로 개발, 확실한 기술 우위를 입증했기 때문이다. 64K 개발 당시와 비교하면 9년 만에 1000배의 집적도 성장을 이룬 것이다.

삼성전자는 2002년 D램에 이어 낸드플래시에서도 1위로 도약한다. 당시 업계 1위였던 일본 업체가 2001년 사업제휴를 제안하지만, 이를 거절하고 독자 노선을 선택했다.

이러한 선택이 가능했던 이유는 낸드플래시가 모바일 시대의 핵심제품으로 부상할 것이라는 경영진의 선경지명이 있었다. 실제 플래시 메모리는 MP3와 디지털카메라, USB메모리 등 활용범위가 넓고 확장성이 컸다.

삼성전자는 낸드플래시 분야에서 2002년 1위 등극한다. 이후 지금까지 이 자리를 유지하고 있다. 관련 기술 기반의 차세대 저장장치인 ‘SSD 시장’에서도 선두를 달리고 있다.

아울러 2013년 8월 수직구조 낸드플래시(3D V-NAND)를 세상에 선보였다. 이는 평면보다 성능과 수명, 생산성 모두를 향상시킨 제품이다. 현재 업계 최고의 성능을 갖춘 5세대를 양산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500건 이상의 핵심 특허를 발굴해 미국과 일본을 비롯한 세계 각국에 출원을 완료했다. 내년 하반기 6세대 V낸드 양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앞줄 가운데)과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앞줄 왼쪽)이 경기도 평택시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내 반도체 공장 생산라인을 둘러보고 있다. /연합뉴스

◆새로운 30년 준비하는 삼성, 반도체 신화는 계속

반도체 시장을 석권한 삼성전자는 사업 포트폴리오 확대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메모리 반도체의 제조 노하우를 발판으로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시장에서도 세계 1위를 넘본다. 최근 삼성전자 미주법인(DSA) 사옥에서 열린 ‘삼성 테크데이 2018’에서 파운드리 7나노 공정 개발을 완료하고 생산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3분기 실적 발표에 이은 컨퍼런스콜에서(지난달 31일)에서는 파운드리 사업과 관련해 “경쟁사가 7나노 제품을 양산했지만 당사 7나노 제품은 ‘풀리 EUV’”라면서 “원가 경쟁력이 크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그러면서 “선단공정과 관련된 고객 문의가 이전 대비 증가했다”며 “경쟁력을 인정받고 있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IC인사이츠의 최근 보고서를 통해 삼성전자가 올해 파운드리 시장에서 점유율 14.5%(지난해 6.7%)를 차지, 세계 2위를 기록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변동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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