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삼성 반도체의 시작, 이병철과 강진구
이건희·황창규가 완성한 '삼성=반도체' 공식
이재용·권오현, 삼성의 역사는 계속된다

[한스경제=허지은 기자] ‘삼성’이라는 브랜드를 세계에 알린 데엔 반도체의 공이 컸다. 통합 법인 출범 이후 30년. 삼성전자가 글로벌 대기업으로 성장한 시간 동안 역사의 순간에 함께한 이들 역시 적지 않다. 삼성을 이끈 오너 일가를 비롯해 삼성 반도체의 초석을 다지고 세계 메모리 반도체 시장 1위로 도약시킨 주역들은 모두 삼성의 핵심인물로 거듭났다.

삼성의 반도체 역사에는 삼성가 오너 일가 외에도 고 강진구 삼성전자·삼성전기 회장, 황창규 KT 회장(전 삼성전자 사장), 권오현 삼성전자 종합기술원 회장이 한 획을 그었다./그래픽=이석인 기자

◆ “반도체는 나의 마지막 사업” 이병철의 뚝심, 강진구의 추진력

삼성의 반도체 역사는 1983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974년 한국반도체를 인수하며 반도체 사업 부문에 뛰어들긴 했지만 삼성만의 반도체 체계가 잡힌 건 그로부터 9년 후다. 1982년 미국을 방문한 고 호암 이병철 삼성 창업회장은 실리콘밸리의 앞선 기술력을 보고 충격에 휩싸인다. 좌절도 잠시, 삼성은 1983년 ‘우리는 왜 반도체사업을 해야 하는가’라는 선언문을 발표하고 반도체를 미래 사업으로 공식 선언했다. 그의 나이 73세였다.

이 창업회장의 뒤엔 언제나 고 강진구 삼성전자·삼성전기 회장이 함께 했다. 이건희 당시 동양방송 이사가 반도체 사업의 중요성을 역설할 때 강 회장은 그를 도와 이 창업회장을 설득하는 역할을 맡았다. 이건희 삼성 회장은 1996년 강 회장이 발간한 회고록 <삼성전자 신화와 그 비결> 추천사에서 “오늘의 삼성전자를 있게 한 최대의 공로자”라고 소개하기도 했다.

1973년에 삼성에 입사한 강 회장은 삼성반도체통신 사장, 삼성전기 대표이사, 삼성전자·삼성전관·삼성전기 회장, 삼성그룹 구조조정위원 등을 거치며 삼성 반도체의 초석을 깔았다. 반도체 사업을 위해 허허벌판이던 기흥의 반도체 공장을 일궈냈으며 연구 기술진과 밤을 지새우며 삼성을 메모리 반도체 업계 1위로 도약하는 초석을 다졌다. 1995년 6월 ‘삼성 명예의 전당’ 설립과 동시에 첫번째로 헌액된 인물이기도 하다.

◆ ‘삼성=반도체’공식, 이건희가 이끌고 황창규가 완성하다

1987년 이 창업회장의 바톤을 이어받은 이건희 회장은 ‘삼성=반도체’ 공식을 완성시켰다. 재계 안팎에선 삼성의 반도체 사업 확장이 시기상조라는 얘기가 나왔지만 이 회장의 철학은 확고했다. 1992년 64케이 D램을 세계 최초로 개발한 데 이어 1994년 256메가 D램, 1996년 1기가 D램을 연달아 개발했고 2002년 D램에 이어 낸드플래시에서도 세계 1위로 도약하며 20년간 신기록의 역사를 새로 썼다.

이 회장은“반도체 사업 초기는 기술 확보 싸움이었다. 일본경험이 많은 내가 거의 매주 일본으로 가서 반도체 기술자를 만나 그들로부터 조금이라도 도움될 만한 것을 배우려 노력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아버지만큼이나 ‘반도체 열공생’이었던 이 회장의 뚝심은 사업진출 10년만에 삼성을 메모리업계 세계 정상의 자리로 올렸다.

삼성을 메모리반도체 사업 세계 1위로 올린 데엔 황창규 KT 회장(전 삼성전자 사장)의 공이 컸다. 1992년 삼성전자 반도체연구소 이사로 선임된 황 회장은 입사 후 5년만에 256메가 D램 개발을 성공시켰고 1기가 D램, 4기가 D램, 300mm 웨이퍼 양산, 나노 공정 도입 등 새로운 기술이 나올 때마다 세계 최초의 기록을 쏟아냈다.

황 회장은 반도체 역사에 ‘황의 법칙’을 세운 인물로도 유명하다. 당시 반도체 업계는 ‘무어의 법칙(반도체 성능은 18개월마다 2배씩 좋아진다)’이 교과서처럼 적용되던 시기였다. 황 회장은 “메모리 반도체 집적도는 매년 2배 성장한다’는 황의 법칙을 2002년 반도체회로 학술회의(ISSCC)에서 발표했다.

실제로 삼성은 1999년 256메가 D램을 시작으로 2000년 512메가 D램, 2002년 2기가 D램, 2003년 4기가 D램, 2004년 8기가 D램, 2005년 16기가 D램을 연속 개발하며 황의 법칙을 증명해냈다.

1974년 한국반도체를 인수한 뒤 삼성전자는 1983년 '우리는 왜 반도체사업을 해야 하는가'라는 선언을 발표하고 반도체 사업을 미래 사업으로 공식 선언한다. 고 이병철 삼성 회장에서 이건희 삼성 회장,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이르는 3대에 이르는 가업으로 삼성은 명실상부 세계 반도체 시장을 이끌어왔다./사진=연합뉴스

◆ 이재용의 삼성, 권오현의“초(超) 격차”는 ‘현재진행형’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2012년 이건희 회장의 갑작스런 와병 이후 삼성그룹을 이끌어왔다. 공식 직함은 부회장이지만 제3차 남북정상회담 특별수행원 자격으로 북한을 방문하기도 하며 실질적인 오너 역할을 하고 있다.

그런 이 부회장의 옆엔 권오현 삼성전자 종합기술원 회장이 든든한 버팀목이 되고 있다. 이 부회장이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에 연루된 혐의로 구속된 약 1년간 삼성그룹의 실질적 총수 역할을 충실히 수행했으며 이 부회장이 경영 일선에 복귀한 뒤에도 공식 행사에 총수 대행 역할을 이어가고 있다.

권 회장은 삼성 반도체의 ‘살아있는 역사’라고 불린다. 메모리반도체 중심이던 삼성전자가 시스템반도체 사업 기반을 닦는 데 참여했으며 2011년 디스플레이 구동칩을 시작으로 스마트카드 IC, MP3 플레이어용 시스템온칩(SoC) 등의 업계 1위로 도약하며 사업 다각화를 주도했다.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등 부품사업 전략을 앞세워 지난해 삼성전자의 사상 최대 실적 기록에 지대한 공헌을 했다.

권 회장은 지난 9월 33년의 삼성 재직 시절 느낀 점을 모아 ‘초격차’라는 제목의 책을 출간했다. 초격차는 이건희 회장의 지론으로 ‘기술 혁신에 있어 넘볼 수 없는 차이를 만드는 격’을 의미한다. 1985년 미국 삼성반도체연구소 연구원으로 입사해 삼성전자 회장까지 오른 그는 지난해 10월 삼성전자 대표이사 자리에서 물러나 현재는 삼성종합기술원 회장으로 재직하고 있다.

허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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