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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스경제=양인정 기자] #인테리어 업체를 운영하는 A씨는 창업 초기에 큰 규모의 고정 거래처를 확보했다. 자재대금과 인건비를 제 때 지불하기 위해 A씨는 회사에 대한 연대보증을 조건으로 금융기관으로부터 대출을 받았다. 거래처가 갑자기 도산하면서 A씨의 업체도 부도가 나게 됐고 금융기관은 연대보증한 A씨의 자택을 경매처 분했다. A씨는 매출처를 다각화해 재창업을 하고 싶지만 보증채무로 재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 게임 개발업체를 운영하던 B씨는 공공기관에서 연대보증 제도를 폐지한다는 사실을 듣고 90% 보증비율로 10억원의 보증부대출을 신청하였다. 그러나 은행에서는 보증비율을 넘어서는 10%에 대해서는 연대보증을 입보해야한다고 하였다. 결국 그는 1억원에 대해서는 연대 보증을 서야만 했다

정부가 올해 상반기 금융권 연대보증을 폐지한 데 이어 올해 하반기부터 기존 대출에 대한 보증채무 폐지도 본격화하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1일 구로디지털 산업단지에서 김용범 금융위 부위원장 주재로 '연대보증 폐지 진행상황 점검회의'를 열었다.

정부는 지난 4월 신용보증과 기술보증 등 금융공공기관에서 받는 보증이나 대출 시 중소기업 법인대표자 연대보증을 폐지하고 은행들도 보증부대출의 비보증분에 대해 연대보증을 폐지한 바 있다. A씨와 같이 창업에 실패한 사업가가 재기하는 데 도움을 주기 위해서다.

금융위에 따르면 연대보증 폐지 이후 지난 6개월간 우려와 달리 신·기보의 보증이 크게 위축되는 일은 없었다. 올해 4월부터 9월까지 전체 보증공급액(신규·증액+만기연장)은 37조840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소폭인 2천879억원 줄었다.

그러나 같은 기간 창업기업 보증 공급은 13조9669억원에서 15조6485억원으로 1조6816억원 증가했다. 정부는 연대보증의 폐지로 창업에 도전하는 사례가 늘어난 것으로 분석했다.

연대보증 폐지 이후 신·기보의 법인기업에 대한 보증거절 금액은 4409억원에서 4110억원으로 299억원 줄었고, 건수도 191건으로 118건 줄은 것으로 나타났다.

은행권도 신규·증액 보증부대출 중 보증을 못 받는 부분에 대해 전액 연대보증 없이 대출을 실행하고 있다.

기존에는 B씨와 같이 보증비율이 85%인 보증부대출이라면 은행이 손실 위험이 있는 나머지 15%만큼은 연대보증을 지게 하는 방식으로 위험을 회피했다.

대출 금리도 큰 차이 없었으며 보증부대출 후 전용계좌를 통해 기업의 자금사용내역 데이터를 수집·분석해 사후관리하는 시스템도 고도화한 상태다.

◆ 정부, 기존 보증 대출채무 향후 5년간 단계적 폐지

정부는 신규 대출에 대한 연대보증 폐지에 이어 올해 하반기부터 기존 연대보증 대출에 대해서도 연대보증을 폐지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신·기보는 앞으로 5년 동안 기존 연대보증 기업 중 20%씩 책임경영실사를 하고 통과하면 연대보증을 폐지하기로 했다.

만약 통과하지 못 해도 보증부 대출을 유지하고 나중에 다시 심사해 기회를 주기로 했다.

정부는 보증기관의 사전심사·사후관리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내년 중 책임경영심사 평가지표 개발을 위한 연구용역을 진행하기로 했다.

또 보증부대출 전용계좌를 통해 기업 자금사용내역 데이터 등을 수집·분석해 사후관리 시스템을 고도화 하기로 했다.

김 부위원장은 "연대보증이라는 족쇄가 없어야 혁신적 아이디어와 기술을 가진 창업·중소기업인들이 실패의 두려움 없이 쉽게 창업하고 재도전해 우리 경제의 혁신 동력으로 성장할 수 있다"며 "보증기관과 은행이 담보나 보증없이 자금 회수가능성을 제대로 평가할 수 있는 심사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양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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