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양지원 기자] 가을의 정취를 느낄 새도 없이 쌀쌀한 바람이 불고 있다. 때 이른 추위가 찾아온 가운데 등골을 더욱 서늘하게 할 공포영화들이 줄줄이 개봉에 나섰다. 할로윈데이에 개봉한 ‘할로윈’을 시작으로 서영희-손나은 주연의 ‘여곡성’, 공효진의 ‘도어락’ 등이 주인공이다. 공포영화 시즌이 여름이라는 건 옛말이 됐다.

■ 고전 향수 자극하는 공포부터 현실 스릴러까지

‘겟 아웃’ ‘해피 데스 데이’ 등 젊은 관객들을 겨냥한 ‘호러의 명가’ 블룸하우스가 제작한 ‘할로윈’은 1978년 제작된 동명 영화의 속편이다. 감정 불능의 살인마 ‘마이클’이 40년 만에 돌아와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룬 레전드 호러다. ‘할로윈’(1978)의 감독이자 메인 테마곡을 탄생시킨 존 카펜터를 비롯 로리 역을 맡았던 제이미 리 커티스와 ‘마이클’을 연기한 닉 캐슬이 참여했다. 마스크를 쓴 채 내뿜는 ‘마이클’의 숨소리와 그의 살인무기인 식칼 등 오리지널의 공포 요소를 두루 차용하며 호러 마니아들의 향수를 자극한다. 여기에 블룸하우스 특유의 톡톡 튀는 현대적인 감각과 독특한 미장센을 더해 극대화된 긴장감을 선사한다.

국내에서도 고전 영화를 리메이크한 공포물이 관객과 만난다. 한국의 대표 고전 공포영화로 꼽히는 이혁수 감독의 1986년 작 ‘여곡성’이 2018년 버전으로 재탄생됐다.

유영선 감독이 리메이크한 ‘여곡성’은 원인 모를 기이한 죽음이 이어지는 한 저택에 우연히 발을 들이게 된 옥분(손나은)과 비밀을 간직한 신 씨 부인(서영희)이 집안의 상상할 수 없는 서늘한 진실과 마주하는 미스터리 공포영화로 오는 8일 개봉한다.

그 동안 ‘추격자’ ‘김복남 살인사건의 전말’ 등의 작품에서 강렬한 연기를 펼친 서영희는 ‘여곡성’에서도 30년 전 관객들을 공포에 떨게 한 신 씨 부인 캐릭터를 소름 돋는 연기로 소화할 예정이다.

12월 개봉하는 ‘도어락’은 현실 공포 스릴러로 마치 실제 상황 같은 공포감을 자아낼 예정이다. 영화는 열려있는 도어락, 낯선 사람의 침입 흔적, 혼자 사는 경민(공효진)의 원룸에 살인사건이 일어나면서 시작되는 일을 그린다. 원룸에 혼자 사는 여성을 노린 범죄가 급증하고 있는 현대사회에 경종을 울리는 공포영화가 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공효진이 경민 역을 맡아 공포에 떠는 감정 연기부터 범인에게 쫓기는 극한의 상황을 연기했다. 공효진은 “촬영을 시작하기 전에는 ‘내가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할 때도 있지만, 감독님의 ‘액션’ 사인을 들으면 ‘제대로 하자’는 마음으로 이를 악물고 하게 되더라”며 그동안의 고충을 토로했다.

■ 공포영화, 여름 아닌 비수기 시장 노린다

과거 공포영화들은 주로 여름 시장을 노려 개봉했다. ‘여고괴담’ 시리즈, ‘가위’ ‘장화, 홍련’ ‘기담’ 등 많은 공포물이 여름 극장을 찾았다. ‘무더운 여름을 식혀줄 공포영화’라는 타이틀을 내세우며 대대적으로 홍보를 하기도 했다.

그러나 해가 거듭될수록 여름 휴가철을 맞아 더위를 피해 극장을 찾는 관객들이 점점 증가하며 수 백 억의 제작비를 들인 대작이 간판을 걸기 시작했다. 공포영화가 여름 시장에서 맥을 못 추게 된 핵심적인 이유이기도 하다. 투자배급사들은 억대 자본이 투입된 ‘기대작’을 여름 시장과 또는 추석 시즌에 맞춰 개봉하는 것을 관례처럼 여기고 있다. 한 영화 제작사 관계자는 “배급사 별 작품 사이즈에 따라 개봉일 눈치 싸움이 치열하기 때문”이라며 “상대적으로 적은 자본이 투입된 공포영화는 개봉일이 밀리는 경우가 많다”고 귀띔했다.

물론 틈새시장을 노려 개봉한 공포물이 흥행에 성공하는 경우도 있다. 지난 3월 개봉해 10대 관객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얻은 ‘곤지암’(최종 관객 수 267만5575명)이 대표적이다. 이는 곧 수능을 마친 수험생 관객들을 노려 비성수기인 늦가을과 겨울에 공포영화를 개봉한다는 분석으로 이어진다. 또 다른 투자배급사 관계자는 “공포영화의 경우 타깃이 어린 나이 대다. 수험생들을 타깃으로 삼고 개봉일을 11월, 12월로 정한 공포영화들도 많을 것”이라며 “또 우리나라에도 할로윈 문화가 확산된 지 오래다. 이 시즌에 맞춘 공포물도 관심을 받고 있다”라고 짚었다.

사진=해당 영화 포스터 

양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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