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코스피, 장중 3%이상 급반등...전문가 "섣부른 낙관은 금물"
지난해 11월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미·중 정상회담 공동 기자회견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악수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한스경제=김솔이 기자] 미·중 무역분쟁 악재에 짓눌렸던 국내 증시가 오랜만에 웃었다. 양국 정상이 이달 말 회동을 약속하면서 교착 상태에 접어들었던 무역협상이 속도를 낼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아졌다. 다만 증권가에서는 대내외 악재가 아직 걷히지 않은 만큼 추세적 상승에 접어들었다고 보기는 힘들다고 내다봤다.

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는 전 거래일 대비 71.54포인트(3.53%) 오른 2096.00으로 거래를 마감했다. 이날 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22.15포인트(1.09%) 상승한 2046.61에 출발한 뒤 상승폭을 키웠고 장중 한때 2096.63까지 상승했다. 

◆ 트럼프·시진핑 “G20 회의에서 만날 것”

이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이 이달 말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만난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투자심리가 확 바뀌었다. 그동안 두 사람의 만남이 불발될 수 있다는 추측이 지속적으로 제기됐으나 두 사람이 직접 이같은 의혹을 일축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일(현지시간) 트위터를 통해 “시 주석과 함께 무역에 중점을 두고 많은 주제에 대해 긴 대화를 했다”며 “아르헨티나에서 열리는 G20 회의를 앞두고 논의가 잘 진행되고 있다”고 밝혔다.

시 주석은 트럼프 대통령보다 적극적으로 무역협상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신화통신에 따르면 그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미·중 무역에서 본질은 호혜 공영”이라며 “중국은 양국의 무역갈등으로 자국 내 관련 산업과 전 세계 교역에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치는 걸 원치 않는다”고 전했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과 G20 회의 정상회담을 통해 깊이 있는 의견 교환을 하길 바란다”며 “미·중 경제 당국이 소통을 강화하면서 양국의 무역 문제 등에 대해 모두 받아들일 수 있는 방안을 실현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 코스피·코스닥, 3% 이상 깜짝 반등

이처럼 트럼프 대통령과 시 주석의 회동 소식이 전해지자 글로벌 증시가 동반 상승했다. 특히 지난 1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증시에서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264.98포인트(1.06%) 오른 2만5380.74에, 나스닥 지수는 128.16포인트(1.75%) 상승한 7434.06에 장을 마쳤다. 

국내 증시 역시 하루 만에 반등에 성공, 중국·홍콩·일본 등 아시아 증시와 동반 상승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수출 의존도가 높은 경제 특성상 그동안 무역분쟁의 영향을 피할 수 없었던 국내 증시의 민감도는 더 컸다. 양국 정상이 회동에 긍정적인 입장을 내비치면서 무역협상이 물꼬를 틀 수 있다는 기대가 국내 증시에 긍정적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특히 삼성전자(4.74%), SK하이닉스(6.30%), 포스코(3.41%) 등 무역분쟁으로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됐던 종목들이 급등했고 그동안 낙폭이 심했던 코스닥 역시 이날은 급등세로 돌아섰다.

조용준 하나금융투자 리서치센터장은 “미·중 무역분쟁이 그동안 국내 증시의 가장 큰 조정의 원인이었다”며 “트럼프 대통령과 시 주석의 회동 결과를 단정할 수 없지만 이들이 만나기 전까지는 무역협상에 대한 기대감이 증시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 “추세적 상승으로 보기 힘들어”

다만 이같은 반등에도 불구하고 일각에서는 신중론이 나온다. 일단 미·중 정상이 오랜만에 우호적인 입장을 피력하기는 했지만 그렇다고 바로 화해무드로 이어진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시각이다. 그동안 양국 사이의 우여곡절을 감안한다면 이같은 유보적인 입장도 충분한 설득력을 지닌다.

미·중 무역분쟁 외에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점진적인 기준금리 인상 기조, 신흥국 정치·금융 불안 등 대내외 악재의 영향이 계속되는 만큼 이번 상승세가 추세적으로 이어지기는 힘들다고 판단하고 있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미·중 무역협상에 따라서 국내 증시가 변동성을 보이는 건 맞다”며 “단기 급락에 따른 반등 심리에 G20 회동 소식이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본격적인 반등장에 접어들었다고 보기는 힘들다”며 “미국 연준의 통화정책이 정상화 궤도에 오르는 시점이 가시화돼야 국내 증시 상승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익명을 요구한 리서치센터장은 “현재 국내 증시를 움직이게 하는 요인은 실제 미·중 무역협상이 아니라 양측의 말밖에 없다”며 “갑자기 트럼프 대통령과 시 주석의 입장이 바뀌면 국내 증시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밖에 없는 만큼 상승장으로 볼 수는 없다”고 전했다.

김솔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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