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위안화 약세 가능성 열어둬야

[한스경제=김서연 기자] 지난 2일 미국과 중국 간 무역분쟁이 해결될 것이라는 기대감으로 원화가 초강세를 보인 가운데, 원화의 가파른 약세 가능성은 낮을 것으로 예상됐다. 다음 주 원·달러 환율 주간 예상 밴드는 1128~1148원대를 오갈 것으로 전망됐다.

사진=연합뉴스

◆ 지난주: 원화, 달러대비 강세·유로화, 달러대비 약세

지난주 원화는 달러대비 강세를 보였다. 대외 불확실성이 여전히 존재하지만 미국과 중국 주식시장이 반등하면서 투자심리가 일부 개선된 것이 이유다. 여기에 10월 수출이 전년대비 22.7% 증가하는 등 견조한 수출 경기 회복세를 시사한 점 역시 원화 강세 요인으로 작용했다.

지난 2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 종가보다 16.5원 내린 달러당 1121.6원에 거래를 마쳤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갈등이 이른 시일 내에 일단락될 것이라는 기대로 약 1년 10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하락했다.

달러화 대비 유로화는 약세를 기록했다. 이탈리아 재정 이슈가 꾸준히 이어지는 가운데, 메르켈 독일 총리가 2021년 당대표에서 물러날 것이라고 언급하며 정치적 불확실성이 부각된 영향도 더해졌다. 여기에 3분기 유로존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전기대비 0.2% 성장하는데 그치며 예상(+0.4%)을 하회한 점 역시 유로화 약세를 견인했다.

◆ 원화의 가파른 약세 가능성은 크지 않아

다음 주 원·달러 환율은 1128~1148원으로 예상됐다. NH투자증권은 원화의 가파른 약세 가능성은 크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최고조로 치닫던 미중 무역분쟁은 해결 국면에 접어드는 양상이다. 세계 경제 1, 2위인 미국과 중국은 이달 30일부터 12월 1일까지 아르헨티나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별도 정상회담을 갖고 무역현안을 논의하기로 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일(현지시간) 미중 무역 전쟁을 끝내기 위한 양국의 타협이 머지않아 이뤄질 수 있음을 시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우리는 중국과 협상을 할 것”이라며 “아주 많은 진전이 이뤄졌다”고 밝혔다.

중국 역시 미국과의 분쟁을 해결하는 데 대해 열린 입장을 내놨다. 왕빙난(王炳南) 중국 상무부 부부장은 이날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중국국제수입박람회 행사에서 “대등한 관계에서 상호 존중하는 회담을 통해 미중 무역문제를 해결할 의사가 있다”고 밝혔다.

미중 무역분쟁에 대한 낙관론을 점치는 발언들을 증권사들은 글로벌 금융시장에 나타난 긍정적 변화로 해석하고 있다.

허진욱 삼성증권 연구원은 “G2(미국·중국) 정상회담 전까지는 단기적으로 신흥국 자산 및 통화가치 안정에 긍정적 흐름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박희찬 미래에셋대우증권 연구원은 “미중 11월 정상회담에 대한 기대감이 조성돼 금융시장은 우려가 압도적으로 지배하던 상황을 벗어나 기대감을 조금씩 갖는 구간으로 변화했다”고 평가하면서도 “중간선거를 앞둔 시점에서 증시 상황 등을 감안한 립서비스일 수도 있기 때문에 여전히 실제 정상회담이 이루어지기 전까지는 의심을 갖고 지켜볼 수밖에 없다”고 예측했다. 미국은 오는 6일 상하원 의원과 주지사를 대거 교체하는 중간선거를 앞두고 있는데,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연이어 내놓는 낙관론이 증시에서 호황 분위기를 연출하려는 술책이 아니냐는 의심이다.

◆ 위안화 약세 가능성 열어둬야

위안화의 추가 약세 가능성은 열어둬야 한다는 조언이 나왔다. 글로벌 경제를 흔들던 미중 무역분쟁은 다소 진정되는 양상이나, 중국의 경기 둔화에 대한 우려가 고개를 들고 있다.

NH투자증권은 “중국의 2000억원 규모 대미 수출에 대한 관세 부과가 9월 말에 시행됐지만 선적 시기를 감안할 때 10월 수출 실적도 견조한 흐름을 이어갔을 것으로 예상된다”면서도 “향후 중국의 대미 수출이 둔화될 수 있을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최근 위안·달러 환율은 6.9위안 후반대까지 오르면서(=위안화 약세) 심리적 지지선인 7위안을 목전에 뒀다. 김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달러화 강세 기조 및 중국의 경기 둔화 우려 등을 감안하면 위안·달러 환율이 7위안을 상회할 수 있을 전망”이라면서 “인프라투자 등을 통해 중국의 경기 하방 압력이 완화될 수 있다는 점에서 위안화 약세가 중국 경기 하방 리스크를 대변한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김 연구원은 이어 “원화 환율은 위안화와 상관계수가 높다는 점에서 추가 약세도 가능하지만 한국의 견조한 수출 경기 회복세를 확인한 만큼 원화의 가파른 약세 가능성은 낮다”고 분석했다.

◆ 이번 주 주요 일정은

다음주 미국에서는 10월 ISM 비제조업 지수(5일), 11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7~8일), 11월 미시건대 소비자신뢰지수(9일) 등이 발표될 예정이다.

ISM 비제조업 지수는 지난 9월 61.6%로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한 바 있다. 미래에셋대우증권은 “10월에는 ISM 제조업지수처럼 비제조업지수도 반락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컨센서스가 형성됐다”고 밝혔다. 미국 ISM 제조업지수는 예상보다 크게 하락했는데, 신규수주지수가 최근 18개월 동안 가장 큰 폭 하락한 영향이 컸던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10월부터 관세인상 여파가 본격화되기 때문에 기업들이 어느 정도 부담감을 느끼는 상황이라는 분석이다.

FOMC에서는 최근 일부 데이터에서 확인된 경기 둔화 징후에 대해 어떻게 판단할지가 체크 포인트다. 11월 FOMC는 금리인상이 예정되어 있지 않고 파월 의장 공개 기자회견도 없어서 분기말 FOMC에 비해 중요도가 떨어진다. 다만, 최근 일부 데이터가 조금 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어 FOMC에서의 경기 판단 변화에는 주목할 필요가 있다. NH투자증권은 “이번 FOMC 성명서에서 물가 및 경기에 대한 전망이 하향되지 않을 경우 정책 불확실성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를 종합할 때, 달러화는 강세 흐름을 이어갈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10월 중국 수출 증가율은 둔화될 것으로 보인다. 중국 수출은 6개월 연속으로 10% 안팎의 증가세를 유지하고 있는데, 10월 수출 증가율은 기존에 조금 못 미치는 방향이 될 것으로 전망됐다. 최근 미국 신규수주 부진, 기대에 못 미치는 유로존 성장세, 주요 소재 제품 가격 하락, 미국의 3차 관세 인상 등이 이유다. 문정희 KB증권 연구원은 “10월에는 미중 무역분쟁에 대한 우려로 인한 선주문 현상이 감소되면서 수출의 부진이 예상된다”고 진단했다.

 

5일(월) : 중국 10월 차이신 중국 종합 PMI, 중국 10월 차이신 중국 서비스 PMI

6일(화) : 미국 10월 ISM 비제조업지수, 미국 중간선거, 유로존 9월 PPI(전년비)

7일(수) : 유로존 9월 소매판매(전월비)

8일(목) : 중국 10월 수출입

9일(금) : 미국 FOMC, 미국 10월 PPI(전년비), 미국 11월 미시건대 소비자심리지수, 중국 10월 PPI(전년비)

김서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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