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아우디와 수소차 개발에 의기투합

자율주행차 2021년 상용화 목표, 오로라와 함께 간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총괄부회장(가운데)의 미래경영 전략의 핵심인 '협업'이 서서히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연합뉴스

[한스경제=박대웅 기자] 정의선 현대차그룹 총괄수석부회장의 혁신 경영 철학이 점점 가시화되고 있다. 핵심은 국내외 대기업과 손잡고 미래 성장동력을 구체화하는 협업이다. 현대차는 이들과 함께 자동차 업계의 '어벤져스'를 구축해 나가고 있다.

현대차는 이를 위해 '실탄'도 마련했다. 앞으로 5년 간 모두 23조 원 규모의 통큰 투자로 선진기술과 인재확보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주요 투자 분야는 ▲차량전동화 ▲스마트카(자율주행·커넥티드카) ▲로봇·인공지능(AI) ▲미래에너지 ▲스타트업 육성 등 연구개발(R&D)다. 이 과정에서 세계 최고의 우수 인력을 보강해 4만5000명의 새로운 일자리도 창출한다는 계획이다.

현대자동차는 아우디그룹 그리고 SK네트웍스와 함께 수소차 저변 확대에 사력을 다하고 있다. 연합뉴스

◆수소차로 대동단결한 현대차와 아우디 그리고 SK네트웍스

현대차와 아우디, 람보르기니, 폭스바겐, 포르쉐 등 다수의 계열사를 보유한 폴크스바겐그룹은 BMW-도요타, GM-혼다 동맹에 맞서 수소전기차(이하 수소차) 시장 선점을 위해 의기투합했다. 두 그룹은 수소차의 핵심인 연료전지 기술 개발과 특허 및 주요 부품을 공유한다. 연구개발의 결과물은 각 그룹 내 모든 브랜드에 적용 가능하다. 업계는 전 세계 시장 점유율 1위인 폴크스바겐그룹과 기술 선도 업체인 현대차의 만남이 수소차 시장 확대에 마중물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현대차의 수소차 관련 기술은 현대모비스가 맡고 있으며 폴크스바겐그룹에선 아우디가 책임지고 있다. 현대차와 아우디는 그동안 기술개발로 쌓은 특허와 앞으로 출원 예정인 특허를 공유해 수소차 분야의 기술 확산을 노리고 있다. 다만 양사는 연료전지 스택(데이터)과 산소와 수소를 전기에너지로 바꾸는 핵심 기술인 셀 케미스트리는 공개하지 않는다.그동안 독자기술 개발을 주창하며 '순혈주의'를 주창했던 현대차는 미래먹거리인 수소차 시장에서 기술 확보를 위해 아우디와 전략적으로 제휴했다. 이를 통해 기술 개발 비용 절감과 수소차 공유 및 확산의 기틀을 마련했다.

이제 관건은 시장의 성숙도다. 현재 세계 최대 시장인 중국을 비롯해 전 세계에서 수소차 확대 정책을 도입하고 있다. 현대차와 아우디, 도요타와 BMW, GM가 혼다 등 수소차 시장에 뛰어든 업체들은 모두 2020년에 상용 수소차를 시장에 내놓기 위해 사투를 벌이고 있다. 

문제는 열악한 충전 인프라와 턱없이 부족한 차량 보급이다. 현대차는 이를 극복하기 위해 SK와 손잡았다. 현대차와 SK네트웍스는 지난달 31일 20분 만에 배터리 80%를 채우는 초고속 충전소를 함께 만드는 '모빌리티 라이프스타일 충전소' 조성에 합의했다. 현대차가 최신 충전식 설비를 개발해 설치하고 SK네트웍스가 기존 주유소 부지를 제공하는 방식이다. 이를 위해 현대차는 350kW급 초고속 충전기를 개발 중이다. 이 충전기는 70kW급 이상 대용량 배터리를 탑재한 전기차의 배터리를 20분 만에 80% 이상 채울 수 있다. 충전 시간이 종전 50kW급보다 3분의 1이하로 줄어든다. 현대차 관계자는 "전기차 보급을 활성화하고 여기에 걸맞는 생활 기반을 마련 할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현대차가 세계 최대의 자율주행 관련 솔루션과 프로그램을 보유한 오로라와 협업을 강화하고 있는 가운데 2월 평창동계올림픽을 앞두고 190km 거리의 자율주행에 성공했다. 현대차 제공

◆현대차, 오로라와 자율주행차에 승부수

"자율주행과 커넥티드카 등 미래 핵심사업 영역에서 글로벌 유수 기업과 협업체계를 확대하겠다."

윤여철 현대자동차 부회장은 1월2일 2018년 시무식에서 이같이 말했다. 정보통신기술(ICT) 기업이나 자율주행 전문업체 등과 기술제휴로 본격적인 기술개발에 속도를 내겠다는 윤 부회장의 청사진은 불과 이틀 만에 수면 위로 떠올랐다. 현대차는 1월4일 미국 자율주행 전문기업인 오로라 이노베이션(이하 오로라)와 손잡고 자율주행차를 개발한다고 발표했다. 단순한 기술제휴가 아닌 '동맹' 수준이다.

오로라는 2009년부터 8년간 구글에서 자율주행 기술을 총괄했던 크리스 엄슨과 테슬라의 오토파일럿 개발을 담당했던 스털링 앤더슨 그리고 우버의 인식기술 개발을 맡았던 드류 베그넬 등이 2016년 12월 창업한 자율주행 부문의 선두주자다. 현대차와 오로라의 '동맹'은 글로벌 5위의 완성차 브랜드로 생산과 판매망 등 막강한 인프라를 구축한 현대차와 자율주행차 운영 솔루션과 소프트웨어를 전문 개발하는 오로라의 전략적 제휴는 자율주행차의 상용화 시기를 획기적으로 앞당길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현대차는 오로라와 협업을 기반으로 3년 안에 업계가 도달할 수 있는 최고 수준의 자율주행 기술인 '레벨4'를 구현해 상용화한다는 목표다. 2021년 두 회사가 목표로 하는 레벨4 수준의 자율주행 단계는 운전자 개입 없이도 차량이 스스로 주행하는 단계다. 운전자가 돌발상황에 대한 주의를 기울이는 조건이 있지만 사실상 완벽한 자율주행 수준이다. 현재 국내에서도 판매 중인 미국 테슬라의 전기차 자율주행 상용화 정도는 레벨2에 해당한다. 현대차의 도전은 조금씩 실체를 드러내고 있다. 2월2일 현대차는 평창동계올림픽을 앞두고 서울~평창 간 고속도로 약 190km 구간에서 자율주행에 성공했다. 수백 km의 장거리 코스에서 구간별 법정 허용 최고 속도(시속 100~110km)까지 준수하며 자율주행 기술을 선보인 건 국내에서 현대차가 처음이다.

현대차-오로라 동맹 이외에도 전 세계 굴지의 기업은 미래먹거리인 자율주행차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사투를 벌이고 있다. 구글과 애플은 2020년 레벨5의 완전 자율주행 상용 자동차 출시를 목표로 하고 있다. 중국 역시 발벗고 나섰다. 중국 3대 IT 기업 중 하나인 바이두도 2020년 자율주행 상용차 모델을 출시하고 2021년에는 본격적인 시판형 자율주행차 양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바이두 보다 조금 늦었지만 알리바바 또한 레벨4 수준의 자율주행차 주행 테스트를 최근 진행했다. 일본은 2020년 도쿄올림픽에 맞춰 운전자가 필요 없는 레벨4 이상의 완전 자율주행 택시를 선보일 계획이다. 현대차-오로라 동맹이 요동치는 자율자동차 시장에서 '게임 체인저'로 판세를 흔들며 시장을 선점할지 주목 된다.

현대차는 두터운 마니아 층을 보유한 마블 사의 캐릭터를 활용해 마블과 협업을 강화하고 있다. 현대차 홈페이지

◆기술을 넘어 감성까지, 엔터와 손잡은 현대차

현대차의 '탈 순혈주의'는 단순히 기술 분야를 넘어 엔터테인먼트 분야까지 확장하고 있다. 현대차는 국내 최대 연예기획사인 SM엔터테인먼트와 손잡고 '현대XSM 무빙 프로젝트((Hyundai x SM Moving Project)'를 진행하고 있다. 이 일환으로 3월21일 현대차는 '쏠라티 무빙 호텔(SOLATI Moving Hotel)'을 공개했다. 이 프로젝트는 '자동차'의 역할을 삶의 다양한 영역으로 확대한다는 취지로 시작됐으며 지난해 선보인 '쏠라티 무빙 스튜디오'에 이은 두 번째 협업 프로젝트의 결과물이다.

'쏠라티 무빙 호텔'은 쏠라티 리무진을 기반으로 디자인된 커스터마이징 차량으로 공연이나 촬영을 위해 이동 차량 안에서 긴 시간을 보내야 하는 가수, 배우 등 아티스트들을 위해 새로운 개념의 이동 공간을 제시하기 위해 기획했다. 기획 단계부터 쏠라티 무빙 호텔'을 직접 사용하게 될 SM 소속 아티스트들을 대상으로 심도 깊은 인터뷰를 진행해 이동 차량 안에서 겪는 다양한 상황들과 니즈를 구체적으로 파악해 차량의 디자인에 적용했다. SM 소속 그룹 엑소(EXO)의 카이, 배우 이연희 등이 '쏠라티 무빙 호텔 패션화보' 등에 참여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고객들에게 이동수단 그 이상의 가치를 전달하고자 하는 현대차의 새로운 시도로 SM엔터테인먼트와의 협업을 진행했으며, 올해는 '쏠라티 무빙 호텔'을 선보이게 됐다"며 "앞으로도 다양한 분야와의 협업을 통해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시도를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차는 국내 최대 연예기획사 SM엔터테인먼트와 함께 자동차의 개념을 바꾸는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현대차 제공

현대차는 영화 '어벤져스', '아이언맨' 등으로 전 세계적으로 인지도가 높은 마블과 협업으로 현대차의 브랜드 가치를 높였다. 현대차는 9월 샌디에이고에서 열린 '2018 코믹콘' 개막식에서 마블사와 협업한 '코나 아이언맨 에디션'을 선보였다. 코나 아이언맨 에디션은 세계 최초로 마블 캐릭터의 특징을 반영한 차량으로 현대차와 마블의 디자이너는 영화 '아이언맨'에 등장하는 수트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밝혔다.

앞서 현대차는 7월 개봉한 영화 '앤트맨과 와스파'의 공동 마케팅을 진행하며 이 영화를 위해 특별 제작한 벨로스터와 신형 싼타페를 스크린으로 처음 공개했다. 또한 지난해 6월에는 마블과 컬래버레이션해 '코나 아이언맨 스페셜 에디션'을 시장에 내놓기도 했다. 현대차는 전 세계적으로 두터운 마니아 층을 확보한 마블사의 캐릭터를 활용해 '히어로가 타고 다니는 차'라는 특별하고 고성능의 이미지를 구축하는 한편 내가 히어로가 된 것 같은 특별한 경험을 제공한다. 이를 통해 현대차의 브랜드 가치를 높이고 소비자의 감성을 자극하고 있다.

박대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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