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 고양 오리온 가드 임재현(39)이 코치로 변신했다. 시즌 중 선수 은퇴를 결정해 지난 14일 창원 LG전부터 유니폼이 아닌 정장을 입고 벤치를 지켰다. 그는 본지와 인터뷰에서 “지도자로 공부할 부분이 엄청 많은 것 같다”며 “첫 날 경기를 마친 뒤 4시간밖에 못 잤다”고 밝혔다.

 임재현은 중앙대 시절 스타 가드로 2000년 드래프트 전체 2순위로 청주 SK(현 서울 SK)에 지명됐다. 2007년에는 전주 KCC로 이적한 뒤 2008-2009시즌과 2010-2011시즌 챔피언 결정전 우승을 차지했다. 2014-2015시즌부터 오리온 유니폼을 입은 그는 프로 통산 정규리그 651경기(4위)에 출전해 4,723득점(30위) 1,513리바운드(34위) 2,217어시스트(6위) 3점슛 708개(16위) 839스틸(5위)을 기록했다. 이번 시즌 성적은 26경기 출전에 평균 0.9점 0.4어시스트다.

 임재현 신임 코치는 “지금 역할은 코칭스태프와 선수들의 연결 고리를 잘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선수들과 격 없이 대화할 수 있도록 코치가 아닌 형으로 다가가겠다”고 말했다.

-시즌 중 은퇴 결정을 내렸는데.

“12일 저녁에 감독님 방에 가 얘기를 나눴다. 올스타 브레이크 기간에 먼저 김병철 코치님이 시즌 후 거취를 돌려 물어봤다. 현재 선수로 집중하고 있어 조심스럽게 얘기를 했다. 어차피 좋은 기회가 왔고 오리온에서 2년 동안 있으면서 (추일승) 감독님에게 배운 것도 많았다. 믿고 따라가고 싶었다.”

-갑작스러운 코치 제의에 어리둥절했을 것 같은데.

“의외로 결정은 어렵지 않았다. 시즌 초반부터 지난 시즌처럼 팀에 보탬이 됐더라면 달랐을 테지만 경기를 뛰지 못하는데 팀은 잘 나가니까 나를 인정하게 됐다. 출전 기회가 적으니 감을 잡기 힘들고 몸 상태도 좋지 않았다.”

-은퇴 경기를 하지 못하고 떠나게 됐다.

“어쩔 수 없는 부분이다. 은퇴식(22일 전자랜드전)을 해주는 것만으로도 감사하다. 코치 결정 후 구단 사무실에서 은퇴 동의서에 사인을 하고 구단 숙소로 돌아갈 때 ‘이제 유니폼을 못 입는구나’라는 생각을 하니까 허무하기도 했다. 그러나 지금 지도자로 모르는 부분이 많아 공부할 게 산더미다.”

-선수 생활을 돌이켜보자면.

“프로 1, 2년차를 마치고 상무에서까지 컨디션도 좋았고, 승승장구했었다. 군 제대 후 SK의 팀 성적이 좋지 않으면서 같이 내려간 것 같다. 그리고 KCC로 이적한 첫 시즌(2007-2008)에는 힘들었지만 전태풍이 합류하고 제2의 농구 인생을 열었다. 위치(주전→식스맨)가 바뀌었지만 가리지 않고 뛰면서 가치를 인정 받았다. 당시 허재 감독님에게 고마운 마음이다.”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2008-2009시즌과 2010-2011시즌 챔피언 결정전에서 우승할 때다. 첫 번째 우승했던 순간보다 두 번째 우승이 더욱 기억에 남는다. 그 때는 시리즈 내내 제 몫을 했던 것 같다. MVP는 하승진이 받았지만 주위에서 ‘실질적인 MVP는 나’라고 말해줄 때 정말 기뻤다.”

-코치로 새롭게 시작하는데 임하는 각오는.

“며칠 전까지 선수들과 함께 생활을 했기 때문에 격 없이 대화하려고 한다. 그래서 코치님이라고 하지 말고 형이라고 부르라고 했다. 코치라면 선수들이 어려워할 수 있다. 형으로 다가가겠다. 또 팀 분위기가 다운되지 않도록 선수들을 잘 다독이겠다.”

사진=임재현 코치.  /사진=한국스포츠경제DB

김지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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