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오너 3세 '이재용·정의선', 전통적 경쟁관계 청산 신호탄
이재용(왼쪽) 삼성전자 부회장과 정의선 현대차그룹 총괄 부회장. /연합뉴스

[한스경제=변동진 기자] 재계의 '원투펀치' 삼성과 현대차그룹 사이 훈풍이 불고 있다. 이재용·정의선 부회장 시대를 맞아 냉랭했던 경쟁 관계를 청산, 미래 먹거리 발굴을 위해 손을 맞잡고 있다.

6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내년초 기아자동차 고객에게 최적화된 사용환경을 제공하는 ‘갤럭시 스마트폰’을 선보인다. 이를 위해 양사는 전날 서울 압구정동 ‘비트360’에서 제휴 마케팅 등을 골자로 하는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기아차 최적화 갤럭시에는 ‘녹스 커스터마이제이션’이 적용된다. 해당 기술은 삼성전자가 독자적으로 개발한 기업 맞춤형 솔루션이다.

이번 기술 협약을 통해 현대·기아차와 삼성전자는 애플리케이션 외 전기차용 배터리, 차량용 반도체, 엔터테인먼트 시스템, 디스플레이 등 여러 분야에서 협력을 이어나갈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스마트패드를 활용해 ▲시작 및 종료화면에 ‘기아 빅’ 테마 적용 ▲통신 기반 자동차 제어 서비스 유보(UVO) 등 제공한다.

‘기아 빅(KIA VIK)’은 고객이 차량 구매정보부터 운행 유지관리, 중고차 처분까지 자신의 카 라이프(Car Life) 전 과정을 스마트폰 하나로 관리할 수 있는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이다.

재계 관계자들은 양사 협약에 놀란 분위기다. 이건희·정몽구 회장이 중심축이던 1990년대, 삼성이 완성차 사업에 뛰어들면서 두 회사의 협업은 사실상 금기였기 때문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제네시스 EQ900을 사용하기 전 업무용 차량으로 체어맨W를 탔다. /연합뉴스

◆이재용 부회장, '제네시스 EQ900'로 훈풍 예고

이같은 훈풍을 예고한 것은 이재용 부회장이다. 그는 지난 8월 김동연 경제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만나는 자리에 ‘제네시스 EQ900’을 타고 나타났다.

앞서 이재용 부회장은 지난 2015년 업무용 차량을 에쿠스에서 체어맨W로 바꿨다. 당시 재계 안팎에서는 양사의 관계가 더욱 얼어붙는 것으로 내다보기도 했다.

하지만 이번 협약으로 삼성과 현대차그룹간 관계는 빠른 속도로 개선될 가능성이 크다. 애플리케이션 외에 차량용 반도체, 엔터테인먼트 시스템, 디스플레이 등 여러 분야에서 협력이 가능하다는 이유에서다.

실제 양사는 이달 말 KT와 함께 5세대(5G) 이동통신망 사용 자율주행을 선보인다. 이는 협업을 통해 개발한 기술로 삼성전자는 3.5GHz 대역 5G 네트워크 장비를, 현대차는 자동차와 주요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ADAS)을, KT는 통신망을 담당했다.

또 현대차는 고성능 ‘N’ 시리즈 중 하나인 ‘i30 N라인’에 삼성전자가 지난해 3월 인수한 미국 전장기업인 하만(Harman)의 제품을 적용했다.

특히 박병대 삼성전자 한국총괄 부사장은 5일 협약식 자리에서 “차원이 다른 서비스를 위해 (현대기아차가)나서면서 저희들에게 기술 개발을 의뢰해 왔다”며 “좋은 생각이고 양사가 발전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지영조 현대차 전략기술본부 사장(삼성전자 출신) 역시 지난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국제가전박람회(CES)에서 “6개월 내에 삼성전자와의 협력방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현대자동차 수소전기차 넥쏘. /현대자동차

◆‘공통분모 많은’ 이재용·정의선, 전기차 배터리도 해결할까 

무엇보다 이재용(50)·정의선(48) 부회장이 재계를 대표하는 오너 3세라는 점, 미래 먹거리를 발굴해야 하는 과제, 한남동 이웃사촌 등 공통분모가 많다. 게다가 두 사람 모두 명분보다 실리를 중요시 생각하고, 나이도 두 살 차에 불과하다. 재계 관계자는 "두 분이 원래 격의없이 대할 정도로 친한 사이인데 요즘에도 가끔씩 사적으로 만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미래 먹거리중 하나인 전기차 배터리의 경우  양 그룹 모두에 핵심사업이어서 '콜라보'를 기대할 수 있으나 당장 현실화하기에는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삼성SDI 제품 가운데 현대·기아차량과 규격이 맞는 것이 없기 때문이다. 이에 현대차그룹은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 제품을 적용했다.

재계 관계자는 “재계 1, 2위가 협업한다는 사실보다 미래산업을 위해 손을 잡은 것에 의미를 두고 싶다”며 “불안정한 글로벌 경제 상황에 4차산업혁명까지 맞물려 어려움이 많지만, 삼성과 현대차그룹을 시작으로 경쟁 관계인 기업들의 협업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변동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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