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이란 수출 미수금 2238억원 가량
예외 인정으로 일부 미수금 회수 '긍정적'
이란 경제 어려워져 거래 지속 어려울 듯

[한스경제=박재형 기자] 미국이 이란 제재를 본격 부활시키며 많은 기업들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한국은 예외가 인정돼 당분간 이란과의 수출입 거래를 지속할 수 있지만 업계 전문가들은 ‘장밋빛’보다는 ‘회색빛’의 어두운 전망을 그리고 있다.

미국 정부는 5일 0시(현지시간)부터 이란산 원유 수입 금지 등 경제·금융 제재를 전면 복원했다. 다만 한국을 포함한 8개 국가는 180일간 이란산 원유 수입제한 및 일부 수출거래에 예외를 인정했다.

미국의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왼쪽)과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이 5일(현지시간) 워싱턴DC의 내셔널 프레스빌딩에서 이란에 대한 경제·금융 제재 전면 복원을 발표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6개월 예외 적용으로 한숨 돌려

지난 10월 10일 권칠승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산업통상자원부로부터 받은 ‘이란 제재 복원에 따른 국내 기업 영향’ 자료에 따르면 2017년 기준 이란 수출 기업 2617개사 중 중소기업은 88.5%에 해당하는 2315개사로 밝혀졌다.

같은 달 7일 최인호 민주당 의원이 산업통상자원부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5일 기준 우리기업 수출 미수금은 350여건, 2238억원으로 59개 기업이 대금을 받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7월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코트라)가 기업 대상 설문조사로 파악한 이란 수출 미수금 규모는 총 411건, 2433억원이었다. 이후 두 달여간 돌려받은 미수금은 고작 150억원(61건, 전체 금액 6%)이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은 이란에 대한 2차 제재를 추가로 부활시켰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1차 제재만 가해졌던 올해 1∼8월 이란 수출은 20억 8000만 달러 규모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21.9%가 감소했다. 수입은 40억 5000만 달러로 23.7%가 줄어 무역수지는 19억 8000만 원 적자를 보였다.

다만 한국은 예외국 인정을 받아 6개월 간 한시적으로 원유 수입이 가능하고 제재 대상 산업을 제외한 예외 인정 분야에서 이란 대상 수출 거래가 가능하다.

이란에서 원유를 수입했던 한국 기업들은 그동안 원화로 대금을 지불했다. 국제통화가 아닌 원화를 자유롭게 사용할 수 없는 이란은 국내 은행에 계좌를 개설하고 대금을 예치했다. 이란에 수출을 하는 우리 기업이 대금을 지급 받을 경우 이 계좌를 이용해 대금이 지급됐다.

이에 제재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 기업들은 이 계좌를 통해 당분간 거래가 가능하고 미수금이 있을 경우에는 대금 지급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업계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이란 수출이 매출에서 큰 비중을 차지했던 중소기업들에게는 ‘가뭄에 단 비’와 같은 소식이다.

추후 미수금 회수에 있어서도 미국이 제재를 위반하는 것이 아니라면 엄격하게 관리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미수금 지급을 금지하는 것은 오히려 이란에 도움이 되는 것이기에 제재 목적과 상반된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한국의 예외국 지위를 통해 일정부분에서 좋은 분위기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코트라 관계자는 “한국의 예외국 인정이 미수금 회수에는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며 “1·2차 제재품목을 제외한 비제재 품목에 대해서는 일시적인 여유가 생겼다”고 말했다.

지난 2016년 경제제재 해제로 4년만에 부산항에 입항한 이란 국적 화물선(토우스카호)의 모습./사진=연합뉴스

◆어두운 전망 내비치는 전문가들

업계 전문가들은 국내 기업들의 숨통이 약간 트였을 뿐이며 전체적인 상황은 낙관적으로 볼 수 없다고 입을 모았다.

이란 제재·투자 분야에서 전문가로 통하는 신동찬 변호사(법무법인 율촌)는 “제재가 사실상 본격적으로 부활했기에 많은 기업들이 타격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며 “제재 대상 산업을 제외하고 가전제품, 종이 등 소비재 관련 기업들은 수출거래가 가능하다고 하지만 제재로 인해 이란 경제가 나빠지면 거래를 지속하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예외국 지위는 6개월이 지나면 갱신이 필요하다. 이에 대해서도 신 변호사는 어려운 전망을 내놓았다. 그는 “과거 오바마 대통령은 제재를 하면서도 예외국 지위를 해줬지만 현 미국 정부는 지속적으로 이란의 석유 판매 이익을 제한할 것이라고 얘기를 해왔다”며 “따라서 6개월 이후에는 연장이 힘들 것으로 보이고 설령 연장이 된다고 해도 원유 수입량을 줄여야 할 것이다”고 분석했다. 원유 수입이 줄어들면 이란의 가용 자금이 줄어들고 수출 규모도 줄여 나갈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중소기업중앙회 관계자는 “지난 1차 제재 이후 정부가 이란과 거래 중인 기업들에게 사업을 철수 하거나 축소할 것을 권고했다”며 “이런 기업들에게 6개월의 시간은 ‘조금의 여유를 더 제공한 것’이라는 의미뿐이며 전체적인 방향에서 우회가 있었던 것은 아니다”고 궤를 같이했다.

이란은 사우디아라비아, 쿠웨이트에 이어 한국의 세 번째로 큰 원유 수입국이다. 이란 입장에서도 한국은 중국, 인도 다음으로 많은 원유를 수출하는 고객이다. 이란 제재가 지속된다면 유가 상승은 불보듯 뻔한 상황이다. 이에 대한 기업 피해 우려도 있다.

심혜정 무역협회 동향분석실 수석연구원은 “국내 원유 수입양의 13% 가량을 이란에서 수입하는 상황인데 장기적으로 이 물량을 대체할 수 있는 공급망 다변화가 필요하다”며 “현재 유가가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는 상황이며 이란 제재가 상승세 급등을 부추겨 기업들에 대한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박재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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