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스포츠경제=최지윤 기자] 배우 함은정은 선과 악이 공존하는 얼굴을 가졌다. KBS2 종영극 ‘러블리 호러블리’는 ‘드림하이’ 이후 두 번째로 악역을 맡은 작품이다. 극중 톱여배우 신윤아 역을 맡아 악녀 본색을 드러냈다. 선한 연기가 편하면서도 “악역의 반전 매력에 끌렸다”고 웃었다. 아역배우에서 걸그룹 티아라로 10년간 활동한 후 홀로서기에 나선 함은정은 “점점 믿음이 가는 배우고 되고 싶다”고 바랐다.
 
-신인으로 돌아간 느낌이겠다.
“이렇게 혼자 인터뷰를 하는 건 처음이다. 2009년 티아라로 데뷔했을 때 멤버들과 내방 인터뷰를 돌았는데 그 때 추억이 떠오른다. 작년에 MBC 일일극 ‘별별 며느리’ 끝나고 카페를 빌려서 종영 인터뷰 했을 때와도 다른 느낌이다.”
 
-탑 여배우 신윤아 역에 공감됐을 텐데.
“아이돌 하다가 배우로 전향한 거 말고는 비슷한 게 하나도 없다. 처음 대본을 보고 바로 ‘하고 싶다’고 했다. 내가 행복하면 누군가 불행해지고, 누군가 불행하면 내가 행복해지는 논리가 신선했고 스토리가 어떻게 풀릴지 궁금하더라. ‘러블리 호러블리’는 소속사 온누리미디어로 옮긴 뒤 첫 작품이고 KBS2 미니시리즈는 ‘드림하이’ 이후 7년만이라서 의미가 깊다.”

-악녀 캐릭터 어떻게 접근 했나.
“처음엔 이해가 어려웠다. 오을순(송지효) 캐릭터는 이해 됐지만 ‘윤아는 대체 왜 이럴까?’ 싶더라. 감독님께 질문을 많이 했는데, 이상하게 시간이 지날수록 이해가 잘 됐다. 윤아가 불쌍하고 짠해 보였다. 정상적인 사람들은 사랑 받고 싶으면 예쁜 행동을 하는데, 윤아는 반대로 하지 않냐. 유필립(박시후)을 끝까지 놓지 못하고 짝사랑했지만, 우아함을 잃지 않는 캐릭터로 남아서 기뻤다.”

-11세 연상 박시후와 호흡은 어땠나.
“마주치는 신이 많이 없어서 아쉬웠다. 오빠가 워낙 베테랑이라서 내 연기를 다 흡수해줬다. 현장에서 장난끼도 많고 유쾌하게 잘 받아줘서 ‘오빠미’가 뿜뿜 느껴졌다(웃음). 먼저 ‘대사 맞춰볼까’라고 얘기해줘서 감사했다. 각자 찍었을 때도 ‘어떻게 했어’라며 물어봐 줬다. 오빠와 다음에도 호흡을 맞추고 싶다.”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은.
“필립의 전 여자 친구를 내리치는 장면이 어려웠다. 원래 유리공예품으로 내리 치는 건데 집기만 해도 부서졌다. 결국 촛대로 바꿔서 촬영했다. 전작에서는 맞기만 했는데, 이번엔 전기 충격기, 밧줄 등 무시무시한 소품을 많이 사용했다. 처음 경험해보는 게 정말 많았다(웃음). 15회 때 ‘필립 오빠 기억 속에 남겠다’고 집에 가서 불 지르는 장면이 최고였다. 나쁜 짓을 할 때 오히려 우아하게 옷을 입어서 차별화했다. 실제로도 짝사랑한 경험 있냐고? 자존감이 쎈 편이다. 공개연애는 안 하고 싶다.”

-실제로 보면 악역 이미지가 없다. 오히려 을순 역 더 잘 어울리는데.
“‘드림하이’에 이어 악역은 두 번째다. 이전에 다 착한 역할만 해서 ‘악역이 들어오는 이유가 무엇일까?’ 고민을 많이 했다. 윤아처럼 이유가 있고 반전 있는 악역이 좋다. 악함과 선함의 중간에 있는 매력이라고 할까. 선한 역할이 편하지만 악역이 더 재미있다. 나중에 더 악한 역도 해보고 싶다. ‘을순 역을 맡았으면 어땠을까?’ 생각해본 적도 있지만, 난 주어지면 올인하는 스타일이다. 이번 계기로 악녀 이미지가 생겨서 감사하다. 윤아는 내가 봐도 정말 못됐더라(웃음).”

-시청자 반응도 챙겨봤나.
“마지막 회 때쯤에 ‘은정이 연기하는 거 처음 보는데, 아이돌도 이런 연기를 할 수 있냐’고 한 칭찬 댓글이 정말 기뻤다. 비판 댓글도 챙겨본다. 이제는 진짜 비판인지, 그냥 싫어서 다는 댓글인지 구분해서 본다. 애정에서 나오는 비판은 받아들이고 연기할 때 참고한다. 악플을 보고 크게 흔들리는 편은 아니다.”
 
-캐릭터 전개 및 시청률 저조에 대한 아쉬움은 없나.
“조금 더 입체적으로 연기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개인적인 욕심이지만 윤아가 좀 더 짠하고 이유 있는 아역처럼 보이도록 연기해야 되는데, 내 몫을 다 다하지 못한 것 같다. ‘러블리 호러블리’는 시청률이 높지 않았지만, 애착이 간다. 최선을 다한 뒤에는 결과에 집착을 안 하는 스타일이다. 시청률이 잘 나오면 좋지만, 연기할 때 즐겁고 행복했으면 만족한다. 방송 내내 인스타그램에 적극적으로 홍보했는데 ‘홍보 봇’ ‘홍보 요정’으로 불려서 좋았다.”

-30대가 되고 달라진 점은.
“아직 만으로 스물아홉 살이다(웃음). 달라졌다. 확실히 20대 때와 달리 1년, 1년 시간이 지나고 경험하는 깊이가 다르다. 30대가 기대되고 이제 진짜 언니가 돼 가는 느낌이라고 할까. 배우로서 꿈은 꾸준히 하는 거다. 믿고 보는 배우가 아니라 점점 믿음이 쌓이는 배우가 됐으면 좋겠다. 모르는 분들이 많은데, 티아라 데뷔 전 아역배우 활동을 먼저 했다. 아이돌 출신 배우들에 대한 선입견이 있는데 색안경을 끼고 봐도 좋다. 다양한 얘기를 듣고 발전된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
 
-티아라 활동 계획은 없나.
“같이 하고 싶다. 사실상 해체라고 하는데, 우리는 해체하지 않았다. 각자 개인 활동 하다가 앨범 냈듯이, 각자 하고 싶은 일 하다가 언제든 뭉칠 수 있다. 너무 안타깝게 보지 않았으면 좋겠다. 지연이는 촬영 때 스낵차도 보내주고, 난 효민이 쇼케이스도 갔다 왔다. 다들 티아라로 활동할 마음이 있다. 티아라 활동은 계속 해야 한다. 10년 동안 우리가 쌓아온 이름이라서 애착이 깊다.”

사진=김민경기자 min4300@sporbiz.co.kr

최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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