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야구, 넥센타이어 신성장 동력

이장석 사태 넥센타이어 변심의 결정적 계기 돼

스포츠마케팅, '실적+인지도 상승' 두 마리 토끼 사냥 성공

현재진행형인 넥센타이어의 스포츠 마케팅
넥센히어로즈 선수들이 지난달 23일 플레이오프행을 확정한 뒤 기뻐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스경제=박대웅 기자] 2010년 2월9일 재계와 스포츠계를 놀라게 하는 빅이슈가 터진다. 당시로선 인지도가 낮았던 타이어 업계 후발 주자 넥센타이어가 프로야구단 서울 히어로즈와 네이밍 스폰서십 계약을 체결했다. 정식 명칭은 '넥센 히어로즈'. 그로부터 9년 동안 넥센타이어는 넥센 히어로즈의 주인으로 히어로즈 팬들과 함께 했다.

이 기간 넥센타이어와 히어로즈는 모두 '윈-윈(Win-Win)'했다. 넥센타이어는 '넥센 히어로즈'라는 스포츠 마케팅 전략으로 브랜드 이미지 상승과 매출 신장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았다. 모그룹의 지원 없이 자체적으로 운영비를 충당해야 하기에 스폰서에 의존할 수 밖에 없는 구조를 가진 히어로즈 역시 넥센타이어와 스폰서십으로 안정적인 성장과 도약의 기틀을 마련했다.

넥센히어로즈 팬들이 열정적으로 응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신(新) 성장동력이 된 야구

넥센타이어는 왜 본업과 상관 없는 야구판에 뛰어들었을까. 넥센타이어의 대답은 이렇다. "당시 매출 1조 원, 브랜드 론칭 10주년을 맞아 새로운 동력이 필요했다"며 "시장 점유율은 꾸준히 상승했지만 거기에 안주할 수 없었고, 세계시장 진출을 위해서라도 새로운 자극이 필요했다."

사실 넥센타이어의 스포츠마케팅 전략은 넥센 히어로즈가 처음은 아니다. 넥센타이어는 2006년 파격적인 제안으로 세간의 이목을 사로잡았다. 강호찬 넥센타이어 대표는 2006년 부산시 체육시설공단 관계자를 만나 프로야구 롯데자이언츠가 사용하고 있는 사직구장의 '네이밍 라이트(naming right·경기장 명칭 독점 사용권)'를 사겠다고 제안했다. 넥센타이어의 시도는 결과적으로 실패로 끝났지만 재계 안팎에 신선한 충격을 줬다.

'부산 사직구장', '광주 무등구장', '대전 한밭구장'처럼 2000년대 중반 야구장은 지역 이름으로 불렸다. '알리안츠 아레나'(독일), '리복 스타디움'(잉글랜드) 등 국외에서는 네이밍 라이트를 활용한 사례가 빈번했지만, 먼 나라의 이야기일 뿐이었다. 비록 실패로 끝났지만 넥센타이어의 네이밍 라이트 시도는 이후 국내 스포츠 마케팅에 큰 변화를 이끌었다. 현재 국내 프로야구단 중 절반인 5곳이 네이밍 라이트를 구매해 사용하고 있다. 광주 기아 챔피언스필드, 대전 한화생명 이글스파크, 인천 SK 행복드림파크, 대구 삼성 라이온즈파크, 수원 kt 위즈파크가 좋은 사례다.

2010년 강호찬 넥센타이어 사장은 이장석 서울히어로즈 대표이사(오른쪽)와 메인스폰서십 계약을 체결했다. 넥센타이어

◆'인지도+매출↑' 두 마리 토끼 사냥 성공 넥센타이어

반신반의. 넥센타이어의 넥센 히어로즈를 통한 새로운 도전을 바라보는 초기 시각은 이랬다. 첫 출발 역시 매끄럽지 못했다. 넥센 히어로즈는 출범 첫 해인 2010년 7위를 하더니 2011년 8위로 순위표 가장 낮은 곳에 이름을 올렸다. '잘 하는 것에 집중해야 한다'는 볼멘 목소리가 새어나오기 시작했다. 그럼에도 넥센타이어는 포기하지 않았다. 오히려 2013년까지 2년 간 스폰서십을 연장했다. 넥센타이어는 "브랜드 이미지 제고로 소비자에게 더 가까이 다가가기 위해 시작한 야구단이다"면서 "성적이 좋으면 금상첨화겠지만 선수를 키워내고 그 능력을 바탕으로 강팀이 되려면 최소 4년의 시간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 2년 재계약을 맺게 됐다"고 설명했다.

넥센히어로즈는 넥센타이어의 믿음에 성적으로 보답했다. 2012년 6위로 중위권에 도약한 넥센 히어로즈는 2013년 4위로 창단 후 처음으로 가을야구에 진출했다. 이후 2014년에는 준우승을 거뒀고, 2015년에는 4위, 2016년에는 3위에 오르며 가을야구 단골손님으로 환골탈태했다.

넥센타이어와 넥센 히어로즈의 매출도 동반 상승했다. 스폰서 계약 전인 2009년 매출액 9662억 원으로 1조 원에 조금 못 미쳤던 넥센타이어는 스폰서십 체결 4년째인 2013년 매출 1조3800억 원을 기록했다. 4년 만에 4000억 원 이상 매출이 증가했다. 이후 2015년 매출액 1조4680억 원에 이어 2016년 1조4900억 원 등 꾸준히 상승세를 이어갔다.

2010~2011년 각 30억 원(추정치), 2012~2013년 각 40억 원, 2014~2015년 각 50억 원, 2016년~2018년 100억 원의 후원금 계약을 체결한 히어로즈는 2016년 창단 후 처음으로 흑자를 기록했다. 넥센타이어와 스폰서십 증액, 박병호가 메이저리그로 떠나면서 남긴 포스팅 금액 140억 원 그리고 고척스카이돔 이전 효과 등이 실적 상승으로 이어졌다. 실제로 2015년 166억 원 대였던 광고 수입은 2016년 230억 원으로 증가했고, 입장 수입도 2015년 53억 원에서 86억 원으로 늘었다. 중계권료와 KBO에서 받은 기타 수입 역시 19억 원에서 30억 원으로 상승했다. 2015년 411억 원이던 히어로즈의 매출은 2016년 626억 원으로 껑충 뛰어 올랐다.

이장석 전 히어로즈 대표가 포승줄에 묶인 채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넥센타이어는 왜 히어로즈를 포기했나

세간의 우려에도 성공 가도를 달린 넥센타이어의 도전은 9년 만에 막을 내렸다. 6일 히어로즈는 5년 간 500억 원 규모로 키움증권과 새 스폰서십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넥센히어로즈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는 순간이다. 넥센타이어는 왜 히어로즈를 포기했을까.

넥센타이어의 변심에는 이른바 '이장석 사태'가 결정적인 영향을 줬다. 지난해 이장석 히어로즈 전 대표가 사기 및 횡령 등 혐의로 법원을 드나들며 넥센 구단 이미를 심각하게 훼손했다. 재계 안팎에서는 "이장석 사태로 넥센타이어가 부정적 브랜드로 낙인 찍힐 우려가 있다"는 목소리가 흘러 나왔다. 넥센타이어는 2월2일 이장석 전 대표가 법정 구속된 뒤 명확한 경고의 메시지를 전했다.

공식 입장문에서 넥센타이어는 '서울 히어로즈 프로야구단의 경영 및 구단 운영이 현 상태로 유지되는 것은 적절하지 않으며 좀 더 투명하고 건전하며 팬들에게 사랑받는 팀으로 거듭나기 위한 구체적인 개선안과 일정을 마련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완곡한 표현을 썼지만 구단 경영이 정상화되지 않으며 스폰서 계약을 유지하지 않겠다는 분명한 의지를 읽을 수 있다. 결국 우려는 현실이 됐고, 넥센타이어는 히어로즈를 떠났다.

강호찬 넥센타이어 사장(오른쪽)과 페란 소리아노 맨체스터시티 CEO가 공식 파트너 조인식에 참석해 미소 짓고 있다. 넥센타이어

◆현재진행형인 넥센타이어의 스포츠마케팅

넥센타이어는 넥센 히어로즈의 성공으로 얻은 자신감을 바탕으로 국내외를 막론하고 축구와 야구, 테니스와 모터스포츠 등 더 다양한 영역으로 스포츠 마케팅 전략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 특히 국내를 비롯해 북미와 유럽에서 스포츠 마케팅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넥센타이어는 미국 프로야구팀과 공식 파트너십을 맺고 현지 마케팅에 나서고 있다. 지난해까지 LA에인절스 구단을 후원했고, 2016 시즌에는 '추추트레인' 추신수가 뛰고 있는 텍사스 레인저스와 3년 동안 파트너십 계약을 맺었다.

유럽에서는 축구팀 후원을 기반으로 브랜드 인지도 강화에 힘쓰고 있다. 독일 분데스리가 VfL 볼프스부르크 후원에 이어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맨체스터시티 FC,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이탈리아 세리에A의 축구장에서도 광고를 진행했다. 특히 눈길을 끄는 대목은 맨체스터시티와 스폰서십 체결이다. '손날두' 손흥민이 뛰고 있는 토트넘 훗스퍼나 국내에서도 인지도가 높은 '캡틴' 박지성의 전 소속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아닌 맨체스터시티를 선택한 이유는 뭘까. 넥센타이어는 "한국 선수가 없어 특별히 한국과 접점도 없는 맨체스터시티지만 구단주 교체 후 공격적 투자로 강팀 반열에 올랐고, 현지에서도 인기가 매우 높다"면서 "브랜드 이미지가 유럽에서 강세를 보이고 있는 고급 완성차 시장의 성패를 좌우한다고 판단해 맨체스터시타와 협업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 밖에도 넥센타이어는 독일 바이센호프에서 개최되는 남자프로테니스(ATP) 월드투어 250 시리즈 '메르세데스컵' 대회에 공식 후원사로 참여하는 등 유럽 내 브랜드 인지도 강화에 스포츠 마케팅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넥센타이어의 스포츠 마케팅 노력은 결실을 맺고 있다. 2016년 8억 달러 수출탑 수상을 비롯해 자동차 등 11개 분야에서 시장 조사를 벌이고 있는 미국 마케팅 정보회사 JD파워가 발표한 2016년 OE(신차용 타이어) 고객만족도 조사에서 4위에 올랐다. 또 같은 해 포르쉐에 OE 공급계약도 체결했다. 여기에 지난해 고용창출 우수기업 최대선정 및 전국 품질분임조 6년 연속 대통령상 수상 등 국내외에서 경쟁력을 인정 받고 있다.

투자와 육성이라는 장기적 목표로 강팀 반열에 오른 넥센 히어로즈의 경험은 넥센타이어의 마케팅 전략에 밑거름이 됐다. 넥센타이어는 스포츠 마케팅 부문에서 거둔 성공을 기반으로 전 세계, 다양한 분야에서 공격적인 투자와 마케팅 전략을 펼치고 있다. 이를 통해 기술력과 브랜드 인지도를 높였을 뿐만 아니라 글로벌 타이어 제조기업으로 도약했다. 넥센타이어의 공격적인 스포츠 마케팅이 앞으로 어떤 결실을 맺을지 기대된다.

박대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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