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바람' 한류 화장품...이니스프리·에뛰드 중국 내 브랜드 파워 ↓
'찬바람' 한류 화장품...이니스프리·에뛰드 중국 내 브랜드 파워 ↓
  • 김지영 기자
  • 승인 2018.11.08 12: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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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니스프리, 중국 내 브랜드 파워 1위→10위 하락
국내 ODM 손잡고 품질 개선한 로컬 화장품 인기
맥·아르마니·시세이도 등 고가 브랜드 파워 상위권
서울 명동에 있는 화장품 로드숍들/사진=연합뉴스
서울 명동에 있는 화장품 로드숍들/사진=연합뉴스

[한스경제=김지영 기자] 국내 화장품들의 중국 내 인기가 빠른 속도로 시들해지고 있다. 품질을 개선한 로컬 브랜드들과의 경쟁이 심화되고 중국인들의 소비 패턴이 달라지면서 입지가 좁아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국내 로드숍 브랜드들은 중국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온라인 전환 등 대응 전략을 짜고 있지만 중국인들의 바뀐 입맛을 사로잡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중국 경제주간지 제일재경주간(CBNweekly)이 최근 중국인들의 해외 화장품 브랜드 선호도를 조사한 결과 2016년 브랜드 파워 1위였던 이니스프리는 10위로 순위가 하락했다. 에뛰드하우스도 2016년 6위에서 3계단 내려간 9위에 그쳤다. 한국 브랜드 중 가장 순위가 높은 것은 라네즈로 7위를 기록했다.

상위권은 고가 해외 브랜드들이 차지했다. 1위는 맥(M.A.C), 2위는 아르마니, 3위에는 시세이도가 올랐으며 에스티로더, 디올, 크리니크가 그 뒤를 이었다.

중국에서 한국 화장품 브랜드들의 기세가 꺾이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 사드(THADD) 보복 사태 이후다. 하지만 현지 유통 전문가들은 사드 여파 외에도 △소득 수준 향상으로 중국 소비자들이 품질이 우수한 고가 화장품을 선호하고 △품질보다 마케팅만 중시하는 한국 브랜드들의 전략이 더 이상 중국에서 통하지 않는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더페이스샵 등…중국 로드숍 매장 줄줄이 철수

실제 중국 현지에서 한국 로드숍 브랜드들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LG생활건강은 지난 5월 중국 내 오픈했던 자사 로드숍 브랜드 더페이스샵 매장을 모두 철수했다. 다른 로드숍들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70여 개였던 중국 네이처리퍼블릭 매장은 현재 58개로 감소했으며. 토니모리도 70여 개 매장을 30여 개로 절반 이상 줄였다.

네이처리퍼블릭 관계자는 “로컬 브랜드 성장으로 경쟁이 심화되며 중국 내 매출이 감소한 것은 사실”이라며 “온라인몰을 통해 화장품을 구매하는 중국 소비자가 늘면서 오프라인 매장을 닫고 온라인 전환 전략을 짜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니스프리와 에뛰드하우스의 본사인 아모레퍼시픽의 해외사업 영업이익도 크게 줄었다. 올해 3분기 해외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42% 감소한 262억원을 기록했으며 매출은 5% 증가한 4472억원이다. 회사는 해외 매출의 95%인 4423억원을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 시장에서 거둬들이고 있다.

토니모리도 중국 수요가 감소하며 올해 상반기 적자를 냈다. 연결 매출액이 890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20% 감소했으며 영업손실은 8억4000만원이다. 이밖에 미샤를 운영하는 에이블씨엔씨는 64억원, 클리오는 10억원의 영업적자를 냈다.

화장품 해외 유통업에 종사하는 한 관계자는 “중국인들에게 한국 화장품은 더 이상 매력적인 구매 대상이 아니다”며 “중국에서 인기 있는 한국 아이돌이나 배우를 모델로 기용해 공격적인 마케팅에 나서도 반응이 예전 같지 않다”고 설명했다.

박신애 KB증권 연구원은 "최근 들어 중국에 진출한 국내 중저가 브랜드들의 실적이 기대에 부합하지 못하는데, 전세계 규모 2위인 중국 화장품 시장에서 한국뿐 아니라 글로벌 업체, 로컬 업체와의 경쟁이 치열해지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해외·중국 로컬 브랜드 화장품 선호도/자료=CBNweekly
해외·중국 로컬 브랜드 화장품 선호도/자료=CBNweekly

◆로컬·고가 브랜드 날개 활짝…입지 좁아지는 K-뷰티

국내 브랜드들이 중국에서 기를 펴지 못하고 있는 반면 로컬 브랜드들은 인기가 상승하고 있다.

로컬 화장품 브랜드 파워 1위에 오른 바이췌링은 지난해 중국 최대 쇼핑 축제 광군제 당시 화장품 분야 매출 1위를 기록했다. 바이췌링이 발표한 ‘2017년 실적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회사의 전체 매출액은 177억 위안(한화 약 2조9775억원)으로 전년 대비 28%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로컬 브랜드 중 브랜드 파워 3위에 오른 쯔란탕도 해외 브랜드를 제치고 같은 기간 광군제 매출 2위를 기록했다. 전통 강자였던 이니스프리는 매출 9위에 그치며 간신히 10위권을 지켰다.

KB증권에 따르면 2017년 중국 기초화장품 시장 내 한국 브랜드 점유율은 2년간 5%에 머물고 있다. 색조 화장품도 부진은 마찬가지다. 같은 기간 중국 색조 화장품 시장은 18% 성장한 반면 국내 브랜드 매출은 12% 늘어났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 브랜드들이 한국 제품을 베끼더니 이제는 한국 브랜드들을 잡아먹었다”며 “로컬 브랜드들의 품질도 점점 좋아지고 있어 중국인들이 한국 화장품을 굳이 선택할 필요가 없어졌다”고 설명했다. 이어 “기술력이 뛰어난 코스맥스, 한국콜마 등 국내 제조자개발생산(ODM) 업체들이 로컬 브랜드들과 손을 잡으며 실제로 품질도 많이 개선됐다”고 말했다.

소득 수준이 높아진 중국인들의 소비 패턴이 변화하면서 고가 브랜드들의 인기는 높아지고 있다.

해외 브랜드 파워 조사에서도 맥, 아르마니 등 고가 브랜드들이 나란히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기능성을 강조한 SK-Ⅱ, 시세이도 등도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국내 브랜드 중에서도 고가 브랜드에 속하는 LG생활건강 ‘후’와 아모레퍼시픽 ‘설화수’는 로드숍 부진 속에서 오히려 잘 나가는 국내 브랜드다. 후는 올 2분기 중국 내 매출이 71% 증가하면서 분기 최초로 1000억원을 넘었다. 아모레퍼시픽 중국 법인 또한 설화수 매출 호조 덕분에 전년 동기 대비 30% 이상 성장했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인들의 화장품 선호가 상향 평준화됐다”며 “급격하게 바뀌고 있는 중국인들의 소비 트렌드에 대응하기 위한 국내 브랜드들의 차별화된 전략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