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민환기자

“저 오늘 웬만하면 그쪽이랑 자려고요”라는 말을 대뜸 던지는 남자는 뺨 맞기 십상이다. 하지만 유연석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유연석은 사랑할 줄 아는 남자다. ‘어깨깡패’(넓고 듬직한 어깨의 소유자), ‘밀크남’(흰 피부와 부드러운 미소의 남자) 등의 수식어만 봐도 여심사냥꾼의 조건은 이미 충분하다. 게다가 여자가 반하는 사소한 포인트를 놓치지 않는 섬세함도 지녔다. 그는 영화 ‘그날의 분위기’에서 사랑하고 싶은 남자 재현을 연기했다. 유능한 스포츠 에이전트로 하룻밤 연애도 사랑이라고 믿는 작업성공률 100%의 자유분방한 남자다. 유연석은 시나리오 속의 새빨간 재현 캐릭터에 하얀 물감을 풀어 핑크빛으로 만들었다.

-로맨스 연기의 영감은 어디서 오나.

“경험한 것도 있고 친구들이랑 이야기하면서도 얻는다. 특히 여성분들의 이야기를 귀담아 듣는다. 어떤 것들이 여자를 설레게 하는 포인트냐고 물어본다. 지금 연기코치가 여성 분인데 로맨스나 멜로를 할 때 도움이 많이 된다. 나도 몰랐던 여자들의 마음에 대해 잘 이야기해주신다. 로맨스는 역시 여자분들한테 물어야 한다. 남자들끼리 모여서 어땠네, 저쨌네 하는 것들은 대부분 아니다.”

-경험담을 녹인 부분이 있다면.

“바나나 우유를 줄 때 빨대 껍질을 조금 남겨놓은 게 내 아이디어다. 또 어깨에 비 맞는 장면을 넣자고 했다. 상대를 배려하는 아주 사소한 것들에 여자들의 마음이 움직이는 것 같다. 나도 춥지만 추워하는 여자에게 코트를 벗어주는 그런 뻔한 행동이 도움이 된다. 뻔하지만 안 하는 사람이 있고, 사소한 것을 챙겨서 마음에 드는 이성을 쟁취하는 사람이 있으니까.”

- 유연석이 ‘그날의 분위기’를 만드는 법은.

“보통 좋은 레스토랑, 신나는 클럽이나 바를 생각하는데 사실 이런 보여지는 생각하는 사소한 배려에서 분위기가 완성되는 것 같다. 디테일한 것들이 큰 감동을 주기 마련이니까. 또 둘이 밀착할 수 밖에 없는 포인트가 있다면 자연스럽게 분위기가 생길 수 있을 것 같다.”

-배우로서는 어떤 분위기를 내고 싶은가.

“칠봉이로 많은 사랑을 받았지만 사실 그건 내가 아니다. 진짜 유연석이라는 배우를 보여드리려면 나의 다양한 모습들을 작품을 통해 드러내야 할 것 같다. 지금껏 여러 이미지들을 두드렸는데 잘 맞을 때도 있고, 그렇지 못할 때도 있었다. 작품의 성공이 배우의 어떤 욕심만으로 되는 것도 아니니까. 이 배우가 ‘노력하는 배우구나. 연구한 흔적들이 보이는구나’ 하는 느낌을 드리고 싶다.”

-마지막으로 관객들에게 어떤 분위기를 선물하고 싶은지.

“사랑에 대한 이야기를 무겁지 않게 공감할 수 있게 발칙하고 유쾌하게 풀었다. 솔로 관객들은 옆자리를 잘 살펴서 서로 인사를 하시고, 귀가 길에도 옆 사람에 인사를 건네면 좋을 것 같다. 불특정 이성에게 관심을 내비칠 수 있는 인사말도 좋고, 그냥 안부 인사도 좋다. 이 영화 보시고 옆자리의 누군가에게 먼저 말을 건넬 수 있는 분들이 많았으면 한다. 다만 ‘그쪽이랑 자려고요’라는 대사는 주의요망이다^^”

황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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