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데뷔 8년차 예능으로 뜨니 얼떨떨…이름 있는 역할은 '징비록'이 처음
▲ 조각 같은 몸매로 화제를 모은 송보은이 한쪽 머리를 쓸어 넘기며 미소 짓고 있다. 임민환 기자 limm@sporbiz.co.kr

배우 송보은은 지난달 KBS2 ‘출발드림팀’에서 이름 석자를 제대로 알렸다. 댄스스포츠 특집 편에서 늘씬한 몸매와 우아한 몸짓으로 각종 포털사이트의 실시간 검색어를 장악했다. 함께한 포미닛 남지현, 유승옥, 이파니, 정다은 아나운서 등 몸매하면 빠지지 않는 이들이었지만 가장 큰 주목을 받은 건 송보은이었다.

앳된 얼굴에 신인처럼 보였지만 알고 보니 그녀는 데뷔 8년차 배우였다. 영화 ‘내 눈에 콩깍지’ ‘기생 91724 기방난동’등에 출연했고 현재는 KBS 주말사극 ‘징비록’에서 미츠키 역으로 활약하고 있다. 더 자세히 알고 보니 댄스스포츠 녹화 날 그녀는 뼈에 금이 간 상태에서 다리를 찢고 격렬한 차차차를 보여줬던 것이었다.

-이렇게 화제가 된 건 처음이지 않나?

“데뷔 8년차인데 예능 출연 한 번에 상상도 못한 일이 벌어졌다. 또 녹화할 때 7등을 해서 이렇게 큰 주목을 받을지 몰랐다. 내 이름이 기사화 되고, 검색어 순위에도 오르니 손이 떨리고 심장이 마구 뛰었다.”

-춤 실력이 상당하던데 댄스스포츠는 예전부터 해온 건가?

“이번이 처음이었다. 혼자 춤추는 걸 좋아한다. 어린 시절 리듬체조 선수를 꿈꾸기도 했다. 중학교 때까지 국가대표 출신 코치 밑에서 배웠다. 경제적 사정 때문에 그만뒀지만 춤에 대한 열정이 있다.”

-첫 예능인 점도 있겠지만 그런 열정이 있으니 더 남달랐겠다.

“연습하면서도 재밌고 정말 행복했다. 너무 욕심을 부린 점도 있다. 연습하다가 갈비뼈에 금이 갔다. 남자 파트너가 나를 돌리고 받는 부분이 있는데 처음엔 멍이 들다가 너무 아파서 병원에 갔더니 금이 갔다고 했다.”

-통증이 상당했을텐데.

“녹화 4일 전이라서 포기할 수 없었다. 찜질팩을 올려놓고 잤는데 그 게 또 화상으로 번져서 이래저래 고난이었다. 진통제를 맞고 무대에 올랐더니 솔직히 그 당시엔 아프지 않았다. 다음날 정말 통증이 심해져서 며칠 앓아 누웠다.”

-데뷔 8년차란 말도 놀랍다.

“드라마 단역부터 시작해 작품 수는 상당히 많지만 대표작이 없다. 이번에 ‘징비록’을 통해 이름이 주어진 역할도 처음 맡았다. 항상 ‘기생9’ ‘윤비서’ 등 완벽한 이름이 없었다. 영화에선 예고편에만 나오고 통편집 되는 일도 있었다.”

-살짝만 들어도 고난의 시절이 느껴진다.

“나에겐 ‘배우’라는 단어가 무척 고귀하고, 신성한 의미로 남아있다. 뭐하는 사람이냐고 묻는 말에 배우라는 말이 잘 안 나왔다. 아직도 그렇다. 아버지가 교통사고로 크게 다치셨을 땐 정말 포기하고 싶었다. 일도, 그 무엇도 내가 할 수 있는 게 아무 것도 없어서 무척 힘들었다.”

-그럼에도 견딜 수 있었던 힘은 무엇이었나.

“솔직히 힘보다 그냥 끌려왔다. 정말 다른 일도 해보려고 했지만 다시 어느 순간 되돌아왔다. 호프집 서빙, 웨딩 알바, 어깨 너머로 배운 웹디자인으로 쇼핑몰도 차려보려고 했다. 그러는 중에도 영화사에 프로필을 직접 내고 오디션도 틈틈이 봤다. 그러다가 지금의 회사와 좋은 인연을 맺었고 연기에 전념할 수 있도록 많은 지원을 해줘서 행복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어떤 배우로 남고 싶나

“모든 작품은 어찌됐던 사람 얘기다. 인간미 넘치고 ‘진국’ ‘사람냄새 나는 배우’라는 소리를 들으면 좋겠다. 언젠가 나도 한 번쯤 인간의 밑에 있는 진실, 울림을 꼭 보여주고 싶다.”

-롤모델이 있다면.

“송강호의 연기를 정말 좋아한다. 매 순간 따뜻함이 있다. 어느 인터뷰에서 송강호가 한 말을 항상 가슴에 지니고 있다. 호랑이가 무서운 건 모든 걸 다 보여줄 때가 아니라 들춰봤는데 발톱만 살짝 나왔을 때라고. 뭔가 맛을 아는 분이다.”

-과거의 송보은처럼 고난의 길을 걷고 있는 수많은 배우 지망생들에게 해줄 말이 있다면.

“미래의 꿈만 그리지 말고 현실도 지켰으면 좋겠다. 정말 후회되는 건 미래만 바라보다가 현재를 놓쳤다. ‘즐겨라! 나중에 후회 없도록’이란 말을 해주고 싶다.”

심재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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