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IFRS17, 보험부채 원가아닌 시가로 평가
보장성보험위주 판매 한계 상황

[한스경제=박재형 기자] 생명보험사들이 3분기 실적을 발표하고 있다. 2021년 도입되는 새로운 국제회계기준에 맞춰 체질개선과 자본 확충에 힘쓰는 보험사들의 실적은 전반적으로 악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증가를 보이거나 양호한 것으로 보이는 보험사들의 실적은 보험 판매가 아닌 다른 요인들이 작용한 것이다.

◆삼성·한화·동양 등...보험 실적 악화

삼성생명이 8일 발표한 공시자료를 보면 3분기 순이익(지배기업 소유주지분 순이익)은 2796억원이다. 이는 전년동기대비 12.7%가 감소한 수치다. 3분기까지 누적 순이익은 전년에 비해 36.2%가 증가했지만 2분기 실적에 반영된 삼성전자 지분 매각 이익 7824억원이 반영된 결과다. 일회성 이익인 매각 이익을 제외하면 누적 순이익은 지난해 동기대비 25.6%가 감소한 것으로 나타난다.

한화생명이 같은 날 발표한 공시자료에 나타난 한화생명의 3분기 순이익(당기순이익)은 1405억으로 전년동기대비 7.89%가 증가했다. 하지만 이 수치는 한화생명이 영국 런던의 오피스 빌딩을 매각한 760억원 가량의 일회성 이익이 반영된 결과다. 한화생명의 3분기 영업이익은 728억원으로 52.66% 감소했다. 빌딩 매각 이익(영업외 이익)이 반영된 법인세 차감 전 계속사업이익은 영업이익에 비해 크게 늘어 1818억원으로 나타났다. 이는 전년에 비해 9.85%가 증가한 수치다.

반면 3분기까지 올해 누적 순이익을 보면 3853억원으로 지난해(5330억원)에 비해 27.71%가 감소했다. 일회성 이익은 3분기에 대한 이익 개선 효과를 가져다줬지만 전체적인 수익 악화 흐름을 개선하기에는 부족했다.

한화생명 본사./사진=연합뉴스

동양생명의 실적은 더 심각했다. 동양생명의 3분기 순이익(당기순이익)은 106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21.8%가 줄었다. 3분기까지 누적 순이익은 647억원으로 지난해에 비해 65.4%가 감소한 결과다.

동양생명은 같은 날 실적을 발표한 삼성생명과 한화생명에 비해 분기 매출액 감소도 더 크게 나타났다. 삼성생명과 한화생명은 전년동기대비 매출액이 각각 1.2%, 2.1% 감소에 그쳤지만 동양생명은 18.1%나 줄었다. 3분기까지 누적 매출은 지난해에 비해 동양생명이 19.4%, 한화생명이 5.31%가 감소했고 이에 비해 삼성생명은 3.7%가 증가했다.

동양생명 관계자는 “저축성보험 대신 보장성보험 등을 위주로 판매를 하다보니 매출이 줄었다”며 “특정요인보다는 국제회계기준 도입 등 전반적인 시장상황이 반영된 것이다”고 말했다.

◆저축성보험 줄이고 보장성보험 늘렸지만

2021년 보험계약에 대해 적용되는 새 국제회계기준(IFRS17)은 보험의 부채를 원가가 아닌 시가로 평가하는 내용이 골자다. 이 기준에 따르면 보험사들이 판매하던 저축성보험은 매출이 아니라 부채로 평가가 된다. 저축성보험은 만기가 도래하면 고객이 납입한 보험료의 원금보다 많은 금액을 돌려줘야 하기에 IFRS17은 이를 부채로 보는 것이다.

이에 부채비율이 높아지는 보험사들은 재정 확충을 위해 부채 부담이 큰 저축성보험의 판매를 줄이고 암보험이나 실손, 변액보험 등 보장성보험의 판매를 늘리고 있다. 저축성보험은 보험료의 대부분을 보험금으로 지급하는 반면 보장성보험은 위험률 관리, 사업비 절감 등에 유리하다. 하지만 보장성보험은 상품구조가 저축성보험보다 복잡하다 보니 판매가 까다로워 쉽게 팔리지 않았다. 이런 요인들이 생보사들의 실적 악화로 이어진 것이다.

반면 업계 전문가들은 보험사의 4분기 실적에 대해서는 3분기에 비해 좋아질 것이라는 기대감을 보였다.

김지영 교보증권 연구원은 “보험사들의 위험손해율이 감소추세에 있고 작년대비 금리가 소폭 상승해 변액보험 등에 영향을 줬다”며 “보험사들이 사업비율도 지속적으로 줄여나가 있어 3분기에 비해서는 좀 더 나아질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박재형 기자

저작권자 © 한스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