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거래세 논란]①“자본시장 활성화해야”…갈수록 커지는 '폐지 요구'
[증권거래세 논란]①“자본시장 활성화해야”…갈수록 커지는 '폐지 요구'
  • 김솔이 기자
  • 승인 2018.11.12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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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스경제=김솔이 기자] 금융투자업계의 오랜 숙원인 증권거래세 폐지 논의가 다시 불붙었다. 최근 국내 증시가 침체기에 접어들면서 이를 활성화하기 위해 증권거래세 축소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전문가들은 한국 경제 성장을 가로막는 걸림돌을 없앤다는 측면에서 증권거래세를 다뤄야 한다고 보고 있다.

지난 3월 김철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증권거래세율을 0.1%까지 단계적으로 낮추는 내용의 증권거래세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같은 당 최운열 의원은 증권거래세를 양도소득세로 전환하는 법안을 연내 발의할 예정이다. 야당인 추경호 자유한국당 의원 역시 관련법안을 준비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금융정책을 총괄하는 최종구 최근 금융위원장이 증권거래세 폐지의 필요성에 대한 입장을 밝히면서 그 가능성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최 위원장은 지난 6일 국회 정무위원회 ‘증권거래세 폐지를 검토해 볼 필요가 있지 않으냐’는 전해철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문에 “진지하게 생각해 봐야 할 때”라고 답했다.

/그래픽=이석인 기자
/그래픽=이석인 기자

◆ 주변국 증권거래세 낮추는데…한국만 20년 넘게 0.3% 유지

증권거래세는 주식을 매도할 때 내는 세금으로 양도가액을 기준으로 부과된다. 현행 세율은  ▲유가증권시장 0.15%(농어촌특별세 포함 0.3%) ▲코스닥 시장 0.3% ▲코넥스 시장 0.3% ▲장외주식시장(K-OTC) 시장 0.3% ▲비상장주식 0.5% 등이다. 법정세율은 0.5%지만 탄력세율이 적용되고 있다.

증권거래세는 국내 증시의 발목을 잡는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원인 중 하나로 지목돼 왔다. 동아시아 주요국들이 잇달아 증권거래세 세율을 낮추는 동안 한국은 1996년부터 20여 년 넘게 같은 세율을 유지해왔다. 중국은 2008년 증권거래세 세율을 0.3%에서 0.1%로 내렸고 대만은 지난해 0.3%에서 0.15%로 인하했다. 일본의 경우 1999년 증권거래세를 아예 폐지했다. 또 싱가포르는 0.2%, 홍콩은 0.1%+5홍콩달러의 세율을 적용한다.

이처럼 국내 증시의 거래세가 대체시장으로 여겨지는 주변국보다 세율이 높으면 상대적으로 자본 유입 요인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대표적인 사례가 스웨덴이다. 스웨덴은 1984년 주식·채권 거래세 0.5%을 도입한 데 이어 1989년 고정수익채권에 거래세 0.002%, 만기 5년 이상 채권에 거래세 0.003%를 부과했다. 이후 투자자들이 거래 비용이 싼 영국으로 대거 이동하면서 금융시장이 크게 위축됐다. 결국 정부는 의도한 세수 증대 효과는 보지 못한 채 1991년 모든 금융상품에 대한 거래세를 폐지했다.

김갑래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증권거래세는 해외 증시와 비교했을 때 국내 증시의 매력도를 떨어뜨리는 요인이 될 수 있다”며 “투자자들의 자금이 상대적으로 거래세가 낮은 곳으로 이탈하는 현상이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 증권거래세는 일종의 거래 비용…투자자들에게 부담스러운 요소

최근 증권거래세 축소 논의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른 건 지난달 국내 증시가 큰 조정을 거친 뒤부터다. 증시 활성화 방안으로 증권거래세 폐지 주장이 다시 힘을 얻기 시작한 것이다. 증권거래세가 투자자의 비용 부담을 키우는 만큼 증시 활성화의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판단이다.

전문가들은 증권거래세를 축소하면 시장 유동성이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증권거래세는 일종의 거래 비용인 만큼 낮아질수록 차익거래와 헤지(hedge)거래 등이 많아지면서 유동성이 확대되는 것이다. 증권거래세처럼 거래를 복잡하게 만드는 요소가 사라질 경우 투자심리가 개선된다는 의견도 있다. 개인 투자자뿐 아니라 외국인·기관 투자자의 거래 비용이 줄어들면 그만큼 진입 장벽이 낮아지는 셈이다.

실제 중국은 2008년 증권거래세를 낮춘 이후 3개월간 증권거래대금이 이전 3개월보다 69.1% 늘었다. 대만 또한 지난해 증권거래세를 내리면서 거래대금이 4.3% 증가했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증권거래세는 투기를 억제하려는 목적으로 도입됐으나 지난 10년 간 주식 거래량이 감소해왔다”며 “단기적으로는 증권거래세를 낮추고 장기적으로는 폐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부동산에 쏠린 자금 증시로 유인해야

특히 한국은 시중 유동자금 대부분이 부동산 시장에 몰려있다. 이 유동자금을 증시로 유인해 자본시장 활성화의 기반으로 만들기 위해서라도 증권거래세 축소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투자자가 국내 증시의 거래세 때문에 증권 외 자산이나 해외 자산으로 움직이는 일을 차단하자는 것이다.

임동원 한국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증권 시장으로 큰 규모의 유동성 자금을 들여와서 기업 자금 조달을 도와주고 경제를 활성화할 수 있는 세제지원방안이 필요하다”며 “증권거래세를 인하하거나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나아가 자본시장 활성화는 기업들의 혁신 성장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과정으로 거론된다. 기업이 성장하려면 자본시장에서 자금이 원활히 조달돼야 한다. 부동산에 쏠린 자금이 자본시장으로 이동하면 벤처 등 혁신기업들의 자금 조달이 더 수월해질 수 있는 셈이다.

김 연구위원은 “미국에도 증권거래세 제도가 있었지만 1965년 폐지했다”며 “기업들이 성장할 수 있도록 경제 성장을 저해하는 요소들을 없앤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 결과가 전 세계의 혁신 기술들이 모여 있는 오늘날의 나스닥 시장”이라며 “한국 경제의 신성장 동력을 확보하려면 증권거래세 폐지 등 적극적인 자본시장 활성화 방안으로 혁신 성장을 추진해야 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