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양인정 기자] 축구에 데이터 전쟁이 시작됐다. 잉글리시프리미어 구단 아스널은 데이터 분석업체를 자회사로 인수했고 독일은 지난 브라질 월드컵에서 빅데이터를 이용해 우승컵을 거머쥐었다. 독일팀 뒤에는 IT기업 SAP이 있었고 그 중심에는 데이터 기반의 ‘지능화’ 기술이 자리 잡고 있었다.

야구는 팬들과 선수, 그리고 팀 모두가 같은 분석 수치를 근거로 같은 생각과 전술적 그림을 공유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팬들이 야구에 열광하는 이유다. 반면 축구는 그러한 공통된 기술용어와 전술, 데이터가 부족했다. 결과만으로 경기 원인을 추상적으로 판단하는 것이 전부였다. 전통적으로 축구는 팬들과 팀 전력을 공유할 그림, 데이터가 야구보다 빈약했다.

4차 산업혁명은 스포츠 영역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일각에서는 이제 4차 산업혁명의 본질을 축구 빅데이터로 정의하기도 한다. 야구와 달리 데이터에 가장 취약한 축구가 빅데이터 플랫폼으로 곧 혁명적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이다. 

축구와 접목한 AI가 곧 이 기대감을 이뤄줄 전망이다. 이제 AI는 선수 개인의 경기 패턴을 분석하는데 그치는 것이 아니고 선수의 감성적 변화와 컨디션, 그리고 실제 경기력을 종합적으로 분석한다. 더 나아가 AI는 선수들의 정보와 경기 내용을 관중들과 공유하고 연결하는 매개자 역할을 하고 있다. 

빅데이터로 새로운 전환점을 맞고 있는 축구 산업을 들여다본다.

옵타의 직원이 축구경기장에서 전송된 사진으로 데이터 작업으로 하고 있다. 사진=옵타 홈페이지

◆ 광학기술과 빅데이터의 콜라보...카메라가 전술을 읽다. 

국제축구연맹(FIFA)은 지난 2014년 브라질 월드컵에서 트라캅(TRACAB), 델타트레(Deltatre), 옵타(Opta) 등과 제휴해 실시간 트래킹 시스템과 데이터 분석 기술을 도입했다.

트래킹 시스템은 경기장에 설치된 16대의 카메라로 영상 데이터를 수집해 정보를 생성하는 기술이다. 트래킹 시스템에는 초정밀 광학 기술이 사용됐다. 수집된 데이터는 컨트롤 센터의 컴퓨터로 전송된다. 이어 분석 프로그램에서 가공된 정보가 방송 중계 화면과 인터넷을 통해 실시간으로 전송된다. 

전송된 화면에는 선수의 움직임이나 선수 간의 간격, 공의 방향, 선수가 뛴 거리, 순간 속도 등이 자세하게 표현됐다.

트래킹 시스템을 이용하면 1초에 30프레임(장면) 이상의 데이터를 추출할 수 있다. 시스템은 한 경기 90분 동안 선수당 16만2000여개의 영상 데이터를 수집한다. 이를 분석해 슈팅·파울·패스 등 기록 가능한 데이터가 만들어진다. 한 경기당 대략 2000~4000개의 정보가 축적된다.  

팀은 누적된 데이터를 통해 상대의 약점을 파악한다. 그동안 노련한 감독의 주관적 경험에 따라 선수들이 훈련되고 경기가 이뤄졌다면 지금은 데이터가 전술의 기본이 이되고 있다.

◆ 축구, 이제 AI가 해설...선수 감정,전략, 패턴 실시간 공유

이 같은 빅데이터 기술의 등장으로 축구의 전략, 전술은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코칭진은 데이터로 축적된 정보를 기반으로 과학적으로 예측가능한 경기를 운영했다. 그러나 관중은 이 데이터가 주는 다채로운 정보에 소외됐다. 광범위한 데이터를 중계할 매개가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 

축구 해설자가 수집된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분석해 설명하기는 분명 쉽지 않다. 그렇다면 AI가 축구를 해설하면 어떨까? AI가 경기와 동시에 명확한 수치적 통계를 제공하고 전략적 기호를 통해 관중에게 설명하는 것이다. 

축구 해설은 시청자들에게 경기 상황을 말로 설명하는 일이다. 축구에 대해 현장 지식이 많은 선수출신의 감독이나 코치들이 주로 방송 해설을 도맡았다. 

기존에 이 같은 방식에서 탈피해 축구 방송과 동시에 경기 진행 중에 상황을 AI가 설명하는 방법이 고안됐다. 최고의 전문분야인 AI 인공지능 기술이 이제 축구에 접목된 것이다.

AI 축구 해설 기술은 축구 빅데이터와 축구 AI 인공지능 기술이 적용됐다. e스포츠 분야에는 최초로 적용된 기술로 알려졌다. 

축구 AI 해설의 모형도. AI축구 해설가는 플랫폼을 통해 실시간으로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경기를 분석해 관람객에게 전송한다. 자료=제이퍼스트게임즈 제공

관중은 스마트 폰으로  AI의 해설로 경기 진행 중에 시시각각 벌어지는 팀의 공격과 전술에 대한 문제점을 알 수 있게 된다. 

AI 해설 기술이 도입되면서 과거의 팀의 패턴을 데이터로 비교하는 것이 가능해졌다. AI는 전술적 패턴을 스스로 학습해 관중에게 제공하기도 한다. 

축구 AI휴먼(팬십) 네트워크 서비스 기업인 ‘제이퍼스트게임즈’는 축구 AI 해설을 개발하면서 축구 빅데이터 이론이라는 코드체계와 데이터 분석체계를 연구해 완성했다. 

제이퍼스트게임즈의 관계자는 “그 결과 새로운 축구 통계이론으로 축구 경기를 해독할 수 있게 됐다”며 “연구진이 축구경기를 신경망 구조의 알고리즘으로 발전시켰다”고 말했다. 축구 신경망 구조는 전술적 학습을 하는 새로운 기술이다.

회사는 약 1000경기의 축구를 분석해 데이터를 축출했다. 연구진은 이러한 과정을 통해 축구의 전술적 패턴을 데이터화하는데 성공했다.

빅데이터 기반의 축구 AI 해설이 등장하면서 이제 관중은 보다 축구와 하나가 될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축구와 관중과의 일체감이 축구산업의 변혁을 예고하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제이퍼스트게임즈는 모든 축구 경기를 데이터화해 공격력 분석과 전술능력을 코딩화해했다. AI축구해설은 팀의 경기력을 판단하고 전술 코드를 비교해 관중에게 전달한다. 자료=제이퍼스트게임 제공

제이퍼스트게임즈의 장수진 대표는 “축구가 전통적으로 체계적 이론보다 현장 중심의 경험을 중시하는 스포츠라는 것을 알게 됐다”며 “새로운 데이터 방식으로 직관적인 축구 언어가 필요함을 느꼈다”고 제작 배경을 설명했다. 

그는 이어 “축구 산업이 커지려면, 축구 팬들을 위한 새로운 솔루션이 필요하다”며 “축구가 단순히 빠르다, 느리다. 잘했다, 못 했다로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바둑과 같이 수가 있다는 것을 보여 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제이퍼스트게임즈에 따르면 빅데이터를 이용한 AI 축구 플랫폼 시장은 약 40조원이다. 회사는 국내에만 500만명이상의 회원을 유치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제이퍼스트는 이 플랫폼으로 3년 내 전 세계 10억명의 회원을 모은다는 계획이다. AI축구 해설가는 이달 중순에 출시할 예정이다.

양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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