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글로벌 e스포츠 산업 2021년까지 연간 27% 고성장 전망
국민 2명 중 1명 “취미는 게임”…강력한 팬덤, 성장의 원천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브리타마 아레나에서 열린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e스포츠 경기장/사진=연합뉴스

[한스경제=허지은 기자] “e스포츠는 틈새시장에서 주류 스포츠로 자리잡게 될 것이다. 이제 e스포츠는 마케팅 수단이 아니라 그 자체로 큰 수익원이 되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지난 8월 발간한 ‘e스포츠 리포트’에서 e스포츠의 미래를 이같이 점쳤다. 한때 청소년들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게임과 e스포츠는 세대를 아우르는 파급력과 게임 종목 세분화, 글로벌 인기를 발판으로 주류 스포츠로 부상하고 있다. 지난 여름 치러진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선 시범 종목으로 체택돼 달라진 위상을 증명하기도 했다.

e스포츠 산업은 매년 비약적인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글로벌 게임 리서치 업체 뉴주(Newzoo)가 발간한 ‘2018 e스포츠 시장 리포트’에 따르면 e스포츠산업은 2021년까지 연평균 27%의 고성장을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스포츠 시장 성장률 평균 3%와 비교해 압도적이다.

‘e스포츠 종주국’ 한국은 글로벌 시장에서 아직까지 건재한 모습을 유지하고 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글로벌 e스포츠 시장에서 한국의 비중은 14.9%로 나타났다. 2016년 기준 한국 e스포츠 산업 역시 약 830억원 규모로 전년대비 14.9% 성장했다. 스폰서 시장 규모로 보면 축구와 야구에 이은 3위다.

글로벌 게임 리서치 업체 뉴주(Newzoo)가 발간한 ‘2018 e스포츠 시장 리포트’에 따르면 e스포츠산업은 2021년까지 연평균 27%의 고성장을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그래픽=허지은 기자

◆ ‘팬덤’위주의 성장…축구·야구와 닮아 있어

거듭하는 성장의 배경엔 거대한 e스포츠 팬덤이 있다. 한콘진이 발간한 ‘e스포츠 실태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1200명 중 절반에 가까운 45%가 ‘취미로 e스포츠를 즐긴다’고 답했다. 이들은 TV나 인터넷, 모바일플랫폼을 이용해 e스포츠 경기를 시청하고 때로는 직접 경기장에서 ‘직관’에 참여하기도 한다. 강력한 팬덤을 바탕으로 성장한 야구나 축구 등 스포츠 산업과 닮아있다.

전세계 e스포츠 ‘직관러’ 역시 매년 늘어나는 추세다. 뉴주의 보고서에 따르면 2016년 1억6000만명이던 전세계 e스포츠 관중은 지난해 1억9200만명으로 전년대비 19.3% 늘어났으며 올해도 지난해보다 13.8% 늘어난 2억1500만명이 될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004년 부산 광안리에 10만명이 운집한 ‘프로리그 전기리그 결승전’의 역사가 시대의 흐름에 맞춰 더욱 성장하고 있는 셈이다.

지난 11일 유럽축구연맹(UEFA)는 내년부터 ‘2019 UEFA e스포츠 챔피언스리그’를 개최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최종 우승자에게는 10만달러(약 1억1300만원)의 상금이 주어지며 총상금은 28만달러(약 3억1600만원) 규모다./사진=EA 스포츠

◆ 글로벌 기업들, 후원·구단 창단 ‘활발’

이미 글로벌 기업들은‘e스포츠 잡기’에 한창이다. 지난 11일 유럽축구연맹(UEFA)는 내년부터 ‘2019 UEFA e스포츠 챔피언스리그’를 개최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내년 3월부터 시작되는 예선전을 거쳐 결승전은 챔스리그 결승전 하루 전날인 5월 31일로 예정됐다. 지난해 열린 LOL 글로벌 리그인 ‘리그 오브 레전드 월드 챔피언십’에는 메르세데스-벤츠를 비롯해 코카콜라, 인텔, 로레알 등 많은 글로벌 기업이 후원사로 참여하기도 했다.

중국은 정부 차원에서 e스포츠를 육성하려는 계획을 밝혔다. 중국 국가체육총국 (?家?育?局)은 e스포츠를 ‘국가정식체육종목’으로 선정하고 공식 e스포츠 구단을 창단하고 정책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중국 게임산업의 비약적인 성장과 관련해 e스포츠 산업 역시 규모를 키우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기업 차원의 e스포츠 구단 창단도 늘어나고 있다. 지난 2016년 파리생제르망(PSG), 발렌시아, 샬케04 등 유럽의 축구 명문 구단들은 e스포츠팀을 신규 창단했다. 국내에서는 삼성전자, SK텔레콤, KT, 한화생명 등 14개 e스포츠 프로구단이 28개 팀을 운영하고 있다.

2004년 부산 광안리 해수욕장에서 열린 스타크래프트 프로리그 전기리그 결승전에 10만명이 모여 장관을 이뤘다./사진=연합뉴스

◆ 한국, ‘e스포츠 종주국’ 타이틀 이어갈까

우리나라 역시 e스포츠 인프라 구축을 위한 논의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 규제나 관련 법규 미비에 가로막히거나 e스포츠를 스포츠로 인식하는 분위기가 형성되지 않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달 국정감사에서 이기흥 대한체육회장은 “e스포츠는 스포츠가 아닌 게임”이라고 답변해 논란을 낳기도 했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아직까지 ‘게임=사행성’이라는 인식이 남아있는 경우가 많다”며 “셧다운제(16세 미만 청소년은 오후 10시 이후 심야 시간에 온라인 게임을 할 수 없도록 한 제도)나 불필요한 규제 등은 개선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많다”고 말했다.

e스포츠 관련 인프라가 대부분 수도권에 집중됐다는 부분도 단점으로 꼽힌다. 넥슨이 운영 중인 ‘넥슨 아레나(서울 서초구)’를 비롯해 OGN의‘서울 OGN e스타디움(서울 마포구)’, 아프리카TV의 ‘프릭업스튜디오(서울 송파구)’등 e스포츠 상설경기장 대부분은 서울에 집중돼있다. 지방 거주인들에겐 e스포츠 직관이 쉽지 않은 구조다.

이에 문화체육관광부와 기획재정부는 지난 8월 수도권을 제외한 3개 지역에 상설경기장을 구축한다고 밝혔다. e스포츠 경기장이 대부분 서울에 집중된데다 300석 이상 경기장도 2곳에 불과해 개선에 나선 것이다. 부산시는 2022년까지 국제e스포츠 R&D센터를 단계별로 구축하고 e스포츠 연구 및 학술세미나에 최적화된 환경을 제공하겠다고 나섰다.

허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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