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해태 타이거즈 vs 롯데 자이언츠 '퍼펙트 게임'·두산 베어스 메인 '미스터 고'
2018 한국시리즈 SK 와이번스 우승도 좋은 소재
트레이 힐만, 외국인 감독 최초 한국시리즈 우승
영화 '퍼펙트 게임'에는 해태 타이거즈와 롯데 자이언츠 로고와 유니폼이 그대로 등장한다. 고 최동원과 선동열의 명승부를 다룬 '퍼펙트 게임'은 전국에서 150만 명 이상의 관객을 모집했다. /영화 '퍼펙트 게임' 스틸

[권혁기의 파인컬처]는 금융을 뜻하는 'finance'와 문화를 의미하는 'culture'를 접목시킨 코너로 금융과 문화의 교집합을 쉽고 재미있게 풀어낸 기사입니다. <편집자 주>

[한국스포츠경제=권혁기 기자] 섹스(sex), 스포츠(sport), 스크린(screen)은 국민의 정치적 관심을 다른 데로 돌리기 위해 즐겨 쓴다는 일명 '3S정책'이다. 가까이는 1982년 군부 독재정권 시절 전두환 전(前) 대통령이 프로야구를 출범시킨 바 있다. 미국과 일본에 이은 세계 3번째였다. 출범 첫해에는 OB(현 두산) 베어스가 우승을 차지했고 이듬해에는 해태(현 기아) 타이거즈가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우승 2년전 5·18 민주화운동이 벌어진 광주, 그곳이 연고지인 해태 타이거즈의 우승은 숨죽여 살던 광주 시민들에게 감동 그 자체였다. 폐회 축가가 '목포의 눈물'이었다는 것만 봐도 그 마음이 느껴진다.

스크린, 즉 영화 역시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1984년과 85년 영화법이 개정되면서 많은 제작사들이 생겨났다. 이전에는 20개 영화사만이 제작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그동안 국가 이데올로기의 정당성, 이념을 구현하는 소재의 영화들이 많았다면 소재의 다양성이 가능해진 것이다. '각본 없는 드라마'라고 불리는 만큼 스포츠에서 펼쳐지는 극적인 명승부들은 좋은 소재다.

2011년 개봉된 '퍼펙트 게임', '슈퍼스타 감사용'(2004년) 모두 프로야구를 소재로 한 작품이다. '퍼펙트 게임'은 고(故) 최동원과 선동열의 맞대결을 영화화했다. 롯데 자이언츠의 최동원(조승우 분)은 당시 최고의 투수였고 해태 타이거즈 선동열(양동근 분)은 떠오르는 신성이었다. 지역주의가 팽배했던 그때, 전적 1승 1패인 상황에서 1987년 5월 16일 마지막 맞대결이 펼쳐졌고 경기는 연장 15회까지 이어지며 장장 4시간 56분 사투를 벌였다.

패한 경기로도 감동을 줄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한 영화 '슈퍼스타 감사용'은 배우 이범수가 주연을 맡았다. 왼손잡이가 아닌 이범수는 좌완투수를 연기하기 위해 투구 연습에만 3개월을 투자했다. /영화 '슈퍼스타 감사용' 스틸

'슈퍼스타 감사용'도 실화를 바탕으로 한다. 1982년 프로야구 원년, 인천 삼미 슈퍼스타즈는 좌완투수 감사용(이범수 분)을 영입했다. 스타 선수가 없었던 삼미는 왼손 투수가 없다는 이유로 삼미철강 아마추어 야구팀 선수 감사용을 불렀다. 그러나 감사용은 선발에는 한 번도 기용되지 못하고 팀에 패색이 짙어지면 마운드에 오르는 패전 전문 투수로 낙인이 찍혔다. 그러던 어느날 OB 베어스의 투수 박철순(공유 분)이 20연승을 눈 앞에 둔 경기에 선발로 등판하게 된다. 팀 동료 투수들은 질 게 뻔한 경기에 선발 출전하길 꺼려했고 그 빈자리를 감사용이 메우게 된다.

이밖에도 '해가 서쪽에서 뜬다면'(1998년), '아는 여자'(2004년), '미스터 고'(2013년)에도 프로야구가 등장한다. 모두 실제 팀과 정식 유니폼이 쓰였다. '해가 서쪽에서 뜬다면'에는 당시 타이거즈 김응룡 감독과 김성한 코치가 카메오로 출연하기도 했다.

'신과함께' 시리즈 1·2편 모두 천만영화에 등극시킨 김용화 감독이 연출한 '미스터 고'는 고릴라 링링이 야구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고릴라 링링은 에이전트 성충수(성동일 분)를 통해 두산 베어스에 입단하게 되고 타고난 힘과 스피드로 홈런왕이 되면서 전국민의 슈퍼스타로 거듭난다. 링링은 두산 유니폼을 입고 맹활약을 펼친다.

'미스터 고'는 두산 베어스와 '윈윈'했다. 두산 베어스는 비용없이 구단을 홍보했고, 영화사 측은 실제 팀 로고를 사용해 현실감을 높였다. /영화 '미스터 고' 스틸

그렇다면 제작사는 영화에 등장한 프로야구팀에 로열티를 지불할까? 아니면 해당 팀이 영화사에 제작비를 지원할까? 정답은 '둘 다 없었다'이다.

기아 타이거즈 관계자는 한국스포츠경제와 통화에서 "'퍼펙트 게임' 때는 구단 차원에서 팀 로고 등을 쓸 수 있게 협조한 상황이었다. 우리 구단의 명승부를 영화화한다는 점에서 거절할 이유가 없었다"면서 "김응용 감독의 경우 '해가 서쪽에서 뜬다면'에 소정의 출연료를 받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두산 베어스 측은 한국스포츠경제에 "'미스터 고' 때는 팀명의 사용, 촬영 장소로 구장 대여 등을 지원했다"며 "로열티를 받거나 제작비를 지원한 부분은 없다"고 설명했다.

'미스터 고'는 좀 더 흥미로운 비하인드 스토리가 있다. 김용화 감독은 처음에 LG 트윈스의 문을 두드렸다. 연고지가 서울인 LG 트윈스가 촬영에 원활할 것으로 생각했던 것이다. 그러나 LG 트윈스를 포함한 몇몇 구단 측은 광고비 명목으로 제작비를 지원해야할 수 있다고 짐작해 고사했다.

그러나 두산은 비용이 들어가지 않는 '협조 차원'이라는 것을 알고 흔쾌히 손을 잡았다. 영화 속 상대팀인 NC 다이노스 역시 신생팀으로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제작사 입장에서는 실제 프로야구팀을 등장시킨다는 점에서 현실성을 강조해 몰입도를 높이고, 구단 측에서는 홍보 효과를 톡톡히 누릴 수 있다는 면에서 서로가 '윈윈'한 셈이다.

한편 12일 SK 와이번스가 두산 베어스를 꺾고 '2018 신한은행 마이카 KBO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했다. 지난 2010년 이후 8년 만이자 통산 4번째 와이번스의 우승이다. ▲ 10년 만에 와이번스와 베어스의 한국시리즈 리턴 매치 ▲ 트레이 힐만, 외국인 감독 최초의 한국시리즈 우승 ▲ 역전에 동점, 다시 역전해 연장 13회 우승 드라마. 이 스토리는 언제쯤 영화화될 수 있을까.

권혁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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