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11월 태양면 폭발

[한스경제=김지영] 미군이 북베트남 흔라 항구를 봉쇄하기 위해 설치한 기뢰가 무더기로 폭발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태양 활동이 정전이나 통신 장애를 넘어 더 위험한 상황을 초래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해 눈길을 끈다.

우주기상 전문 웹사이트 '스페이스 웨더'(Space Weather)는 최근 기밀이 해제된 미 해군 보고서를 인용해 이 같은 사실을 밝혔다.

비밀보고서에 따르면 미군 태스크포스 77 항공기 승무원들은 1972년 8월4일 혼라 해역 상공을 비행하던 중 20~25개의 기뢰가 30초 사이에 잇따라 터지는 것을 목격했다. 또 인근 수역에서 25~30개의 흙탕물 흔적도 발견했다.

이 해역은 미 해군이 북베트남 주요 항구인 혼라항을 봉쇄하는 포켓머니 작전에 따라 '디스트럭터(Destructor)'라는 기뢰를 촘촘히 설치해 놓았던 곳이다.

이 기뢰들은 자폭 장치가 있었지만 30일 뒤에나 작동하도록 조정됐기 때문에 의문의 폭발로 여겨졌으며, 해군 당국은 즉각적으로 폭발 원인 조사를 시작했다.

당시 태평양함대 사령관 버나드 클레어이 제독은 사건 10여일 뒤 태양 활동으로 기뢰가 폭발했을 가능성에 관해 물은 것으로 알려졌다. 혼라 해역에 배치된 기뢰 중 상당수는 자기장의 변화가 감지됐을 때 폭발하도록 설계돼 있었기 때문.

태양 활동으로 지구 자기장이 변할 수 있다는 것은 당시에도 잘 알려진 사실이었지만 기뢰까지 폭발시킬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명확하지 않았다.

해군 담당 조사관들은 미국국립해양대기국(NOAA) 산하 우주환경연구소(SEL)를 찾아가 1급 비밀이었던 혼라 사건에 관해 밝히지 않은 채 태양 활동에 따른 기뢰 폭발 가능성에 대해 문의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군 보고서에 따르면 디스트럭터 기뢰가 8월 초의 태양 활동으로 폭발했을 "개연성이 상당히 높다"고 결론을 내린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온라인 매체 '더 컨버세이션(The Conversation)'은 “1972년 기뢰 폭발 사건이 우주기상이 지구 기술에 미치는 영향을 분명하게 보여준 또 다른 사례라면서 태양에 관한 지식을 넓힘으로써 미래의 위험에 더 잘 대처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김지영 기자

저작권자 © 한스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