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사용설명서] 사내연애, '아찔한 경험 vs 긴 후유증'
[회사 사용설명서] 사내연애, '아찔한 경험 vs 긴 후유증'
  • 박재형 기자
  • 승인 2018.11.13 10:3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함께 오래'는 장점...매번 긴장되고 결별땐 뒷감당 '난감'

[한스경제=박재형 기자]

취업시즌이다. 사상 최악의 취업난을 뚫고 입사한 사회초년생들은 회사에서도 높은 문턱에 직면하게 된다. 바로 '사회생활'이라는 신세계다. 그중 회사내 생활은 직장인으로 안착하는 데 상당히 중요한 요인이 된다. 신입사원들이 실제 회사 내에서 부딪치는 상황들과 그에 맞는 대처 방안, 방향을 제시해 그들의 고민을 어느 정도 덜어 줄 수 있는 일종의 ‘회사 사용 설명서’를 권하고자 한다.[편집자주]

옛말에 ‘전쟁통에도 사랑은 꽃핀다’는 말이 있다. 생사가 오가는 긴박한 상황에도 막을 수 없는 것이 사랑이라는 뜻이다. ‘사랑하는’ 우리의 본능을 받아들인다면 일상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는 직장에서는 더 많은 사랑이 생겨나지 않을까.

아니 오히려 ‘사막이 아름다운 것은 어딘가에 우물을 숨기고 있기 때문이다’는 어린왕자의 말처럼 퍽퍽하고 삭막한 회사생활에 실낱같은 위로가 되는 사랑도 있지 않을까. 직장동료들을 속이고 아슬아슬한 연애를 이어가는 직장인들과 경험자들, 그리고 그들을 지켜보는 이들에게 ‘사내 연애’에 대해 물었다.

◆유경험자들, 어떻게 만났고 연애했나

사내연애를 하는 직장인들은 대부분 어떻게 연애를 시작하게 됐을까. 사내연애를 하고 있거나 경험했던 혹은 지켜봤던 많은 이들이 하는 공통적인 대답은 “직장 내에서 자주 마주치고 말을 나누다보니 정이 들고 가까워지게 됐다”는 것이다. 회사 일로 수차례 대화를 나누다보면 외모 , 체형 등 외적인 조건 외에도 그 사람의 말투, 성격과 같은 내면이 보이고 그러다가 점점 매력을 느끼게 된다는 것이다.

사내연애를 다뤘던 영화 '연애의 온도'/사진=네이버 영화
사내연애를 다뤘던 영화 '연애의 온도'/사진=네이버 영화

‘자주 보다보니 정이 들었다’는 경우도 있지만 오히려 다른 요건 등이 작용해 사내커플이 생겨나는 경우도 있었다.

지방에서 공기업을 다니는 5년차 A씨(33)는 “본사가 지방에 있어 타지 출신 직원들이 많은 우리 회사는 특히 사내연애 커플이 많은 것 같다”며 “공기업에 입사해 지방으로 발령난 친구들에게 물어보면 다들 공감한다”고 말했다. 직원 대부분이 타지에서 나고 자라서 살다가 회사 때문에 사는 곳을 옮겼기 때문에 직장동료들과 자주 어울려 지내다보니 사내커플이 많이 생긴다는 것이다.

국내 유명 대기업을 다니는 B씨(30)는 “우리 회사는 체육대회 같은 행사가 많은 편이다”며 “평소에 같은 사업부사람들만 보다가 전 직원들이 모이는 자리가 생기면 그곳에서 친해져 인연이 되는 경우도 많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사내연애를 하는 이들이 느끼는 사내연애만의 장점은 어떤 것이 있을까. 사내커플들이 입을 모아 말한 가장 좋은 장점은 ‘오래 함께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따로 긴 시간을 내거나 먼 거리를 이동하지 않아도 언제든 서로를 볼 수 있는 곳에서 일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기업 영업직으로 일하는 C씨(32)는 “여자친구와 싸우고 연락을 받지 않아 메일로 사과해 화해한 적도 있다”며 “이런 것들은 사내연애를 하지 않았다면 경험하지 못했을 것이다”고 밝혔다.

하지만 장점이 있으면 단점도 존재하기 마련이다. 사내연애 경험자들은 장점을 말하기 무섭게 아찔했던 경험들을 털어놨다.

2년간 사내연애를 하다 헤어진 D씨(34)는 “같이 여행을 가기 위해 연차를 썼는데 나는 목요일, 금요일 휴가를 쓰고 여자친구는 금요일과 월요일을 썼다”며 “같은 날로 똑같이 연차를 쓰면 들킬까 봐 금요일 하루만 겹치게 쓰고 금·토·일 2박 3일간 여행을 다녀온 적이 있다”고 말했다.

E씨(31.여)는 “메신저로 남자친구에게 메시지를 ‘자기야’라고 보냈는데 실수로 다른 직원에게 보내버렸다”며 “그 직원에게 ‘저기요’라고 보냈는데 잘못 보냈다고 당황하며 둘러댔던 경험도 있다”고 웃으며 말했다.

1년차 직장인 F씨(28)는 “사내연애의 최고 고충은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핫 플레이스’를 못 간다는 것이다”며 “서울도 은근히 좁아 잘못 했다가는 회사 사람들과 마주치기 딱 좋다”고 아쉬워했다.

이어 그는 “인스타그램이나 페이스북에도 사진을 함부로 올려서는 안 된다”며 “카카오톡 프로필 사진을 고를 때도 겹치지 않고 서로가 나오지 않는 사진으로 신중히 골라야한다”고 말했다.

G씨(33)는 “사내연애 최고의 단점은 서로 지인이 겹친다는 것이다”며 “그렇다보니 사내연애는 사귀다 헤어지면 후유증이 더 클 수 밖에 없기 때문에 조금 더 신중히 만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사내연애를 하다 헤어지면 한 사람이 퇴사를 하지 않는 이상 계속 마주칠 일이 생기고 퇴사를 해도 서로 알고 지내던 지인의 결혼식 등을 참석할 때는 ‘혹시 마주치지 않을까’ 긴장된다고 G씨는 말했다.

◆사내커플 동료들의 이야기

그렇다면 이런 사내커플들을 바라보는 다른 직원들의 시선은 어떨까.

직장을 다니며 여러 사내커플이 만나고 헤어지는 것을 지켜봤던 H씨(35)는 “사내연애 커플이 하는 가장 큰 착각이 ‘다른 직원들이 눈치 채지 못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며 “사내연애를 하는 직원들은 분위기가 다르고 은근히 티가 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한번은 한 직원이 어떤 물건을 들고 탕비실에 들어가더니 빈손으로 나왔다”며 “이어 다른 여직원이 탕비실에 들어가 그 물건을 들고 나오는데 이걸 눈치 못 채는 사람이 이상한 것 아니냐”고 되물었다.

사진=인터넷 커뮤니티.
사진=인터넷 커뮤니티.

중견 가구기업을 다니는 J씨(31)는 “전날 남녀 직원 두명이 따로 술을 마셨다는 사실을 알고 다음날 남자 직원을 슬쩍 떠봤더니 술술 얘기를 해주더라”며 “오히려 내가 당황했고 그 뒤부터는 그 직원의 사내연애 상담 담당이 돼버렸다”고 말하며 사내연애 기류를 느껴도 모른척 하라고 조언했다. 그는 심지어 그 직원 때문에 ‘점집’까지 같이 갔다고 한다.

사내연애는 매일 많은 사람들이 마주하는 직장 내에서 일어나는 일이다보니 한번 알려지면 소문도 빠르다. 그렇기에 가끔은 TV에서나 볼 법한 일들도 발생한다.

대기업 8년차 대리 L씨(35)는 “회사 내 여직원을 돌아가며 사귀었던 남자 선배가 있었다”며 “그런데 그 선배와 헤어졌던 두 여자직원이 한 부서에 배치돼 회사에 긴장감이 감돌았던 적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심지어 사내에서도 ‘양다리’를 걸치는 경우도 봤다”며 “사내연애는 특히 조심해야 되는데 ‘이성’보다는 ‘본능’이 앞서는 동물같은 인간들이 있다는 게 신기하다”고 토로했다.

‘잠시 숨길 수는 있어도 영원히 감출 수는 없다’는 누군가의 말처럼 다른 모든 직원들을 속이며 하는 사내연애도 결국 들통 나기 마련이다. 하지만 만나는 방법이 제각각인 만큼 들키는 방법도 제각각이다.

K씨(30)는 “우리 회사의 사내 연애 커플은 제주도로 여행을 갔는데 하필 태풍이 와서 비행기가 뜨지 않았다”며 “결국 두 사람의 사내연애는 태풍 때문에 밝혀지게 됐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