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국내유가, 유류세 인하분보다 더 내려갈 듯

[한스경제=이성노 기자] 국제유가가 34년 만에 처음으로 11거래일 연속 하락하면서 국내유가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서는 "국제유가 내림세 기조는 당분간 유지될 것"이라며 10년 전과 달리 유류세 인하 효과는 극대화될 것이란 기대감을 나타내고 있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국제유가가 11거래일 연속 하락하면서 유류세 인하 효과는 극대화될 것으로 보인다. /사진=연합뉴스

◆ 국제유가 34년 만에 11거래일 연속 하락…"산유국 감산 효과 크지 않을 것"

국제유가가 11거래일 연속 하락했다. 12일(현지시간) 뉴욕상품거래소(NYMEX)에서 12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전 거래일보다 0.4%(0.26달러) 떨어진 59.93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60달러 선이 무너진 것은 물론 지난 1984년 이후 34년 만에 11거래일 연속 내림세를 탔다. 지난달 기록한 최고점(76.41달러) 대비 무려 21% 이상 하락했다. 

두바이유와 영국 런던 ICE 선물시장에서 거래되는 브렌트유 역시 내림세를 걷고 있다. 12일 기준으로 두바이유는 70.59달러에 거래되고 있는데 지난달 4일 기록했던 84.44달러와 비교해 16% 이상 하락했고, 브렌트유 역시 지난달 최고점(86.29달러)에서 19% 떨어진 70.12에 거래를 마쳤다.   

국제유가가 이른바 '약세장'에 진입하자 사우디아라비아는 감산 방침을 밝혔다. 칼리드 알팔리 사우디아라비아 산업에너지광물부 장관은 지난 11일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원국과 10개 비회원 주요 산유국 장관급 회의에서 "산유국끼리 합의는 안 됐지만 사우디는 다음 달부터 하루 50만 배럴 감산하겠다"고 밝혔다. 알팔리 장관은 하루 뒤 국제석유산업전시회(ADIPEC)에서도 산유국들은 지난달보다 하루 평균 100만 배럴은 줄여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사우디가 감산 의지를 확고히 밝힌 가운데 다른 산유국들이 감산에 동참한다면 공급이 줄어들기 때문에 수요공급 법칙에 따라 국제유가는 상승하게 된다. 하지만, 감산 효과는 크지 않을 것이란 게 업계 시각이다. 

우선, 미국이 사우디 감산 방침에 공개적으로 반대표를 던졌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영은 개인 SNS를 통해 "바라건대, 사우디와 석유수출국기구(OPEC)는 원유 생산을 줄이지 않을 것이다"며 "유가는 공급을 기반으로 훨씬 더 낮아져야 한다"고 말하며 산유국들을 압박하고 나섰다.   

또한, 산유국들이 사우디의 감산 방침에 참여할지도 역시 미지수다. 

업계 한 관계자는 "사우디가 50만 배럴의 감산을 결정했는데 유가가 추가적으로 하락하는데 제어하는 역할은 할 수 있지만, 국제유가 상승에 영향을 미치기는 힘들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이어서 "얼마나 많은 산유국들이 감산에 동참하느냐에 따라 유가가 움직일 것이지만, 단체 행동을 하기에는 쉽지 않은 상황으로 국제유가 하락세 기조는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른 관계자 역시 "국제유가를 전망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지만, 국내유가에 영향을 미칠 정도의 상승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12일 기준으로 국제유가는 지난 10월 최고점과 비교해 최대 21% 하락했다. /사진=오피넷 홈페이지

◆ 하락 국제유가 반영되면 유류세 인하 효과 극대화  

정유 업계는 국제유가가 약세장에 진입하면서 10년 만에 시행된 유류세 인하 효과는 극대화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국제유가 상승으로 인하분이 상쇄된 것도 모자라 오히려 가격이 올랐던 2008년(10% 인하)과 달리 인하분이 예상보다 빠르게 주유소에 적용되고 있고, 국제유가 또한 확연한 내림세에 있어 국내유가는 유류세 인하분보다 더 떨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대한석유협회 관계자는 "10년 전처럼 국제유가가 상승 기조에 있지 않고, 정유사와 주유소 모두 인하분을 시장 가격에 모두 반영하고 있다"며 "여기에 국제유가 하락까지 더해지면 유류세 인하 체감은 더 클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당분간 국제유가도 계속 떨어질 것으로 보여 국내유가 역시 추가로 내려갈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업계에서는 모든 주유소에서 유류세 인하분을 적용하는데 2주일은 걸릴 것으로 전망했다. 자영 주유소가 기존 재고를 모두 소진해야 인하분이 반영된 유류를 공급받기 때문이다. 

15% 유류세 인하 7일이 지난 13일 현재 전국 주유소에서 판매되는 보통 휘발유 가격은 1580원이다. 유류세 인하 전날인 5일 가격(1690원)과 비교해 110원 하락했다. 유류세 인하분(123원)의 89% 수준이다. 예상보다 빠르게 인하분이 적용되고 있는 셈이다. 

전국 주유소가 세금 인하분(휘발유 123원)을 반영한 뒤 국제유가 하락분이 반영된 유류까지 더해진다면 국내유가는 생각 이상으로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게 업계의 예상이다. 

한 정유업계 관계자는 "국제유가가 국내유가에 반영되는데 일반적으로 2주일 정도의 시간이 걸린다"며 "유류세 인하분이 생각보다 빠르게 주유소에 적용되고 있는 가운데 하락세에 있는 국제유가마저 반영된다면 국내유가는 추가로 하락할 수 있다"고 예측했다.

이성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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