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백화점 본점, 현대백화점 본점, 신세계백화점 본점(왼쪽부터) /사진=각 사 홈페이지

[한스경제=김솔이 기자] 유통 ‘빅3’의 3분기 실적에 희비가 갈렸다. 롯데쇼핑과 현대백화점은 주력 사업인 백화점의 성장세에 선전했다. 반면 신세계는 면세점 사업이 부진에 실적 악화를 피하지 못했다. 증권가에서는 이들의 실적에 따라 엇갈리는 주가 전망을 내놨다.

◆ 신세계, 영업익 1위에서 3위로

롯데쇼핑은 지난 상반기 2분기 실적 악화와 중국 사업 불확실성에 내리막을 탔다. 그러나 중국 할인점 매각·폐점에 따른 하반기 실적 개선 전망에 반등에 성공했다. 실제 롯데쇼핑의 3분기 매출은 지난해 동기 대비 2.0% 늘어난 6조1000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의 경우 같은 기간 15.3% 증가한 1991억원이었다. 증권사들이 전망한 시장 예상치(매출 4조6000억원·영업이익1500억원)를 웃도는 수준이다. 

주영훈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중국 할인점 관련 손익이 4분기부터 제외될 것으로 예상됐으나 3분기부터 중단영업손실로 분류되면서 시장 예상치를 뛰어넘는 실적을 냈다”며 “그러나 이를 제외하더라도 전 사업부문에서 시장 눈높이에 맞는 실적을 보였다”고 평가했다.

현대백화점 역시 시장 예상치를 뛰어넘는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했다. 현대백화점의 3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1조4000억원, 80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0%, 14.9% 증가했다. 특히 영업이익이 시장 예상치였던 768억원을 넘어섰다. 면세점 사업 진출로 관련 비용이 증가했으나 명품·가전을 중심으로 백화점 사업부가 실적을 이끌었다는 평가다. 

신세계는 지난 2분기 롯데쇼핑·현대백화점을 제치고 영업이익 1위를 기록했으나 지난 3분기 3위로 떨어졌다. 신세계의 올 3분기 매출은 2조2000억원으로 지난해 동기보다 20.0% 늘었다. 그러나 영업이익은 70억원을 기록, 같은 기간 5.5% 감소했다. 영업이익이 시장 예상치(741억원)을 밑돌아 유통 ‘빅3’ 중 유일하게 ‘어닝 쇼크’였다.

무엇보다 면세점 사업부가 실적 악화의 원인으로 꼽힌다. 면세점 사업을 영위하는 신세계DF는 인천공항 제1여객터미널 임차료 조정과 강남점 등 신규점 개장에 따른 비용으로 영업손실 32억원을 내며 적자로 전환됐다. 또 메리어트 호텔이 새단장하면서 센트럴시티의 매출·영업이익이 큰 폭으로 감소했다. 

남옥진 삼성증권 연구원은 “양호한 백화점 실적에도 면세점 사업부 영업이익이 적자로 전환되며 실적에 부담으로 작용했다”며 “면세점 경쟁 심화에 따라 소공점의 영업이익이 감소하고 신규점인 인천공항 제1여객터미널점과 강남점의 비용이 실적에 반영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 롯데쇼핑, 주가 전망 ‘맑음’…현대백화점, 호실적에도 면세점 우려 커져

증권가에서는 유통 ‘빅3’의 3분기 성적표에 따라 각기 다른 주가 전망을 내놨다. 먼저 롯데쇼핑의 3분기 실적 발표 이후 DB금융투자·메리츠종금증권·현대차증권 등이 이 종목에 대한 목표주가를 상향 조정했다. 특히 지난 1년 간 주가를 억누르던 중국 할인점 불확실성이 사라지면서 훼손됐던 기업 가치가 회복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국내 백화점과 할인점의 경우 성장세와 더불어 구조 개편, 비용 절감으로 수익성 개선이 기대되고 있다.

박희진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중국 할인점 불확실성 제거, 국내 백화점 수익성 개선과 할인점의 비용 절감 등을 감안했다”며 “투자의견 ‘매수’를 유지하고 목표주가를 상향했다”고 설명했다.

롯데쇼핑과 달리 현대백화점은 3분기 호실적에도 면세점 사업에 대한 우려가 주가의 발목을 잡고 있다. 특히 4분기에 반영되는 지난 1일 개점한 현대백화점면세점 무역센터점의 영업손실이 변수로 남아 있다. 증권가에서도 면세점 사업 불확실성으로 단기적으로 투자 심리가 악화됐다고 봤다. 

주 연구원은 “최근 면세업종은 중국 보따리상 규제와 수수료 경쟁 심화로 저평가 국면에 접어든 데다가 후발주자인 현대백화점의 경우 영업손실까지 예상돼 투자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앞으로 면세접 사업이 얼마나 빠르게 안정화되는지가 주가의 핵심 변수다”라고 진단했다. 

이미 면세점 실적 부진을 겪고 있는 신세계의 경우 주가 전망이 더 좋지 않다. 주요 사업부 실적을 고려하면 주가가 저평가돼있지만 면세점에 대한 우려가 해소되기 전까지 주가 상승세가 제한될 것이라는 예측이다. 최근 미래에셋대우·한국투자증권·메리츠종금증권 등 주요 증권사 11곳은 신세계의 목표 주가를 일제히 내렸다.

남 연구원은 “신세계의 주가 상승 여부는 신규 사업부 실적, 성장 동력(모멘텀), 중국 단체 관광객 증가세 등 대외 변수 개선에 달려 있다”며 “중국의 거시 환경과 경쟁 심화 등 면세점 사업을 둘러싼 불확실성을 고려해 면세점의 적정 가치를 내렸고 목표주가를 49만원에서 40만원으로 하향 조정했다”고 설명했다. 

김솔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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