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노믹스 프론티어(57)] 사직구장은 '두산 자이언츠 파크'가 될 수 없을까
[스포노믹스 프론티어(57)] 사직구장은 '두산 자이언츠 파크'가 될 수 없을까
  • 박대웅 기자
  • 승인 2018.11.15 06:5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 국내 1호 네이밍 라이트 적용 구단

국내 프로스포츠, 미·일에 비해 네이밍 라이트 활용 적어

히어로즈 네이밍 라이트 적극 활용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의 홈구장인 부산 사직야구장에서 롯데 선수가 상대 투수의 공을 타격하고 있다. 연합뉴스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의 홈구장인 부산 사직야구장에서 롯데 선수가 상대 투수의 공을 타격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스경제=박대웅 기자] '두산 자이언츠 파크?'

만약 한국 프로야구 최고의 인기팀 중 하나인 롯데 자이언츠가 홈구장으로 사용하는 부산 사직야구장의 이름이 '두산 자이언츠 파크'가 된다면 어떨까.

롯데와 두산의 야구팬 모두 쉽게 받아들일 수 없는 상상인 만큼 현실화되기는 어렵다. 그렇다고 전혀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물론 국내 프로 스포츠에서는 크게 활성화되고 있지는 않지만 구단 명칭 사용권이 보편화 된 야구의 본고장 미국 메이저리그와 야구를 국기로 채택한 일본의 프로야구에서는 현실성 있는 이야기다.

메이저리그와 일본 프로야구에서는 야구장 이름의 사용권을 살 수 있는 이른바 '네이밍 라이트(naming right)' 거래가 활발하다. 메이저리그 전체 30개 구단 중 18개팀이 네이밍 라이트를 사용하고 있다. 단적으로 휴스턴 애스트로스의 홈구장은 글로벌 기업 코카콜라의 음료 브랜드로도 친숙한 미닛메이드의 이름을 따 미니메이드파크다. 휴스턴은 2002년 코카콜라 계열사인 미닛메이드에 28년간 구장명 사용권을 부여하는 대가로 1억7000만 달러(한화 약 1930억 원)의 계약을 체결했다.

일본 프로야구 지바 롯데 마린스의 홈구장인 조조마린스타디움은 네이밍 라이트의 사례로 꼽힌다. 일본 관광청 홈페이지
일본 프로야구 지바 롯데 마린스의 홈구장인 조조마린스타디움은 네이밍 라이트의 사례로 꼽힌다. 일본 관광청 홈페이지

2001년 개장한 피츠버그 파이어리츠의 홈인 PNC파크 역시 PNC은행에게서 매년 200만 달러(약 22억 원)를 받고 2020년까지 구장이름 사용을 허락했다. PNC파크의 경우 소유는 피츠버그지시(市)이지만 피츠버그 구단이 25년간 운영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돼 있다. PCN파크 건설 당시 피츠버그 구단은 전체 공사비 2억2800만 달러(약 3170억 원) 중 4000만 달러(약 453억 원)를 부담했다. 피츠버그 구단은 PNC은행과 네이밍 라이트 계약으로 초기 지출 자본을 충당할 수 있게 됐다.

메이저리그에서는 구장의 소유권을 가진 지자체의 적극적인 지원 속에 구단들이 네이밍 라이트를 활용해 높은 수익을 거두고 있다. 구장 소유자인 지자체는 구단이 네이밍 라이트로 수익을 확보해야 안정적으로 임대료를 받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한 마디로 네이밍 라이트를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여기는 셈이다.

일본 프로야구도 최근 네이밍 마케팅을 활발하게 도입하고 있다. 12개 구단 가운데 히로시마 카프, 소프트뱅크 호크스, 지바 롯데 마린스, 세이부 라이온스, 라쿠텐 이글스, 오릭스 버팔로스 등 6개팀이 구장명 사용권으로 수익을 올리고 있다. 실제로 지바 롯데의 홈구장인 마린스스타디움은 2011년 미국 홈쇼핑 채널 QVC가 네이밍 스폰서로 나서 2016년까지 QVC 마린필드로 불렸다. 그러다 지난해 11월 마린스스타디움은 인터넷 쇼핑몰업체 ZOZO TOWN(조조 타운)과 사용기간 10년, 31억 엔(한화 약 308억 원)에 새 네이밍 라이트 계약을 체결하며 ZOZO 마린스타디움으로 개칭했다. 매년 구단과 지바시가 1억5500만 엔(약 15억 원)씩을 받는다.

국내 프로 스포츠는 네이밍 라이트 도입에 소극적이었다. 국내 모든 스포츠 경기장은 지자체 세금으로 짓기에 공공체육시설로 분류·관리한다. 대부분의 지방 공무원은 경기장의 효율적 운영보다는 시설 관리에 초점을 맞춘다. 여기에 대부분의 스포츠 시설이 지자체가 전국대회나 대규모 스포츠 이벤트 등을 개최하면서 짓게 된 산물이라 지역 정서 등을 고려해 경기장 이름을 지역 이름으로 했다. 지역 정서 등을 감안할 때 경기장 이름을 판다는 건 쉽지 않았던 게 사실이다. 지차제 역시 시설 관리에 초점을 두다 보니 네이밍 라이트에 큰 관심을 두지 않았다.

국내 프로야구 1호 네이밍 라이트를 적용한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의 전경이다. 연합뉴스
국내 프로야구 1호 네이밍 라이트를 적용한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의 전경이다. 연합뉴스

상황이 바뀐 건 후끈 달아오른 프로야구 열기 덕분이다. 국내 네이밍 라이트 1호 경기장은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다. 2014년 2월 준공한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는 기아자동차가 옛 무등야구장 옆에 신설한 경기장이다. 기아차가 300억 원을 투자해 '광주'라는 지명과 함께 '기아'를 쓸 수 있게 됐다. 현재 한국 프로야구에서 네이밍 라이트를 적용한 구단은 KIA 타이거즈를 필두로 삼성 라이온즈의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2016년 준공), SK 와이번스의 인천SK행복드림구장, 한화 이글스의 한화생명 이글스파크, kt 위즈는 수원kt위즈파크(이상 2015년 준공) 모두 5곳이다.

하지만 세밀하게 따져 보면 이들 구장을 '네이밍 라이트'의 사례라고 볼 수 없다. 지자체와 계약을 맺고 구장명 사용권을 행사하고 있지만, 엄격히 말해 외부 판매 개념은 아니다. 지자체와 구단 간 협약으로 홈구장 명칭을 사용한 것 뿐이다.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의 경우 모기업인 기아자동차에서 300억 원을 지원 받는 형태이기에 외부 기업이 행사하는 구장명 사용권과 거리가 있다.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 역시 공사비 1666억 원 중 삼성 구단이 500억 원을 임대료 형식으로 선납하면서 25년 간 운영권을 얻었다. '삼성 라이온즈'라는 명칭이 들어간 것도 모기업의 지원으로 이뤄졌다. SK 와이번스와 한화 이글스, SK 와이번스, kt 위즈 모두 마찬가지다.

경기장이 아닌 구단 이름 자체를 거래하며 네이밍 라이트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는 구단도 있다. 바로 히어로즈다. 2008년 창단한 히어로즈 구단은 메인 스폰서십 계약으로 구단 운영비를 충당하고 있다. 창단 첫해 신생 담배회사인 우리담배와 첫 네이밍 스폰서를 맺어 '우리 히어로즈라는 팀명으로 리그에 참가했다. 그러다 2008년 8월 계약이 깨졌고, 2009 시즌까지 메인스폰서를 구하지 못해 '히어로즈'라는 팀명으로 경기를 치렀다.

2010년 히어로즈는 넥센타이어와 메인스폰서 계약을 맺었고, 이후 두 차례 재계약을 체결하며 올해까지 9년 동안 '넥센 히어로즈'로 리그에 참여했다. 이제 히어로즈는 새로운 이름의 주인을 찾았다. 히어로즈 구단은 키움증권과 내년부터 2023년까지 연간 100억 원 규모로 5년 동안 메인 스폰서십 계약을 체결했다. 정식 명칭은 내년 1월 중 발표될 예정이지만 '키움 히어로즈'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 프로야구의 시장 규모가 더욱 성장하고 히어로즈 구단과 같은 사례가 늘어 네이밍 라이트에 대한 인식이 확산되는 가까운 미래에는 부산 사직구장이 '두산 자이언츠 파크'로, 잠실구장이 '롯데 볼파크'로 바뀌는 날이 올수도 있지 않을까. 아니면 '두산 베어스 파크'나 'LG 트윈스 파크'는 어떨까. 두산과 LG, LG와 두산 두 기업과 베어스와 트윈스, 트윈스와 베어스를 응원하는 야구팬들의 자존심 대결이 프로야구를 즐기는 또 다른 흥미 요소가 될 게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