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양지원 기자] 바야흐로 SNS(소셜 네트워크 서비스)시대다. SNS를 통해 정보를 공유하는 게 낯설지 않은 일상이다. 영화의 후기와 평점 역시 SNS를 통해 쉽게 접할 수 있다. 수많은 영화 관계자들이 “SNS에서 영화의 후기가 올라올 때 가장 긴장된다”고 말하는 이유다. SNS를 애용하는 사람들의 손에 영화의 흥망성쇠가 달렸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 소규모 제작비 영화..SNS 탄력 받아 흥행

최근 개봉한 한지민 주연의 ‘미쓰백’은 SNS에서 마니아들의 지지를 받아 흥행에 성공한 대표적인 예다. 아동학대를 소재로 사회적인 메시지를 담은 소규모 제작비의 영화로 ‘쓰백러(미쓰백에 사람을 뜻하는 접미사 er을 붙여 만든 말)’라 불리는 관객들의 지지 속에 손익분기점(70만 명, 순제작비 16억5000만 원)을 돌파했다.

‘쓰백러’들의 영혼 보내기 운동, 관람 독려 운동, N차관람 인증 등의 성원에 힘입어 ‘미쓰백’ 측은 지난 1일부터 4일까지 릴레이GV(관객과의 대화)를 열기도 했다.

올 초 개봉한 ‘리틀 포레스트’ 역시 순제작비 15억 원을 들인 저예산 영화다. 잔잔한 ‘힐링 영화’로 SNS에서 입소문을 타고 흥행에 성공했다. 손익분기점 80만 명의 두 배 격인 150만5852명을 동원했다.

아버지가 실종된 딸을 SNS를 통해 찾는 내용의 영화 ‘서치’는 SNS 입소문을 제대로 발휘한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국내에서 290만 관객을 끌어 모으며 흥행했다. 10억 원대 제작비를 들인 ‘서치’는 국내에서만 250억 원, 전 세계에서 6745만 달러(한화 약 700억 원)를 벌며 ‘대박’을 쳤다.

퀸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도 SNS에서 흥행 탄력을 받았다. 할리우드 영화인 점을 감안할 때 제작비 5200만 달러의 중저예산 영화인 이 작품은 개봉 첫 주말 북미에서만 5000만 달러(약 560억 원) 수입을 거뒀다. 국내에서는 입소문을 통해 흥행 반열에 올랐다. ‘퀸의 실제 공연을 보는 듯하다’는 관람객들의 평가로 ‘N차관람’ 열풍까지 이끌었다. CGV리서치센터에 따르면 다시 보러 온 관객들의 비율은 2.7%로 같은 기간 다른 영화를 다시 보는 관람객 비율 1.2%의 두 배를 넘었다.

지난 해 개봉해 올해까지 팬들의 열렬한 응원을 받고 있는 ‘불한당’은 SNS의 파급력을 가장 잘 알려준 작품이다. 개봉 전 변성현 감독의 SNS 발언으로 구설수에 올라 흥행에 발목이 잡혔다. 손익분기점인 230만 명에 근접하지 못한 91만 명을 기록했다. 그러나 영화의 팬들은 ‘불한당원’들의 활약으로 현재까지 4만 여명의 관객을 추가한 95만 명을 기록했다.

■ SNS 평점 테러 피해가려면

SNS의 발달이 독이 된 작품들도 많다. 지난 해 개봉한 ‘리얼’과 올해 초 선보인 ‘염력’은 SNS에서 가혹한 평가를 받아 흥행에 참패했다. 네티즌들 사이에서 “‘리얼’은 피했는데 ‘염력’은 피하지 못했다”는 유행어가 생길 정도였다. ‘리얼’은 제작 당시 톱스타 김수현의 출연으로 화제를 모았으나 도무지 메시지를 알 수 없는 난해한 영화로 혹평 받았다. ‘부산행’ 연상호 감독의 차기작인 ‘염력’ 역시 코미디도 판타지도 아닌 영화로 평가 받으며 평점 테러를 당했다. 두 작품의 공통점은 SNS에서 혹평이 난무했다는 점이다.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퍼지는 SNS의 파급력을 입증하듯 두 작품은 각각 47만 명, 99만 명의 관객을 동원하는 데 그쳤다.

최근 개봉한 현빈과 장동건 주연 영화 '창궐' 역시 SNS의 영향을 피해가지 못했다. 개봉 후 영화 관람객들의 혹평으로 좌석 드롭율(관객 감소율)이 이어졌다.

‘창궐’은 170억 원이 투입된 대작으로 손익분기점 380만 명이다. 그러나 현재까지 누적 관객 수는 159만826명, 박스오피스 9위로 손익분기점을 넘기는 것은 불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SNS에서 이뤄지는 관객들의 자유로운 평가를 제재할 수는 없기에 영화사들은 골머리를 앓고 있다. 한 제작사 관계자는 “영화를 홍보하기 위해 제작비와 크게 차이나지 않는 많은 돈을 들여도 SNS에서 혹평을 받을 때 참담한 기분이란 말로 표현할 수 없다”며 “거대한 자본 투입보다 새로운 콘텐츠 발굴에 힘을 써야 하는 이유다”라고 말했다.

사진=해당 영화 스틸 

양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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