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삼우, 사실상 삼성물산 소유…설계부문 인수 삼성물산 주도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연합뉴스

[한스경제=변동진 기자] 공정거래위원회가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을 검찰에 고발하기로 했다. 삼성이 업계 실적 1위인 삼우건축사사무소(이하 삼우)를 30년 가까이 위장계열사로 소유했다는 판단 때문이다.

14일 공정위에 따르면 이건희 회장은 대규모기업집단 삼성의 총수(동일인)로서 2014년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지정을 위한 계열사 명단을 제출하며 차명으로 보유한 삼우와 서영엔지니어링(서영)을 고의로 빠뜨린 혐의를 받는다.

조사 결과 삼우는 실제로는 1979년 3월 법인 설립부터 2014년 8월까지 삼성물산(전 삼성종합건설)이 소유한 것으로 드러났다.

삼우의 지분 관계를 시기 별로 보면 설립 이후 1982년 3월까지는 삼성종합건설(47%), 신원개발(47%·현 삼성물산 건설부문), 삼성 임원(6%) 등이었다.

이어 2014년 8월까지 차명주주인 삼우 임원에게 명의가 이전됐지만, 실질 소유주는 삼성종합건설이라는 게 공정위 판단이다.

특히 삼우 내부 자료 등에도 삼성종합건설은 실질 소유주로 명기돼 있다. 차명주주는 삼성의 결정에 따라 지분매입 자금을 받아 명의자가 됐다. 게다가 주식증서를 소유하지 않고 배당을 요구하지 않는 등 주주로서 재산권을 행사한 사실이 전혀 없었다.

또 공정위는 2014년 8월 삼우가 설계부문(현 삼우)과 감리부문(삼우씨엠건축사사무소)으로 분할한 이후 설계부문이(2014년 10월) 삼성에 편입되는 모든 과정을 삼성물산이 주도적으로 결정한 점도 위장계열사임을 뒷받침한다고 설명했다.

차명주주들은 당시 168억원에 달하는 주식 가치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배당금 69억원만 받고 지분을 모두 넘겼다. 삼우씨엠 지분 전량도 우리사주조합에 무상 양도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와 함께 ▲삼우와 삼성 계열사 간 인사교류가 활발히 이뤄진 점 ▲삼우 전체 매출의 절반 가까이가 삼성 계열사 간 내부거래에서 발생하고 있는 것 ▲이를 통해 높은 이익률을 올린 점 등도 위장계열사라는 근거라는 게 공정위 측 주장이다.

실제 삼우는 타워팰리스, 서초동 삼성사옥,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 등 삼성 관련 설계를 전담, 2005∼2013년 삼성거래 비중이 평균 45.9%에 달했다. 또 2011∼2013년 매출이익률은 19∼25%였다.

삼성물산이 삼우를 차명으로 돌린 이유는 시공사가 설계와 감리를 담당하는 회사를 갖는 것에 대한 동종업계의 불만 때문이라고 공정위는 설명했다.

공정위는 이건희 회장이 2000·2009·2013년 허위 지정자료 제출에 관해 제재를 받았음에도 같은 법 위반을 반복한 것을 고려해 고발을 결정했다. 더불어 삼우와 서영이 삼성 소속회사에서 제외됨에 따라 공정거래법상 각종 의무를 지지 않고 다른 혜택을 누려온 점도 고발 이유다.

다만 이건희 회장의 2014년 3월 행위에만 공정거래법 위반으로 조처한 이유는 형사소송법상 공소시효(5년)와 삼우가 삼성에 계열 편입된 시점을 고려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해당 법률에는 과징금 부과 조항은 없다.

홍형주 공정위 내부거래감시과장은 "지난해 하반기 익명의 제보자가 1999년 공정위 조사 때 삼성과 삼우 측에서 은폐한 증거 자료를 제출한 점이 '스모킹건'이 돼 조사 범위를 넓혔다"며 "이를 토대로 차명주주 5명을 소환하는 등 진술과 물증을 확보했다"고 설명했다.

앞으로 공정위는 삼우와 서영이 삼성 소속 계열사에서 제외된 기간에 부당하게 받은 혜택(과다 세액공제·삼성과 공동 공공입찰 참여·중견기업 조세 감면)이 환수될 수 있도록 국세청·기획재정부·조달청 등에 사실관계를 통보할 예정이다.

공정위는 7월 삼성전자 수원 본사와 삼우 등을 대상으로 현장조사를 벌이는 등 일감 몰아주기 혐의를 조사 중이다.

아울러 삼우와 서영이 계열 제외 기간에 주식 소유 현황 신고 의무, 주요 상황 공시 의무 등을 지키지 않은 점에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는지를 검토하고 있다.

 

변동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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