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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스경제=양인정 기자] 유동성 위기를 겪는 기업에 첫 기업구조혁신펀드가 투입되면서 하향 국면에 있는 자동차 및 조선 산업의 기업들의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정부가 사모펀드 규제를 완화한 시점에서 사모펀드(PEF)의 이해와 맞물릴지도 주목된다.

14일 구조조정업계에 따르면 한국성장금융이 첫 기업구조혁신펀드를 투입한 데 이어 후속 기업 선정을 위해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사모투자 운용사 뉴레이크는 현대기아차 1차 협력 업체인 서진산업을 기업구조혁신펀드의 첫 투자기업으로 선정했다. 서진산업은 지난해 기준 5917억원의 매출을 기록 중인 자동차 금형 제조사다.

한국성장금융은 후속 기업구조혁신펀드의 투자를 위해 복수의 기업에 대해 투자 가능성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성장금융 관계자는 “현재 어려워진 자동차 산업에 국한하지 않고 해양 플랜트 기업 등 다양한 업종의 기업에 대해 투자를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기업구조혁신펀드는 5개 시중은행과 정책금융기관, 성장사다리펀드가 공동 출자해 총 5415억원 규모로 지난 8월 조성됐다. 기존 채권금융기관 중심의 구조조정을 자본시장 중심의 상시 구조조정으로 전환하기 위해 만들어진 펀드다.

기업구조혁신펀드가 투자할 주요 대상기업은 유동성 위기에 빠진 중소·중견기업이다. 자율협약이나 워크아웃에 돌입한 기간·전략산업은 산업은행 등 국책은행 중심 채권단이 구조조정을 주도한다.

◆ 유동성 위기 기업, 투자 어떻게 받을 수 있나

기업구조혁신펀드의 첫 투자로 자본 시장이 주도하는 선제적 구조조정 시장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위기를 겪는 기업들의 반응도 긍정적이다. 지난해 법정관리에 돌입한 자동차 부품업체 K회사의 한 관계자는 “유동성 위기를 겪는 과정에서 신규자금을 투자받을 곳이 있었다면 법정관리를 신청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법정관리를 신청한 후 상당수 협력업체들이 거래를 끊어 어려움이 크다”고 말했다.

유동성 위기를 겪는 기업들은 한국성장금융의 펀드를 운용하는 운용사를 통해 기업구조혁신펀드를 유치할 수 있다. 한국성장금융(성장금융)은 지난 2일 구조조정 자금을 맡을 운용사에 큐캐피탈파트너스-우리PE, NH투자증권-오퍼스PE, 미래에셋벤처투자-큐리어스파트너스 등 3곳을 선정했다.

위기를 겪는 기업은 이와 같은 운용사에 회사의 재무구조와 기술력을 공유하고 투자를 유치할 수 있다.

또 신규자금과 구조조정이 필요한 기업은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의 기업구조혁신센터를 통해 투자지원을 요청할 수도 있다.

캠코의 기업구조혁신지원센터는 구조조정에 앞서 신규자금을 필요로 하는 기업과 투자자를 연결해 주는 플랫폼이다. 기업구조혁신지원센터는 전국 12개 지역본부와 15개 지부 등 총 27개가 설치됐다. 현재 기업구조혁신지원센터에는 ▲NH투자증권 ▲SK증권 ▲나우아이비캐피탈 ▲메티스톤에퀴티파트너스 ▲미래에셋벤처투자 등 ▲시몬느자산운용 등 17곳의 투자기관이 참여하고 있다.

성장금융 관계자는 “기업혁신펀드는 애초에 캠코와 연계하는 것을 전제로 자금이 조성됐다”며 “성장금융과 캠코는 민간자본이 구조조정 시장과 연결될 수 있도록 공유하고 협조하는 관계”라고 설명했다.

기업구조혁신 일일 상담사로 나선 최종구 금융위원장 지난해 12월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 서울지역본부에서 열린 기업구조혁신지원센터 출범식에서 최종구 금융위원장(가운데)이 일일 상담사 역할을 맡아 센터를 찾은 기업인과 상담하고 있다. 왼쪽부터 문창용 캠코 사장, 최 위원장, 한채아 홍보대사. 사진=연합뉴스

◆ 규제 풀린 PEF, 구조조정 시장 눈 돌릴까 ...구조조정 기업, 성장가능성 잘 설명해야

집권 여당인 더불어민주당과 정부는 지난 1일 혁신기업이 자금을 원활히 조달할 수 있게 소액공모한도를 현행 10억원에서 30억원과 100억원으로 샹향·이원화하기로 했다. 또 투자권유를 한 일반투자자 수와 관계없이 실제 청약한 일반투자자가 50인 미만인 경우 사모발행으로 인정하기로 했다.

투자업계는 사모펀드의 규제가 풀리면서 구조조정 시장을 눈여겨보고 있다. 금융감독원 신용위험평가결과에 따르면 2017년말 기준으로 174개 구조조정대상 중소기업이 워크아웃이나 법정관리를 해야 하는 상황이며, 대기업도 25개 계열사가 구조조정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자본시장연구원에 따르면 재무안정 PEF의 약정액이 약 6조원 정도로 조성됐다. 전체 구조조정시장에 비하면 크지 않은 규모이지만 정부의 기업구조혁신펀드까지 고려하면 시장실패 교정을 위한 기업구조혁신펀드 역시 사모펀드 중심의 구조조정시장을 조성하는데 일정한 역할을 할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사모펀드가 한계기업 구조조정 등에 보다 적극적으로 활용되기 위해서는 사모펀드의 자금조달과 회수시장에서 구조조정 기업의 참여도를 높일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구조조정을 앞둔 기업들이 사모펀드의 투자를 유치하기 위해선 회사의 현황을 체계적으로 밝힐 수 있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손흥선 연구위원은 “PEF들이 재무제표를 읽고 기업을 분석하는 것은 기본적인 사항에 속한다”면서도 “기업들이 사모펀드의 투자를 유치하기 위해서는 재무제표 이외에도 구조조정할 부분과 신규사업에 지출할 부분 등 성장가능성에 대해 PEF를 설득할 수 있는 기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양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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