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이해관계 맞으면 업종 떠나 전방위 협업하는 시대가 왔다"

[한스경제=이성노 기자] 재계에 콜라보레이션(collaboration·협업)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다. 과거에는 강자만 살아남는 약육강식(弱肉强食) 세계였다면 최근에는 이해관계만 맞아 떨어진다면 경쟁 업체와도 손을 맞잡는 시대가 왔다. 동종업계뿐 아니라 이종업계의 협업도 증가하는 등 재계는 경쟁 관계에서 벗어나 '상생(相生)'의 길을 모색하고 있는 것이다. 

15일 재계에 따르면 최근 대기업들의 협업이 크게 늘어나고 있다. 왼쪽부터 이성준 SK이노베이션 전무, 전영현 삼성SDI 대표, 성윤모 산업부 장관, 김종현 LG화학 부사장, 정순남 한국전지산업협회 부회장. /사진=산업통상자원부

◆ 어색하지 않은 '적과의 동침 '

15일 재계에 따르면 최근 대기업들의 협업이 크게 늘어나고 있다. 급변하는 사회와 더불어 치열해진 시장에서 블루오션을 찾기 위해 경쟁 업체와 '적과의 동침'도 마다치 않는 세상이 됐다. 

삼성, SK, LG는 미래 먹거리로 낙점한 이차전지 사업에서 경쟁이란 타이틀을 내려놓고 힘을 합치기로 했다. LG화학, 삼성SDI, SK이노베이션은 지난12일 차세대 배터리 펀드 결성 및 공동 연구개발(R&D) 협력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이번 업무협약으로 배터리 3사는 차세대 배터리 원천기술(IP) 확보와 차세대 배터리 산업 생태계 조성을 위해 1000억원 규모의 차세대 배터리 펀드를 출자해 유망 중소기업과 벤처기업 육성에 힘쓰기로 했다. 또한, 차세대 배터리 관련 분야인 소재· 공정·장비 핵심 기술 개발 지원, 핵심기술을 활용한 조기 상용화 검토·추진을 함께 하기로 했다.

정유 업계에선 SK에너지와 GS칼텍스가 협력 관계로 돌아섰다. 두 회사는 지난 6월 '스타트업과 상생 생태계 조성', '주유소 공간의 새로운 활용을 통한 일자리 창출', '사회적 가치 창출을 위해 주유소를 기반으로 한 공유경제 확산'을 목표로 협력 관계를 구축하기로 합의했다. 

첫 번째 협력 사업은 주유소를 거점으로 한 C2C 택배 집하 서비스 '홈픽(Homepick)'이다. '홈픽'은 SK에너지와 GS칼텍스가 CJ대한통운, 물류 스타트업 기업 '줌마'와 손잡고 론칭한 C2C 택배 서비스다. 주유소를 공유 인프라로 활용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고자 하는 공통된 지향점에서 출발한 비즈니스 모델이다. 기존 배송 제휴사이던 CJ대한통운과 함께 한진택배가 전국 택배 배송 업무를 담당하게 됐다.    

자동차업계에서는 현대자동차그룹과 폭스바겐그룹이 수소연료전기자동차(수소전기차) 동맹을 구축했다. 수소차의 핵심인 연료전지 기술 개발과 특허 및 주요 부품을 공유하고 시장 선점 및 기술 주도권 확보 차원에서 향후 기술 협업을 지속 확대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주요 기업 협업 현황. /표=한국스포츠경제

◆ 삼성과 현대차의 만남…이종업계 콜라보도 증가

동종 업계뿐 아니라 이종 업계와 콜라보레이션도 증가하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예는 재계 서열 순위 1, 2위인 삼성과 현대자동차그룹의 만남이다. 두 기업은 지난 5일 양사 간 제휴 마케팅에 관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양사는 이번 MOU를 통해 전기전자(IT)와 자동차 산업의 융합 트렌드를 선도하는 동시에 미래차 시장을 선점해 나갈 계획이다. 

내년 초부터 내년 초부터 기아차 고객에게 최적화된 사용환경을 제공하는 스마트폰을 선보일 예정이다. 해당 휴대폰에는 고객 디지털 경험 강화를 위해 삼성전자가 독자적으로 개발한 기업 맞춤형 솔루션 '녹스 커스터마이제이션'이 적용된다. 

현대자동차는 이밖에도 문구업체 모나미를 비롯해 소셜머커스업체 위메프, 글로벌 엔터테인먼트사 마블, 국내 대형 연예기획사 SM엔터테인먼트 등 비(非) 자동차업체들과 전략적 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SK그룹과 신한금융그룹 역시 지난 13일 업무 협약을 맺고 두 회사의 역량과 경험을 공유해 사회적 금융을 추진하기로 했다. 두 기업은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는 생태계를 조성하고, 사회적 금융을 활성화하기 위해 200억원 규모의 사회적 기업 전문 사모펀드를 만들기로 했다. 

이 밖에도 LG전자와 삼성전자는 지난 4월 새롭게 부상하고 있는 빌트인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각각 유럽 명품 가구업체, 식품업체인 '샘표'와 협업을 진행하기도 했다.  

권혁호(왼쪽) 기아차 국내영업본부장(부사장)과 박병대 삼성전자 한국총괄 부사장이 지난 5일 기아차 BEAT360에서 제휴 마케팅 등을 내용으로 하는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사진=기아자동차

◆ 급변하는 시장…협업 아니면 살아남기 힘들어

재계 한 관계자는 "요즘 같이 사회가 급변하고 있는 세상에서 한 기업의 경쟁력만 가지고 살아남기 힘들게 됐다"며 "특히 해외로 나가는 기업들이 현지 사정에 밝은 기업들과 손을 잡으면 안정적으로 시장에 진출할 수 있고, 투자 위험성도 줄일 수 있다"고 밝혔다.  

해외 유학을 통해 견문과 인맥을 넓힌 3~4세대 경영인들이 늘어난 것 역시 크지는 않지만 '협업 트렌드'에 영향을 끼쳤다.  

동종·이종업계와 다양한 협업을 진행하고 있는 한 그룹 관계자는 "서로 부족한 부분을 채워준다면 업체들은 시너지 효과를 볼 수 있고, 소비자들 역시 기대 이상의 만족도를 느낄 수 있기 때문에 협업이 늘어나고 있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경쟁 업체와 손잡고 택배서비스 사업에 진출한 SK에너지는 "홈픽에 한진택배가 가세하며 정유업계와 택배업계 1·2위 기업의 만남이 성사됐다"며 "이를 바탕으로 고객·주유소·택배회사·스타트업 기업 모두에게 윈윈(Win-Win)이 되는 사회적 가치 창출을 기대할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또 다른 재계 관계자는 "두 회사가 협력하면 보다 안정적으로 사업을 추진할 수 있어 시너지 효과를 볼 수 있다"며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면 업종을 떠나 전방위적으로 협업을 해야 하는 시대가 왔다"고 설명했다.  

이성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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