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국토부 항공사 임원 자격 기준 강화 법 개정 추진

정부와 여야, 상법 개정안 공조 움직임

국민연금 적극적 '경영참여', 조양호 회장 재신임 반대 가능성 커져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대한항공과 진에어의 경영권을 잃을 위기에 처했다. 연합뉴스

[한스경제=박대웅 기자] 불가능에서 가능성을 거쳐 이제 현실성 있는 이야기로 변하고 있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대한항공과 진에어 경영퇴진을 두고 하는 말이다. 앞서 조 회장 일가의 갑질과 일탈 등이 국민적 공분을 샀지만 조 회장을 경영에서 물러나게 할 방법이 마땅치 않았다. 하지만 최근 철옹성 같았던 조 회장의 경영권에 큰 균열이 생겼다. 진원지는 국토교통부다. 여기에 국민연금과 정부의 상법 개정 추진까지 조 회장을 전방위에서 압박하고 있다. '조양호 회장 퇴진' 가능성이 현실성 있는 이유를 짚어 봤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을 비롯한 국토부는 항공사 임원 자격을 강화하는 법 개정을 서두르고 있다. 연합뉴스

◆국토부 법 개정, 떨고 있는 조 회장

국토부는 벌금형만 받아도 항공사 임원 자격을 박탈하는 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이런 움직임에 조 회장이 대한항공과 진에어의 경영권을 내려 놓아야 할 가능성이 생겼다. 검찰은 조 회장을 지난달 15일 270억 원대 횡령 및 배임 혐의 등으로 기소했고, 법원은 오는 26일 첫 공판준비기일을 연다.

국토부는 14일 항공사의 임원자격 제한 요건을 강화하는 내용을 담은 '항공산업제도 개선방안'을 발표했다. 개선방안은 앞으로 폭행이나 배임, 횡령 등 형법을 위반하거나 계열사간 일감 몰아주기, 불공정거래, 조세·관세 포탈, 밀수 등으로 처벌 받는 경우 임원자격이 제한된다. 임원자격 제한 기간은 금고 이상 실형이 확정되면 5년, 벌금형만 받더라도 2년이다. 현재 항공사 임원이 항공 관련법을 위반할 경우 임원 자격을 제한하고 있지만 벌금형은 제재가 없다. 금고 이상 실형일 때만 3년의 제한 기간이 있다.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고, 270억 원대 횡령·배임 혐의 등과 조세 관련법 위반, 약사법 위반 등 혐의 그리고 밀수·탈세 혐의로 재판을 앞두고 있는 조 회장의 앞날은 불투명해진다. 조 회장이 금고 이상의 형을 확정 받으면 경영권을 잃게 된다. 마찬가지로 조 회장과 함께 밀수·탈세 혐의 등을 받고 있는 아내와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등 자녀들 역시 경영 복귀가 어려워 진다. 여기에 국토부는 사망·실종 등 중대사고를 내거나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임원이 있는 항공사에 사안의 경중에 따라 1~2년간 운수권 신규 배분 신청 자격을 제한하기로 했다. 조 회장의 재판 결과에 따라 대한항공과 진에어의 영업에 차질이 불가피하다.

채이배 바른미래당 의원이 발의한 상법 개정안이 정부와 여야의 공조 속에 속도를 내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와 여·야 그리고 법무부까지 상법 개정 움직임 활발

지난달 23일 법무부는 '기업의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돕고 소수주주의 권익 보호에 기여하게 될 상법 개정안의 취지에 공감한다'며 '다중대표소송제 도입, 전자투표제 의무화, 감사위원 분리선출, 집중투표제 의무화 등 기업지배구조 개선 상법 개정안의 주요 내용에 관한 국회 논의를 적극 지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정치권 역시 상법 개정을 위해 활발한 공조를 펼칠 가능성을 높였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과 야당인 바른미래당은 다음 주 중 회동을 갖고 의견을 나눈다. 후반기 국회에서 초당적 상법 논의는 이번이 처음이다. 송기헌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민주당 간사는 "채이배 바른미래당 의원이 발의한 상법 개정안에 대해 어떤 의견인지 알아야 한다"며 "법안1소위가 열리는 14일을 전후해 의견을 들어 볼 것"이라고 말했다.

채이배 의원이 낸 상법 개정안은 주주대표소송제, 감사위원 분리선출제, 집중투표제, 다중대표소송제 등을 담고 있다. 채 의원은 "결국 감사위원 분리선출과 집중투표제가 쟁점 사안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상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그동안 총수 일가의 '거수기'라고 비판 받던 이사회는 보다 독립적이고 투명한 구조로 개편되며 소수주주의 권리도 강화된다.

김성주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사진)이 내년 3월 예정인 대한항공 주주총회에 조양호 회장의 재선임에 어떤 결정을 내릴지 주목 된다. 연합뉴스

◆'큰 손' 국민연금의 경영 참여 '스튜어드십코드'

조 회장을 비롯한 대한항공 등기이사의 임기는 내년 3월 만료돼 재선임을 받아야 한다. '재선임 저지'는 참석주주 50%의 지지를 확보하면 가능하다. 조 회장의 재선임의 여탈권은 사실상 국민연금이 쥐고 있다. 그동안 '단순투자'에 방점을 찍었던 국민연금은 7월 문재인 정부의 대선공약인 '스튜어드십코드' 도입에 맞춰 '경영참여'를 확대하고 있다. 국민연금의 주주권 행사범위가 확대되면서 총수일가 이사 해임과 새 사외이사 추천이 모두 가능해졌다.

국민연금은 최근 공개적으로 한진그룹 총수 일가의 일탈행위에 우려를 표하고 실질적인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대한항공 경영진이 제대로 된 해법을 내놓지 못한다면 국민연금이 조 회장의 퇴진을 직접 요구하거나 내년 3월 주주총회에서 이사 재선임 반대에 동조할 가능성이 있다. 국민연금은 대한항공 지분 12.45%를 가진 2대 주주며 외국인 주주(16.65%), 국내 기관투자자와 소액주주(이상 34%)의 표심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여기에 공정거래위원회가 추진 중인 공익법인 규제 강화 방안도 내년 주총에서 조 회장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공정위는 공익법인의 의결권을 제한하는 공익법인 규제 카드를 만지작 거리고 있다. 한진그룹 산하에는 일우재단과 정석인하학원, 정석물류학술재단 등 3개의 공익재단이 있다. 이들은 대한항공 지분 3.35%를 보유하고 있다. 공익법인의 의결권이 제한되면 조 회장 등 총수일가의 지배 지분은 33.34%에서 29.99%로 낮아진다.

박대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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