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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스경제=양인정 기자] 금리 논쟁이 격렬해지고 있다. 금리 인상 신호를 여러 차례 보냈던 한국은행 금통위가 주춤거리고 있다. 저조한 국내 실물경기 지표가 여전히 금통위의 발목을 잡는 형국이다. 

금리 인상 논쟁이 뜨거운 가운데 미국이 금리 인상 기조를 다시 확인했다. 이제 모든 시선은 오는 30일 열리는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의 올해 마지막 정례회의에 집중되고 있다. 

시장에서는 이번 정례회의에서 금통위가 금리 인상을 단행할 것이란 추측이 우세하다. 금통위 내부에서 여러 차례 금리인상의 신호를 보냈기 때문이다. 그러나 금리를 인상해서는 안 된다는 ‘설득력 있는’ 주장도 점차 확산되고 있다. 국내 실물경기 탓이다. 예상을 벗어나 금리가 인상되지 않을 수도 있음을 시사하는 부분이다. 금리 논쟁의 시작이다.  

◆ 가계부채에 멈칫거리는 금리 인상론

서민이 금리 인상으로 가장 피부에 와 닿는 것이 가계 빚이다. 시중은행 대출을 통한 가계 빚은 현재 약 1500조원에 육박하고 있다.  문제는 금리인상에 있어 양날의 칼이다. 금리를 올리자니 가계 대출의 이자 부담으로 작용하고 금리를 동결하자니 대출량이 늘어나 부채 총량이 늘어난다. 가계부채가 부동산과 연동돼 금통위의 고민은 더 깊다.

기준금리가 오르면 주택담보대출의 금리는 5%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금리의 인상으로 무리하게 돈을 빌려 집을 산 사람들은 늘어나는 이자 부담이 한층 무거워지는 데다, 정부의 대출 규제 정책으로 신규대출이나 대환대출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반대로 부동산 가격은 내릴 것으로 전망된다. 대출 감소가 부동산 매수세를 진정시킬 것이기 때문이다. 

장기적 관점에서는 금리 인상으로 가계의 이자 부담이 늘어나더라도 금리 인상은 필요하다. 가계부채의 증가속도를 완화할 필요는 있기 때문이다. 

김영일 KDI 연구위원(금융경제연구부)은 “금리가 인상되면 당장 늘어나는 대출 이자로 가계가 부담을 갖게 될 것”이라면서도 “중장기적 관점에서 보면 부채 증가세를 줄이고 가계부채를 연착륙 하는데 있어서 금리 인상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금통위 "금리는 인상할 것"....‘금융 불균형’ 해소해야 

한은은 지난 7월 금융통화위원회에서부터 지난달까지 현행보다 기준금리를 올려야 한다는 소수의견을 연달아 내면서 이미 시장엔 금리인상 깜박이를 켜둔 상태다. 이달 들어 금통위 의사록과 임지원 금통위원 간담회, 통화신용정책보고서를 통해 금리인상의 메시지를 계속 보냈다. 

금통위 A 위원은 "최근 경기나 고용, 물가 여건이 다소 미흡한 점은 있지만 통화정책의 완화정도가 일부 축소되더라도 금융안정에 보다 중점을 둔 결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일형 위원으로 추정되는 인물이다. 또 임지원 금융통화위원은 지난 7일 기자 간담회에서 “기본적으로 최근에 정책금리차가 벌어지고 있는 가운데서 환율의 움직임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A위원의 ‘금융안정’이나 임 위원의 ‘정책금리차’의 언급에서 보듯이 금통위의 금리인상 신호는 무엇보다 ‘금융 불균형’에 초점이 맞춰져있다. 금리 인상이 기정사실처럼 된 점도 이 금융 불균형을 해소해야 한다는 위기감 때문이다. 

금리 인상론자는 특히 미국과의 내외 금리차를 강조하고 있다. 미국과의 금리차가 심각한 금융불균형을 초래한다는 것이다. 한국과 미국의 금리차이인 내외 금리차에 대비하기 위해서 연내 금리인상은 당연한 수순이란 전망이다. 

미 연방준비제도(Fed)는 지난 8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정책금리를 현행 2.00~2.25%로 유지하기로 하면서 미 경제 성과에 대한 낙관적인 평가를 함께 내놨다. 다음 회의인 12월에 금리인상 가능성이 있음을 재차 시사한 셈이다. 

이런 와중에 한은이 현행 1.50% 금리를 유지한다면 다음 달 한·미 간 금리역전차는 1.0%포인트까지 벌어지게 된다. 현재 벌어진 0.75%포인트 격차도 11년 만에 최대폭이란 평가를 받는 가운데 외국인 자본유출이 가속화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내외금리차가 반드시 자본유출을 가져오는 것은 아니라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 외국자본의 유출은 반드시 금리 격차에서 오는 것은 아니라 외환보유고 상황 등 다른 요인과 결합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렇다보니 이번 금리 인상의 목표가 가열되는 부동산 시장을 진정시키는 데 집중되고 있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한은은 지난 8일 국회에 제출한 통화신용정책보고서에서 "가계부채 증가는 주택가격 상승과 연관이 있는데, 특히 서울을 중심으로 한 수도권 주택가격 상승과 가계부채 증가는 상호 영향을 미치며 금융 불균형을 심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부동산 가격을 진정시키기 위한 금리 인상은 신중해야 한다. 유동승 상명대학 금융경제학과 교수는 “금리가 인상되는 경우 담보대출을 받은 사람보다는 일반 채무를 가진 사람들의 부담이 증가할 것”이라며 “금리 인상이 가져오는 여러 문제를 고려하지 않고 부동산 시장을 진정시키기 위해 금리를 인상하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양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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