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실물경기 이렇게 안좋은데"
"경제성장률 하향, 높은 실업률 아직 때가 아니다"

[한스경제=양인정 기자] 1500조원에 육박하는 가계부채 문제가 아니더라도 물가, 성장, 고용 등 낮은 실물경기 지표는 금통위가 금리 인상을 결정하지 못한 요인은 많다. 

한국은행은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종전의 올해 2.9%, 내년 2.8%에서 각각 2.7%로 내려잡았다. 한은은 당초 이 수치를 3.0%로 예상했다. 그러나 지난 7월에 0.1%포인트 낮춘 2.9%로 수정했고 석 달 만에 다시 조정했다.

고용 사정도 여전히 빨간불이다. 14일 통계청이 발표한 '10월 고용동향'을 보면 지난달 취업자는 2709만명으로 1년 전보다 6만4000명 증가했다. 취업자 증가 폭은 올해 7월 5000명을 기록한 이후 4개월째 10만명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8월은 3000천명, 9월엔 4만5000명이었다. 고용률은 61.2%로 1년 전보다 0.2%포인트 하락했다. 2월부터 9개월째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다. 

통화정책 방향 결정의 기준이 되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올해 1분기 1.3%, 2분기 1.5%, 3분기 1.6%로 높아졌다. 10월 소비자물가는 전년동월대비 2.0% 상승하며 지난해 9월 이후 13개월만에 2%대로 올라섰다. 한국은행의 중기 물가목표는 2%다. 

한은의 중기 물가목표인 2%에 도달했으니 금리는 인상되어야 하는 걸까? 한은은 국제유가 상승과 올여름 농산물의 가격 상승이 물가 상승을 견인했다고 보고 있다.  

오히려 유가와 농산물값 등 일회성 요인이 큰 제품을 뺀 근원물가는 1, 2분기 1.3%에서 3분기 1%로 낮아졌다. 10월에는 0.9% 상승하는 데 그쳤다.

물가목표보다 낮은 물가상승률을 기록하고 있고 성장과 고용이 둔화되는 상황을 고려하면 금통위가 금리를 인상할 요인은 찾기 어렵다. 

전성인 홍익대 교수(경제학부) “금리는 본래 국내 경제 사정으로 기준으로 결정해야 한다. 우리나라의 장기적인 물가상승 추세를 반영한다고 해석되는 근원 인플레이션율은 지속적인 하락 추세를 보이고 현재는 1%대 초반까지 떨어졌다"며 "이런 상황에서 한국은행이 금리를 인상한다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정치권 일각에서도 이같은 입장에서 금리인상을 반대하고 있다. 김성식 바른미래당 의원은 지난달 한은 국정감사에서 “경제성장세가 나빠지는 점을 감안하면 금리인상을 할 때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이 같은 주장은 기본적으로 금리를 인상한 요인이 없다는 전제에서 시작됐다. 금리 결정과정에서 물가안정을 최우선 요소로 고려해야 할 한은이 부수적인 금융 불균형을 이유로 금리의 인상 신호를 주고 있다는 것은 문제라는 지적이다.

◆ 금리 동결? 돈 빠져나간다...대외 금리 차이 어쩌자고
 

주된 금리 인상요인이 없더라도 대외 금리 차이는 여전히 문제다. 금리 인상론자는 한미 금리차 따른 자본 유출로 증시의 폭락을 가장 우려하고 있다.

이 때문에 금리 동결론자는 외국 자본의 유출이 대외 금리 차이가 원인이 아니라고 분석하고 있다.

한국과 미국의 금리역전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실제로 한국과 미국 금리가 역전됐던 1999년 6월~2001년 3월, 2005년 6월~2007년 8월 사이 우려할 만한 자본유출은 일어나지 않았다. 되레 대규모 자본유출이 이뤄졌던 시기에 한국 기준금리가 미국보다 높았다.

미국과의 금리가 역전이 되고 있는 상황에서도 채권이 계속 유입되고 있는 점도 주목할만하다. 한국은행의 9월 채권 투자 내역에 따르면 외국인 채권 순 매수는 2조 3240억원으로 이는 작년 11월 이후 연속 순매수세를 이어가고 있다. 외국인 투자자가 여전히 한국 투자에 대한 수익성을 기대하고 있다는 것이다.

전 교수는 “우리나라는 변동환율제 국가다. 변동환율제 국가에서는 국가간 금리 차이는 자금의 유출입으로 귀결되는 것이 아니라 향후 환율 변동에 따라 달라진다"며 "금리 역전이 발생하면 원화 절하를 방지하면 될 문제”라고 설명했다.

 

양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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