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리온 '초코파이情'

지난해 제과업체들이 속속 선보인 ‘착한 포장 제품’들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포장에서 빈 공간을 줄이고 제품 용량을 늘리면서 가격은 그대로 유지한 것이 ‘착한 포장 제품’이다. 경기가 얼어붙고 주머니 사정이 팍팍해지자 합리적 소비가 다시 증가하는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나아가 이런 제품들은 식ㆍ음료 업계에 불황을 극복하는 돌파구가 되고 있다. 인기 드라마에 노출되는 간접광고(PPL)도 대안으로 떠올랐다.
 

▲ 오리온 '포카칩'

 

● 제과업계 ‘착한 포장 제품’ 다시 주목…음료업계까지 확산
 
2014년 몇몇 대학생들이 국산 과자봉지로 뗏목을 만들어 한강을 건넌 것이 큰 반향을 불러 일으켰다. 제과업계의 과대 포장을 지적하기 위한 퍼포먼스였는데 이를 통해 제과업계의 포장재 개선 작업이 막을 올린다.
변화를 주도한 것은 오리온이었다. 과대 포장 논란에 대해 자정하자는 취지로 같은해 9월부터 포장재 개선과 제품 증량을 골자로 한 ‘착한 포장 프로젝트’에 착수했다. 오리온은 같은 해 11월 ‘마켓오 리얼브라우니’ 7개입 제품을 8개입으로 늘린 것을 시작으로 2015년 9월 ‘포카칩’의 양을 10%, 10월에는 ‘초코파이情’의 양을 11.4% 늘리는 등 지금까지 총 9개 제품의 양을 가격 변동 없이 늘렸다.
대표 제품들의 포장재 개선이 이뤄진 지난해 말부터는 소비자들의 반응도 가시화되기 시작했다. 매출액도 올랐다.
오리온에 따르면 2015년 포카칩과 초코파이의 매출액은 증량 이후 전년 동기(각각 2014년 10월, 12월) 대비 각각 20% 이상 증가했다.
오리온 관계자는 “기업의 이익도 중요하지만 좋은 품질의 제품을 합리적인 가격으로 공급하려는 기업의 변화에 소비자들이 마음을 열고 있다”며 “앞으로도 꾸준하게 노력한다면 소비자들은 분명 변화에 대한 응답을 해 줄 것이다”고 말했다.

▲ 롯데초코파이, 자일리톨껌

 

롯데제과도 롯데초코파이의 개당 중량을 35g에서 39g으로 11.4% 늘리고 롯데자일리톨껌도 기존 97g에서 108g으로 11.3% 증량한 제품을 준비 중이다. 두 제품 모두 가격변동은 없다. 롯데제과 관계자는  “현재 시제품 생산 중이며 곧 제품 판매가 이뤄질 것이다”고 설명했다.
롯데제과는 이 외에 꼬깔콘(봉지팩) 포장공간 비율을 기존 18%에서 16%로 줄이는 등 포장재 개선 작업도 함께 진행 중이다.

▲ 칠성사이다

제과업계에서 시작된 ‘착한 포장 제품’ 트렌드는 음료업계로 확산되는 모양새다.
최근 롯데칠성음료는 대표 탄산브랜드인 칠성사이다 600㎖ 제품을 내놨다. 기존 500㎖ 페트를 대체하는 것으로 용량을 20% 늘렸지만 가격은 그대로 유지했다.
롯데칠성음료 관계자는 “최근 젊은층의 1회 음용량이 늘어난데다 제과업계의 ‘착한 포장 제품’ 트렌드에 맞춰 소비자에게 실질적인 가격 인하 효과를 제공하기 위한 취지”라고 설명했다. 타 음료 업체들 역시 롯데칠성음료의 행보를 주목하고 있다.
한 음료업체 관계자는 “당장에 ‘착한 가격’ 제품을 출시할 계획은 없지만 시장의 반응을 주의 깊게 관찰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시장 반응에 따라 ‘착한 포장 제품’이 잇따라 출시될 가능성이 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 PPL, 주요 전략으로 자리잡아   
 
드라마나 영화 등에 제품을 자연스럽게 노출시키는 PPL도 불황 극복을 위한 대안이 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식ㆍ음료 업체들은 최근 인기 드라마 PPL을 통해 마케팅 효과를 톡톡히 봤다. 
롯데제과는 최근 종영한 드라마 ‘응답하라 1988’에 1988년 당시 인기 제품들을 협찬했다. 롯데제과 관계자는 “드라마가 첫 방송된 지난해 11월 6일 기준 전후 각각 9주간의 매출 추이를 비교한 결과 관련 PPL 제품 매출이 평균 36% 올랐다”고 밝혔다. 드라마에 등장한 ‘가나초콜릿’은 47%, ‘치토스’는 24%, ‘스카치’는 21%, ‘빠다코코낫’은 16%, ‘코깔콘’은 14% 상승했다(세븐일레븐 닐슨 POS자료). 이 드라마에 바나나우유 PPL을 진행한 빙그레 역시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약 15% 상승했다.
드라마나 영화가 성공할 경우 PPL의 효과는 크다. PPL은 최근 부가적인 마케팅 전략에서 주요 전략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소비자들의 거부감도 예전보다 많이 줄었다.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의 조사에 따르면 소비자 38%가 PPL에 대해 새로운 제품과 브랜드에 대해 알게 된다며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PPL을 접한 후 실제로 제품을 구매하거나 검색해보고 싶어진다는 이들도 과거에 비해 많이 늘었다.
소비가 쉬운 식ㆍ음료 제품은 특히 PPL이 성공할 경우 빠르게 시장에 안착할 수 있다. 실제로 지난해 4월 농심이 출시한 ‘짜왕’은 예능프로그램 ‘무한도전’에 이를 노출시켜 초반 인지도를 쌓으며 단숨에 관련시장 2위에 오르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PPL에 대해 “최근 인기 드라마가 많이 나오며 자연ㅅ럽게 PPL 성공 사례도 증가했다”며 “이러한 영향으로 올해도 PPL을 통한 제품 홍보가 활발하게 이뤄질 것이다”고 전망했다.

김성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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