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한진그룹 "추이 지켜 보겠다"
지배구조 전문가 강성부, 조양호 회장 지배구조 흔들까
KCGI, 한진그룹 지주사 한진칼 지분 9% 매입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경영권이 국내 사모펀드의 타깃이 됐다. 연합뉴스

[한스경제=박대웅 기자] '한국판 엘리엇 등장?'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한진그룹 경영권이 적대적 인수합병(M&A)의 타깃이 됐다. 국내 행동주의펀드 1세대로 알려진 강성부 대표가 설립한 사모펀드 KCGI가 경영참여를 목적으로 한진그룹의 지주회사인 한진칼의 지분 9%를 매입했다. 업계는 '경영 참여'는 구실이며 사실상 한진그룹 지배구조를 정조준한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국내 첫 행동주의 펀드의 대기업 공격이다. 업계는 KCGI가 삼성과 현대자동차그룹의 지배구조 개선 과정에 개입한 미국계 행동주의펀드 엘리엇매니지먼트의 '한국판'이 되는 것이 아니냐고 우려하고 있다. 

한진칼은 한진그룹 대표 계열사인 대한항공 지분 29.96%를 포함해 한진 22.19%, 칼호텔네트워크 100%, 진에어 60.0% 등을 보유한 지주회사다. 한진그룹은 '조양호 회장 일가→한진칼→대한항공 등 계열사'로 이어지는 지배구조를 형성하고 있다. 

15일 그레이스홀딩스는 공시로 전날(14일) 한진칼 주식을 장내매수해 지분 9%를 보유 중이라고 밝혔다. 그레이스홀딩스는 사모펀드 운용사인 KCGI가 만든 'KCGI제1호 사모투자 합자회사'가 최대주주인 투자목적회사다. 2005년 '한국 기업의 지배구조'라는 보고서로 이름을 알린 후 매년 지배구조 보고서를 내온 지배구조 전문가 강성부 대표가 수장이다. 2015년 LK파트너스 대표로 자리를 옮겼으며 LK파트너스에서 요진건설산업, 현대시멘트, 대원, 풀잎채 등에 투자했다. 7월 KCGI를 설립했다. KCGI는 한국기업지배구조개선(Korea Corporate Governance Improvement)의 약자다. 강 대표는 그동안 지배구조 개선이 필요하거나 승계에 어려움을 겪는 중소·중견 기업을 투자 대상으로 하고 있다. 지배구조를 개선해 가치를 높여 이익을 극대화하는 투자전략을 수립했다. 

한진그룹은 사모펀드 KCGI의 한진칼 지분 인수에 대해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업계는 KCGI가 칼지분 인수로 경영 참여를 선언한 만큼 다양한 방법으로 한진그룹의 지배구조 개선에 관여할 것으로 보고 있다. 주주 제안으로 이사회 구성을 바꾸거나 배당 확대, 자사주 매입을 통한 주주친화책 시행 요구, 비주력 자산 매각 등을 요구할 수 있다. 조양호 회장과 특수관계인의 한진칼 지분율이 28.95%로 낮기에 9% 지분의 강 대표가 이들과 충분히 표 대결을 벌일 수 있는 상황이다. 

여기에 조 회장 일가가 보유한 지분 중 13.24%는 국세청과 은행에 담보로 잡혀 있다. 주식 상당수가 담보로 잡혀 조 회장의 경영권 방어에 있어 운신의 폭이 좁아질 수 있다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때문에 강 대표가 한진칼의 2대주주로 한진그룹 지배구조 개선에 관여할 여지가 크다. 

KCGI는 협상력을 높이기 위해 국내 기관투자자나 외국인 투자자와 연대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KCGI의 지분은 9%지만 국민연금(8.35%), 크레디트스위스(5.03%), 한국투자신탁운용(3.81%) 등과 손잡으면 지분율이 25%를 넘는다. 조 회장 등 특수관계인의 지분 28.95%를 충분히 위협할 수 있는 수준이다. 

한진그룹 관계자는 "장내매수로 지분 취득이 이뤄진 만큼 사전에 알지 못했다. 공시로 KCGI의 지분 인수 사실을 접했다"면서 "현재 추이를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박대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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