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지난 9월 중랑구 서울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한스경제=김솔이 기자] 한진그룹의 지주회사인 한진칼이 경영권 분쟁에 휘말릴 전망이다. 국내 사모투자펀드(PEF) 운용사 케이씨지아이(KCGI)가 한진칼의  2대 주주로 올라서며 사실상 경영 참여를 선언했다. 증권가에서는 내년 주주총회 전까지 경영권을 둘러싼 전개 방향에 따라 한진칼의 주가가 요동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한진칼은 16일 전 거래일 대비 14.75% 오른 2만8400원에 장을 마쳤다. 주가는 장중 2만9450원까지 상승, 52주 신고가를 새로 썼다. 이날 한진그룹주(株)인 한진칼우(29.76%), 대한항공우(29.70%), 대한항공(2.61%), 진에어(1.63%) 등이 동반 강세였다.

◆ KCGI, 사실상 한진칼 경영 참여 선언

KCGI가 만든 케이씨지아이제1호 사모투자 합자회사의 자회사인 그레이스홀딩스는 한진칼 주식 532만2666주를 주당 2만4557원에 매입했다고 지난 15일 공시했다. 전일 238만3728주(지분율 4.03%)를 취득하면서 지분율이 기존 4.97%에서 9.0%로 늘어났고 주식 대량 보유 공시 대상(지분율 5% 이상)이 됐다. 이로써 KCGI는 국민연금공단(지분율 8.35%)을 제치고 최대주주인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17.8%)을 잇는 2대 주주에 이름을 올렸다.

KCGI는 강성부 전 LK투자파트너스 대표가 독립하면서 지난 7월 설립한 사모투자펀드다. 회사명인 KCGI는 한국기업지배구조개선(Korea Corporate Governance Improvement)의 약자로 기업 지배구조가 취약한 회사의 지분을 사들여 경영에 참여하는 행동주의를 지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KCGI는 이번 주식취득과 관련해 한진칼의 경영에 참여하겠다는 의사를 드러냈다. 그레이스홀딩스는 공시에서 “회사의 업무집행과 관련한 사항이 발생할 경우에는 관계법령 등에서 허용하는 범위 및 방법에 따라 회사의 경영목적에 부합하도록 관련 행위들을 고려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레이스홀딩스가 보유목적으로 제시한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시행령 제154조 제1항’은 회사 경영 사항과 임원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 '오너 리스크'에 소액주주 결집할 수도

그동안 한진칼은 최대주주의 지분율이 30% 미만인 데다 승계작업이 완료되지 않아 행동주의 펀드의 공격 가능성이 있었던 기업이다. 증권가에서는 KCGI의 지분 확보에 따라 한진칼의 경영권 분쟁이 벌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올 3분기 분기보고서 기준으로 한진칼의 이사진은 7명이다. 이 중 석태수 대표이사, 조현덕 사외이사, 김종준 사외이사와 윤종호 상근감사의 임기가 내년 3월 17일 만료된다. KCGI는 내년 정기 주주총회에서 이사회 장악을 위한 이사진 교체를 시도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한준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적대적 인수합병(M&A)이 아닌데도 상당한 지분율을 확보했다”며 “자연스레 주주총회의 표 대결과 본질적으로 임원진 교체 가능성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특별 결의 사항인 이사 해임의 경우 가능성이 극히 낮지만 이사 선임은 보통 결의 사항”이라며 “감사의 선임은 ‘3%룰(3%를 초과한 지분을 가진 주주의 의결권은 3%까지만 인정)’ 때문에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내다봤다.

현재 3분기 말 기준 한진칼의 특수관계인 보통주 지분율은 28.95%로 ▲조양호 회장 17.84%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2.31%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 2.30%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 2.30% 등으로 구성돼있다. 또 주요 주주에는 ▲국민연금공단 8.35% ▲크레딧스위스 그룹(Credit Suisse Group AG) 5.03% ▲한국투자신탁운용 3.81% 등이 있고 소액주주가 44.86%에 달한다.

강성진 KB증권 연구원은 “실제 의결권 대결이 펼쳐진다면 이들 주요 주주 설득 여부가 양측의 중요한 관건”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오너 리스크 등 한진그룹을 둘러싼 여론이 좋지 않았던 점을 고려하면 소액주주를 움직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양지환 대신증권 연구원은 “주주총회에서 이사회를 장악할 수 있을지는 우호 지분 확보에 달려 있다”며 “한진그룹이 국민적 공분을 산만큼 많은 소액주주들이 의결권을 위임할 가능성도 있다고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 내년 주총까지 주가 변동성 커질 전망

특히 한진그룹 지주회사인 한진칼은 그룹 지배구조의 핵심이다. 주요 자회사로 ▲대한항공(지분율 30%) ▲진에어(60%) ▲칼호텔 네트워크(100%) ▲한진(22.2%) ▲정석기업(48.3%) 등을 보유 중이다. 

KCGI가 한진그룹 경영권을 확보할 경우 지배구조 개선 등 그룹 주요 정책 결정에 영향을 줄 것으로 전망된다. 양 연구원은 “만약 한진칼의 이사회를 장악한다면 적자 사업부를 정리할 것”이라며 “호텔·부동산을 매각하고 계열사 경영 참여를 시도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

한진칼 주가는 KCGI와 한진그룹 일가의 경영권 다툼을 앞두고 당분간 변동성을 보일 전망이다. 양 연구원은 “내년 주주총회에서 양측이 표 대결을 벌이기 전까지 오랫동안 급격한 변동성을 나타낼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일각에서는 한진칼 주가가 단기적으로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이 나온다. 송치호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단기적으로 숏 스퀴즈 물량이 발생할 수 있어 단기 주가 상승 가능성도 존재한다”고 내다봤다. 이어 “내년 주주총회까지 지속적으로 뉴스와 이벤트가 생겨날 것”이라며 “주가 상방 업사이드(상승여력) 제공할 수 있는 구조”라고 전했다.

김솔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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