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변하는 '물질' 대신 불변의 '상수' 기준으로 재정의
킬로그램·암페어·켈빈·몰 등 4개 측정기준 새로워진다

[한스경제=허지은 기자] 내년 5월 20일 ‘세계 측정의 날’부터 킬로그램(kg) 단위가 금속 블록인 국제 킬로그램 원기(原器)가 아닌 ‘플랑크상수(h)’에 의한 정의로 바뀐다. 질량 표준 뿐 아니라 전류(A·암페어), 온도(K·켈빈), 물질의 양(mol·몰) 단위도 다시 정의된다.

한국표준과학연구원은 16일(한국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제26차 국제도량형총회(CGPM)에서 기본단위인 킬로그램, 암페어, 켈빈, 몰에 대한 재정의가 공식 의결됐다고 밝혔다.

이날 CGPM에서는 7개의 주요 국제단위계(SI, international system of units) 중 이미 변하지 않는 값을 중심으로 재정의된 길이(m·미터)와 시간(s·초), 광도(cd·칸델라)를 제외한 4개 단위의 표준을 바꾸는 안건을 의결했다.

킬로그램(kg) 단위의 기준인 원기(原器) '르그랑(Le Grand K)'. 백금 90%, 이리듐 10%로 구성돼 유리관에 담긴 채로 지하 금고에 보관됐으나 세월이 지나며 산화되며 1kg을 의미하는 이 원기에 0.00005g의 오차가 생겼다./사진=위키미디어

측정단위기준을 재정의하는 이유는 기존 정의가 불안정하거나 시간의 흐름에 따라 변할 수 있어서다. 앞서 CGPM은 1967년 1초의 정의(시간), 1979년 칸델라(빛의 단위), 1983년 길이의 단위(미터) 등을 변하지 않는 것을 기준으로 재정의한 바 있다.

현재 질량 측정단위인 킬로그램은 1889년 만들어진 원기둥 모양의 원기를 1kg의 국제 기준으로 정한 데서 사용되고 있다. 원기는 ‘르그랑(Le Grand K)’ 이라는 이름으로 백금 90%, 이리듐 10%로 구성돼 유리관에 담긴 채로 파리 인근 국제도량형국(BIPM) 지하 금고에 보관해 왔다.

그런데 시간이 흘러 원기 표면에 오염물질이 생기고 이를 세척하는 과정에서 미세한 질량의 변화가 생기며 원기는 1kg보다 약 50마이크로그램(㎍), 즉 0.00005g 덜 나가게 됐다. 육안으로는 물론 확인할 수 없는 차이지만 제약·바이오 등 산업분야에서는 미세한 차이가 큰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는 우려가 커졌다.

질량 기준에 오차가 생기자 탄소의 질량을 바탕으로 측정되는 몰(mol)에도 영향이 미쳤다. 암페어(A)와 켈빈(K) 역시 과거 정의한 내용에 모호한 부분이 있어 재정의가 필요했다. 이에 변하는 물질을 기준으로 하는 대신 변하지 않는 ‘상수’를 이용해 물리상수 중 하나인 ‘플랑크상수’를 기준으로 삼기로 했다.

이호성 표준연 책임연구원은 “단위 재정의는 과학기술계 전반에 큰 영향을 끼치게 되나 상거래나 제조업, 안전·건강 등 일상생활에서 특별한 변화는 생기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반도체, 제조업 등의 산업계에서는 보다 정밀한 측정이 가능해질 것으로 보인다.

허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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