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카드사·통신사 풍부한 빅데이터와 기술 결합
음성인식·보안·상용화 한계 극복해야
인공지능 스피커 '누구' ./사진=SK텔레콤 누구 홈페이지

[한스경제=이승훈 기자] 금융권에 인공지능(AI) 스피커 도입 경쟁이 불고 있다. 이미 국내 은행부터 증권사, 그리고 최근에는 카드사까지 통신사와 결합한 서비스 준비에 돌입하는 모습이다. 진화하는 결제서비스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는 한편, 일각에서는 ‘보안’에 대한 우려와 함께 아직 걸음마 단계인 인공지능 스피커 결제 기술의 한계에 의문을 자아내기도 했다.

카드사 인공지능 스피커 경쟁 돌입

SK텔레콤은 지난 15일 하나카드, KB국민카드와 각각 오픈플랫폼을 기반으로 인공지능(AI) 금융서비스 개발을 진행한다는 내용의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예를 들어 카드 손님들이 AI스피커 ‘누구’에게 “마트 할인율이 제일 높은 카드를 추천해줘”, “OO카드 혜택을 알려줘”, “이번 달 결제 예정금액 알려줘” 등 말을 건네는 방식으로 정보 검색이 가능해진다.

협약을 체결한 양사는 2019년 상반기 중 AI스피커 ‘누구’를 통해 음성으로 카드 혜택 조회, 인근카드 영업점 조회, 카드관련 문의 및 답변 등 정보 검색 서비스를 제공하기로 했다. 또한, 본인인증절차를 적용해 결제예정금액, 잔여한도, 결제예정일, 포인트잔액, 카드 이용내역 등 제반 조회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하나카드 정성민 디지털사업본부장과 SK텔레콤 박명순 AI 사업 유닛장은 인공지능 기반 음성인식스피커(NUGU)를 통한 카드서비스 제공을 위해 양해각서를 체결했다고 15일 밝혔다. /사진=하나카드

아직까지 상용화에 한계가 있지만 음성인식 스피커를 기반으로 한 카드 결제뿐만아니라 카드발급신청부터 AI사업 관련 신규 서비스 확대까지 서비스의 진화는 무궁무진하다.

최근 들어 금융사와 통신사 간에 인공지능 스피커와 관련 논의가 오가는 이유는 통신사가 보유하고 있는 빅데이터가 금융업계에게 매력적이기 때문이다. 은행의 경우 학생, 주부 등 금융거래 실적이 전무한 고객의 정보가 부족한 상황에서 통신사가 오랜 기간 나이, 직업에 상관없이 축적한 정보를 새로운 신용평가모델 구축에 유용하게 쓸 수 있다. 상대적으로 빅테이터가 풍부한 카드사의 경우, 통신사의 플랫폼 기술과 결합해 새로운 서비스 시장 개척이 가능하다.

해외에서는 아마존의 에코(Echo), 구글의 구글홈(Google Home) 등을 통해 인공지능 스피커 서비스가 되고 있다. 미국과 영국의 주요 금융기관은 외부 가상비서 서비스를 통해 음성인식기반 뱅킹서비스를 제공하거나 모바일 뱅킹 내에 가상비서를 탑재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미국의 캐피탈 원(Captial One)은 2016년 3월부터 아마존 에코(Echo)를 통해 계좌 잔액조회, 거래내역조회, 신용카드 결제금액 및 출금일 안내, 명세서 결제, 기타 자동차 및 주택금융 관련 기능을 제공 중이다.

음성인식·보안·상용화 한계 넘어야

“제가 외출한 사이에 우리 애가 몇 판씩 주문한 피자 좀 막아주세요”

실제 이번에 카드사와 업무협약을 체결한 SK텔레콤의 인공지능 스피커 '누구‘를 사용하고 있는 고객이 SK텔레콤 서비스센터에 요청해온 내용이라고 한다. 누구 스피커에 "피자 주문해줘"를 말하고 확인 맨트를 하면 자동으로 주문이 연결되게끔 설정해 놔서 일어난 일이다. 이처럼 인공지능 스피커를 사용으로 펼쳐질 생활의 편리뿐만 아니라 문제점에 대한 우려가 계속 제기되는 이유다.

더욱이 금융권은 개인정보가 민감한 영역이다. 인공지능 스피커의 결합은 음성에 기반하는 만큼 스피커가 사람의 말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거나 했을 시, 개인정보유출의 가능성이 존재한다. 또한 인공지능 스피커는 가족이 함께 쓰는 디바이스다 보니 개인계좌 정보나 거래내역 같은 민감한 정보가 공유되길 원치 않을 수 있기 때문에 여러가지 보안의 문제점을 극복해야 한다.

상용화 한계도 넘어야 한다. IT전문 매체 디인포메이션은 지난 8월 알렉사를 구입한 5000만명 중 쇼핑 기능으로 단 한번이라도 물건을 사본 적이 있는 이용자의 비율은 2%밖에 안됐다고 보도했다. 아마존의 인공지능(AI)스피커 알렉사를 통한 쇼핑 이용률이 생각보다 저조하다는 평가인 것이다. 이는 AI스피커를 통한 ‘결제경험’이 익숙하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 생활 속 상거래는 현금 결제에서 플라스틱 카드 결제로 그리고 최근 ‘앱’을 이용한 결제까지 계속 변화하고 있다. 신용카드가 인류역사에 등장한 지 채 70년이 되지 않았다고 하는데, AI스피커가 우리 결제 생활에 상용화되기까지 얼마나 걸릴지, 그리고 한계점을 극복할 수 있을지 카드업계의 비상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승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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