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청년 빚문제 네트워크 "금감원 제역할 하지 않아"
청년 빚 문제 해결을 위한 네트워크(청빚넷)은 지난 16일 기자회견 통해 금융감독원의 자율조정제도가 청년들에게 불합리하게 작용하고 있다고 규탄했다. 사진=한국스포츠경제 양인정기자

[한스경제=양인정 기자] 금융감독원의 자율조정제도가 대출 분쟁에서 채무자, 특히 청년 채무자에게 불합리하게 적용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18일 ‘청년 빚 문제 해결을 위한 네트워크(청빚넷)’에 따르면 금감원의 민원자율분쟁 조정제도가 대출 분쟁에서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

민원자율분쟁 조정제도는 민원인이 금융회사에 바로 민원을 제기하지 않고 금감원에 제기하는 경우 민원인과 금감원이 자율적으로 해결할 수 있도록 기회를 제공하고, 분쟁이 해결되지 않을 경우 금융감독원이 처리하는 제도다. 

청빚넷은 지난 16일 서울시 동작구 ‘사회적 경제지원센터’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채권·채무 관계에서 상대적으로 약자 지위에 있는 채무자, 특히 청년 채무자가 이 제도를 통해 구제받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는 특히 사회경험이 없고 나이가 어린 청년들이 자율조정제도로 오히려 책임이 전가되는 사례도 공개됐다.  

광주광역시에 거주하는 A씨(25세). 그는 최근 모 대부업체의 과잉대출을 문제 삼는 민원을 제기했다가 되레 금감원 담당자에게 책임 추궁을 당했다.

A씨는 올 초 K대부업체를 찾아가 대출을 신청했다. A씨가  신청한 대출금은 85만원. 그러나 대부업체는 A씨에게 거듭 300만원 대출을 권했다. 

지난 6일 개정된 대부업법 시행령에 따르면 대부업체는 이 법률 개정 전까지 300만원이하의 대출금에 대해서는 소득증빙 서류 등이 없이도 대출이 가능했다.

순간 돈의 유혹을 받은 A씨는 300만원을 대출을 받았으나, 대출금을 갚을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걱정에 다음 날 85만원을 뺀 나머지를 모두 다시 대부업체에 돌려줬다.

해당 대부업체는 대출초과 금액을 권유한 사실은 있었지만, 업무상 착오였다고 해명했다. 또 재발방지를 위해 대출 상담원의 교육을 강화하겠다고 밝혔으나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A씨는 다른 청년들도 이런 대출의 유혹을 견디기 어려울 것으로 생각해 ‘대부업체의 과잉대출 문제를 바로잡아 달라’는 민원을 금감원에 제기했다. 

A씨는 금감원에 민원을 넣은 후부터 대부업체의 회유와 민원을 취하해 달라는 전화에 시달려야 했다. 금감원이 A씨의 사례를 자율분쟁조정으로 이첩하면서 대부업체가 A씨에게 반복적으로 전화를 한 것. A씨가 금감원에 이 같은 애로사항을 호소했다. 

청빚넷은 A씨의 호소에 대해 금감원 담당자는 “대출을 그렇게 다 받아놓고 이제 와서 그 당시 잘 몰라서 그랬다고 하면 되느냐, 대부업체가 잘못한 게 있다고 생각하느냐”라고 오히려 대부업체를 대변하며 면박을 줬다고 밝혔다.

◆ 책임 떠넘기는 ‘자율분쟁조정제도’... 금융소비자 보호기능 의문

청빚넷은 공개한 사례가 자율조정제도로 해결해야 것이 아니었다고 주장했다. 

A씨의 사례를 상담한 광주청년지갑트레이닝센터 박수민 센터장은 “사례의 대출은 명백히 과잉대출이거나 비정상 대출이었다”며 “금감원이 사후적으로 관리, 감독해야 할 사항이지 자율조정으로 이첩할 사안이 아니었다”고 비판했다.

금감원의 자율분쟁조정제도는 지난 국정감사에서도 민원 상당수가 민원인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형태로 나타나 문제로 지적됐다. 

국회 정무위 장병환 위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6년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금융감독원이 금융회사로 이첩한 민원은 총 4만4995건으로 이중 민원인에게 회신하지 않고 종결한 단순이첩은 9708건으로 전체의 20%가 넘었다. 5건 중 한건은 금융회사에 민원 책임을 떠넘겼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금감원 민원 만족도 조사는 2016년 64.7점에서 2017년 63.8점으로 낮은 점수를 받아 민원을 해결하고 관리하는 사후관리 기능이 부족한 것으로 드러났다.

장병완 의원은 이와 관련 “금융소비자 보호를 최우선해야 하는 금감원이 회신조차 안하고 해당 금융기관에 민원을 떠넘기는 것은 매우 무책임하다”며“금융소비자 보호를 위한 금감원의 적극적 대응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청빚넷은 상대적으로 약자 지위에 있는 채무자, 특히 사회경험이 부족한 청년 채무자의 경우 채권금융사와 자율조정이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자율조정제도는 법조계 일각에서도 제도개선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법조계 한 변호사는 “민사소송에서 채권금융사와 자율조정 과정에서 협의한 내용이 녹취록 형태로 등장하는 사례도 있다”며 “자율조정제도가 물적, 인적으로 갖춰진 채권금융사의 증거 확보 공간으로 사용되고 있다”고 말했다.  

박수민 센터장은 “A씨의 민원 제기 이유는 빚 탕감도, 이자율 인하도 아니었고 본인과 같이 잘 몰라서 이러한 선택을 하는 청년이 없도록 재발 방지 대책이 마련되길 원했던 것”이라며 “자율조정제도 때문에 민원인이 되레 지속적인 연락과 문자로 심리적 압박을 받는 모양으로 변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 센터장은 이어 “현재 금감원은 소비자 피해를 적극적으로 구제 예방 한다는 본연의 역할과 책임을 회피하고 오히려 청년들이 제대로 알아보지 않은 것을 탓했다”며 “비정상 대출로 피해 입은 청년들에 대해 통합지원시스템 구축 등 구제 대책을 마련해 줄 것”을 요구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금융정의연대, 사단법인 두루 법률지원팀, 빚쟁이유니온, 청년유니온, 청년연대은행 토닥, 청년지갑트레이닝센터, 광주청년지갑트레이닝센터, 대구청빚넷, 부산청년함께,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가 참여했다.

양인정 기자

저작권자 © 한스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